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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코 콕] IEEPA 위법 판결에 트럼프發 ‘플랜B’ 불확실성 확산…주가 폭락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사진 뤼튼으로 생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사진 뤼튼으로 생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사진 뤼튼으로 생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 통상 카드였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금융시장은 환호 대신 불안으로 기울고 있다.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발을 묶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운 탓이다. 주가가 폭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각)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일부 관세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관세 부과 권한은 헌법상 의회에 있고, IEEPA는 국가비상사태 대응을 위한 자산 동결·거래 제한을 허용할 뿐 일상적 관세를 일방적으로 올리는 수단이 아니라는 취지다.

판결만 놓고 보면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줄어드는 ‘호재’에 가깝다.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추가 관세가 무효가 되면서, 수입업체들은 지불한 관세 상당 부분을 되돌려받을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역법원과 연방 법원에는 코스트코·레블론·굿이어 타이어 등 수백에서 수천개 기업이 관세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시장 분석 자료를 종합하면, 추정되는 잠재 환불 규모는 1500억~175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반발하며,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10% 수준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IEEPA 통로가 막히자 다른 법률을 통로로 삼아 관세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플랜 B’를 내놓은 셈이다.

관세 1라운드 끝…문제는 불확실성 키운 2라운드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관세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동시에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데 주목한다. IEEPA 관세는 법원이 ‘위법’이라고 정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권한을 총동원해 새로운 형태의 관세를 시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기업은 지난 몇 년간 IEEPA 관세 체계에 맞춰 공급망과 가격 전략을 조정해 왔는데, 이제 그 전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며 “관세 자체의 높낮이보다, 어떤 기준과 속도로 정책이 바뀔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불 리스크도 변수다. 대법원 판결로 어떤 관세가 실제로 환불 대상이 될지, 환불 절차와 기준은 어떻게 정해질지 등 세부 사항은 하급심과 행정부의 후속 조치에 맡겨졌다. 미 정부 재정에 수천억달러 규모의 변동성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이미 제기된 소송 외에도 추가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기업과 정부 모두에 법적·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상대국들, '승소' 결정보다 '보복 옵션'에 촉각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은 기본이고 교역 상대국들의 상황도 난처하게 만들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권한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국 입장에서는 향후 어떤 형태의 관세·제재가 다시 등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IEEPA 관세에 대한 법적 논란이 정리된 점은 환영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10% 글로벌 관세 구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정부들은 이미 수백억유로 규모의 보복 관세 옵션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EU는브리핑과 의회 보고서 등을 통해 '조건이 충족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보냈다.

북미 지역 긴장감도 높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갈등 과정에서 이미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다양한 품목을 둘러싼 관세 분쟁을 겪었다. 이번 판결로 IEEPA 관세는 뒤로 물러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관세나 국경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양국 모두 법적 승소에 집중하기 보다 향후 재협상·보복 시나리오 등에 대처하는 방법 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겐 이번 판결이 더욱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관세 일부가 무효화되면 단기적으로는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미국이 양자 FTA 재협상이나 특정 산업을 겨냥한 타깃형 관세를 새로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전략 산업이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장은 나쁜 뉴스보다 모르는 상황을 더 꺼린다

관세 자체의 수치 못지않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규칙의 예상 가능성’이다. 관세가 높더라도 일정한 규칙과 예측 가능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 기업들이 비용을 반영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반면 정치적 변수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법적 근거가 동원되고, 기존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투자와 고용이 모두 위축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한 전문가는 “시장은 이미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뉴스에 적응해 왔지만, 이번에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앞으로 관세 관련 발언 한 줄에 주요 지수가 수백포인트씩 오르내리는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EPA 위법 판결이 트럼프식 ‘관세 정치’를 끝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오히려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새로운 법적 수단과 대응 카드를 찾는 과정에서, 글로벌 통상 질서는 한동안 더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지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갓 5800포인트 선을 처음 넘은 코스피 지수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언제 어떤 이슈로 떨어질 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투자를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는 한 주식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하는 때 아닐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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