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수] AI 서버 이어 온디바이스 AI 노리는 SK하이닉스…세계 최초 1c LPDDR6 개발의 의미

SK하이닉스가 포석을 하나 더 놓았다. 엔비디아향 HBM으로 AI 서버 시장을 틀어쥔 데 이어, 이번엔 스마트폰 안으로 파고드는 온디바이스 AI 흐름을 겨냥해 세계 최초로 1c 공정 기반 LPDDR6 D램 개발을 완료했다. 상반기 양산 준비, 하반기 공급이 목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아직 동급 제품을 공개하지 않은 시점이니, 반년 선점 효과를 노린 셈이다.
1c LPDDR6라는 이름은 두 가지 전환이 동시에 맞물린 지점을 가리킨다. 1c는 10나노급 6세대 미세공정으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집적해 원가와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LPDDR6는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LPDDR5X의 후속 규격이다. 공정 세대 교체와 메모리 규격 세대 교체가 한 제품에서 겹친다는 건, 단순한 스펙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제품 세대 자체가 바뀐다는 뜻이다. LPDDR5X 대비 속도는 33% 빠른 10.7Gbps 이상, 전력 효율은 20% 이상 개선됐다.
스펙시트 넘어 핵심은 이 메모리가 무엇을 위해 설계됐냐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직접 AI 연산을 처리한다. 이 구조는 메모리에 전혀 다른 요구를 부과한다. 연산이 몰릴 때와 유휴 상태를 수시로 오가는 불규칙한 부하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도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 서버용 HBM이 대역폭 싸움이라면, 모바일 메모리는 전력 제어가 핵심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제품에 부하에 따라 전압과 주파수를 실시간 조절하는 기술을 고도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전략적으로 이 발표를 읽으면, 고객사 락인이 핵심이다. 스마트폰 플래그십은 설계 단계에서 메모리 파트너가 결정된다. 그 시점에 검증된 샘플을 먼저 쥐여줄 수 있는 쪽이 양산 물량을 선점한다. SK하이닉스가 서두르는 이유다. 1c 공정 웨이퍼 생산량을 2026년 말까지 지금의 9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그 자신감의 표현이다. LPDDR6 전환이 본격화될 2026~2027년에 수요가 폭증하는 순간을 공급 병목 없이 통과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LPDDR6가 실제 시장에서 열리는 시점은 퀄컴 스냅드래곤과 애플 실리콘이 이 규격을 공식 지원하는 때와 맞물린다. 두 곳 모두 아직 공개 로드맵이 없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AP를 함께 만드는 탓에, 자사 엑시노스에 자체 LPDDR6를 수직 통합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SK하이닉스가 삼성향으로 기대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된다. 결국 이 싸움의 핵심 승부처는 애플향 공급 여부로 좁혀진다.
세계 최초 타이틀은 시작이다.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의 위쪽(서버)에서 아래쪽(단말)까지 포지션을 완성하려는 그림은 선명하다. 그 그림이 실제 시장에서 맞아떨어지기 위한 필수 조건은 퀄컴과 애플의 다음 선택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