[데스크칼럼] 쿠팡은 악이고 대형마트는 예외?…노동은 '명분' 새벽배송은 '정치'
노동자 인권을 외치며 쿠팡 새벽배송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던 목소리가 언제였나. 불과 몇 달 전이다. 정치권은 노동 논리를 빌려 쿠팡을 압박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노동 논의를 후순위로 밀어 내고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정부와 청와대까지 가세했다. 프레임 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논리 역시 엉터리다.
2025년 10월 택배노조와 정치권은 심야 배송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0~5시 새벽배송이 노동자 과로와 안전사고를 부른다는 지적이었다. 쿠팡이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새벽배송 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도 컸다.
노조 요구는 새벽배송 전체 금지가 아니라 0~5시 제한이었다. 하지만 쿠팡 중심으로 논쟁이 번지며 ‘플랫폼 규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2026년 2월 8일 당정청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합의했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이다. 쿠팡 새벽배송에 대한 노동 기준 재정립 없이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문호를 개방한다.
이전 논쟁은 노동자 보호였는데, 갑자기 ‘유통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으로 석 달 만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집혔다. 규제 완화 명분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노동계 우려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
쿠팡의 잘못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2025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명백한 쿠팡의 잘못이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 논란까지 불거졌다. 대응이 미흡하단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쿠팡이 구글이나 애플처럼 자신들을 ‘미국 기업’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볼썽 사나온 일이다. 글로벌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발생시키는 쿠팡이 미 정부 뒤에 숨으려는 태도는 국회나 정부의 화를 돋구는 구실이 된다. 이 때문에 쿠팡에 대한 여론 역시 악화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 전반이 쿠팡에 대해 감정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책 논의의 본질을 흐릴 위험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보안 사고를 발생시킨 쿠팡에 구체적 책임을 묻는 것이고,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쿠팡만 콕 찝어, 쿠팡이 하던 모든 것이 잘못이라는 식의 논리는 곤란하다.
새벽배송 새벽배송 규제 얘기로 다시 돌아와 보면, 이 이슈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기업’이 아니라 ‘행위’여야 한다. 0~5시 심야배송 자체가 문제라고 보면, 쿠팡 새벽배송 구조에 대한 노동 기준 정비 없이 다른 대형마트도 도입하라는 식의 제안은 어색하다.
당정청의 합의는 당연히 노동단체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상공인 피해 우려도 크다. 쿠팡 대체제를 급히 찾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선택적 규제만 급하게 도입하려는 방식은 역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기업 낙인찍기으로 가선 안된다. 당정청은 새벽배송 시스템에 올라 탄 노동자가 오늘도 사선을 걷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