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 Economy
2025년 게시판 보기

[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㊹카이로-아프리카 금융허브를 꿈꾸는 고대 도시 (마지막회)

해질녘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근처를 지나가는 모습 / 사진 픽사베이
해질녘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근처를 지나가는 모습 / 사진 픽사베이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승리의 이름을 가진 도시, 시간 위에 세워지다

카이로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웅장함’이 아니라 ‘축적’이다. 모래빛 건물, 빽빽한 교통, 끝없이 이어지는 회색 지붕들. 그런데 그 풍경을 조금만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이 도시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핑크스 뒤로 기자 피라미드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사진 장엘리 교수 스핑크스 뒤로 기자 피라미드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사진 장엘리 교수

카이로라는 이름은 아랍어 알-까히라(Al-Qāhirah) 곧 ‘승리자’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969년 파티마 왕조가 이곳에 새로운 수도를 세우며 붙인 이름이다. 화성(火星), 즉 ‘승리의 별’이 떠오른 시점에 건설을 시작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도시의 이름부터가 이미 정치적 선언이자 문명적 상징이었다.

하지만 카이로의 시작을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지역은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 이슬람 최초 정착지 푸스타트, 그리고 이후 왕조들의 군사·행정 도시가 연속적으로 자리 잡았던 공간이다. 한 번 문명이 자리 잡은 땅은 좀처럼 비워지지 않는다. 카이로는 그렇게 ‘비워지지 않은 시간’ 위에 계속 덧지어졌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건설한 아부심벨 신전 / 사진 장엘리 교수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건설한 아부심벨 신전 / 사진 장엘리 교수

그래서 이 도시의 시간은 수평이 아니라 수직이다. 피라미드의 그림자 아래 위성 접시가 돌아가고, 천년 된 모스크 옆으로 LED 광고판이 번쩍인다. 낙타가 지나던 길 위로 금융지구 고층빌딩이 솟는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기보다 서로를 지우지 못한 채 동시에 살아간다. 카이로는 역사를 보존한 도시가 아니다. 역사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도시다.

나일강이 만든 권력, 교차로가 만든 수도

카이로 지도를 펼쳐 보면, 이미 이 곳의 운명은 미리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나일강 하류, 아프리카와 중동, 지중해와 사막을 잇는 교차점. 물길과 육로, 대상 무역과 해상 교역이 모두 이곳을 통과했다.

강은 단순한 자연 지형이 아니라 문명의 물류망이었다. 곡물, 향신료, 금, 종교, 학문, 언어가 나일강을 따라 이동했고, 그 흐름이 멈추는 지점마다 권력이 쌓였다. 카이로는 그래서 군사 요충지이기 이전에 ‘집결지’였다.

나일강에 위치한 홍해리조트 전경 / 사진 장엘리 교수 나일강에 위치한 홍해리조트 전경 / 사진 장엘리 교수

카이로는 맘루크와 오스만 시대를 거치며 동서 무역의 심장부가 되었고, 이슬람 학문과 건축, 금융, 상업이 집중된 거점으로 성장했다. 모스크, 시장, 마드라사, 카라반사라이가 도시를 촘촘히 채웠다. 상인과 학자가 함께 모여드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제국의 수도가 된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식민 시기 유럽 자본이 유입되며 도시 인프라가 재편됐고, 20세기 이후에는 아랍 문화와 미디어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영화·방송·출판·교육기관 등이 집적된 카이로는 ‘아랍 세계의 문화 수도’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다.

오늘날 위성방송 스튜디오, 다국적 기업 지역본부, 항공·에너지 기업들이 이 도시에 모이는 이유도 같다. 카이로는 여전히 사람·자본·정보가 모여드는 도시다. 계획이 아니라 흐름이 수도를 만든다.

고대의 시간 위에 세워진 금융과 유통의 현재

카이로의 현재를 이해하려면 피라미드보다 기업 지도를 먼저 봐야 한다. 카이로라는 도시는 단순히 역사 관광지가 아니라, 북아프리카·중동 시장을 연결하는 경제 허브를 지향하고 있다.

나일강을 따라 늘어선 항구 뒤로 필레 신전이 보인다. / 사진 장엘리 교수 나일강을 따라 늘어선 항구 뒤로 필레 신전이 보인다. / 사진 장엘리 교수

대표적인 축이 복합 대기업 그룹들이다. 그 중 하나가 만수르 그룹(Mansour Group)이다. 유통, 자동차, 장비, 투자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이집트 최대 민간 기업 집단인 만수르 그룹은 글로벌 브랜드 유통과 현지 시장 인프라를 동시에 장악하고 있다. 맥도날드, 자동차, 소비재 유통망을 통해 ‘외국 브랜드의 이집트 관문’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도시 소비 생태계를 보여주는 세우디 슈퍼마켓(Seoudi Supermarket) 체인이다. 수입 식품과 현지 소비재를 동시에 취급하며, 중산층과 외국인 거주자 생활권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카이로의 소비 수준, 식문화 변화, 도시 중산층 확대를 가장 체감적으로 보여주는 유통 플랫폼이다.

세 번째는 글로벌 자본과 직결된 카르푸(Carrefour Egypt) 네트워크다. 대형 쇼핑몰과 결합된 하이퍼마켓 모델로, 현지 소비 구조를 대형화·현대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관광객 쇼핑 공간이자, 현지 유통 물류 혁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일강을 따라 형성된 카이로 도심 모습 / 사진 픽사베이 나일강을 따라 형성된 카이로 도심 모습 / 사진 픽사베이

이 세 축을 나란히 놓고 보면, 카이로의 경제는 ‘고대 문명 위에 세워진 현대 소비·유통·글로벌 자본의 교차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카이로 도시 외곽에는 신행정수도, 뉴카이로, 교통 인프라 확장 등 또 다른 미래가 건설되고 있다. 인구 2000만명인 메가시티의 과밀을 분산시키고, 금융·행정 기능을 재배치하려는 거대한 실험인 것이다. 카이로는 과거가 아닌 미래 쪽으로 여전히 팽창 중이다.

마지막 장면, 그리고 시리즈의 끝에서

해 질 무렵 나일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장엄함도 낭만도 아닌 묘한 체류감 같은 이상한 감정이 올라온다. 

해질녘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근처를 지나가는 모습 / 사진 픽사베이 해질녘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근처를 지나가는 모습 / 사진 픽사베이

나는 카이로라는 도시를 ‘이해했다’기보다는 ‘통과했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느꼈다.문명을 본 것이 아니라, 문명이 흘러온 시간을 잠시 건너온 기분이랄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면 문득 "아, 그래서 사람들이 카이로를 '다녀왔다'가 아니라 '지나왔다'고 말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도시는 말한다] 시리즈를 44회까지 매 주 써오면서 수많은 도시를 걸었지만, 가장 오래 남는 도시들은 항상 ‘설명되는 곳’이 아니라 ‘잔상이 남는 곳’이었다. 카이로가 그랬다.

도시는 말을 멈췄는데, 시간은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덮는 지금도 조용히 그리고 길게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0 Comments

BINOCULARS 20X50배율 쌍안경 망원경
칠성상회
카페인트 싼타페더프라임 NCW 크리미화이트 락카 도색
칠성상회
GS칼텍스 킥스 G SP 5W30 엔진오일 합성유 4리터
칠성상회
카페인트 i40 N3S 슬릭실버 스프레이 락카 도색
칠성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