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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타수] 중동 포화에 녹아내린 지주사 가치…한화의 '안보 방어선'만 높았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형상화한 이미지. 미사일과 공격론 드론 등이 비행하는 모습이다. / 사진 뤼튼에서 생성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형상화한 이미지. 미사일과 공격론 드론 등이 비행하는 모습이다. / 사진 뤼튼에서 생성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형상화한 이미지. 미사일과 공격론 드론 등이 비행하는 모습이다. / 사진 뤼튼에서 생성

우리 재계가 거대한 지정학적 파고에 직면했다. 중동에서 들려오는 포성이 잦아들기는 커녕 전면전 공포로 확산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의 명줄을 죄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허리이자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기업 지주사들의 성적표는 최근 3주간 처참한 수준이다. 자회사 지분 가치의 기록적인 폭락은 단순한 주가 조정을 넘어,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 수출 경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21조원의 증발, 숫자가 증명하는 ‘잔인한 3월’

먼저 냉혹한 숫자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2월 27일부터 3월 13일까지 불과 보름 남짓한 사이 벌어진 일이다. SK스퀘어의 자회사 지분 가치는 153조7000억원에서 132조2000억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무려 21조5000억원이라는 거대 자본이 시장의 공포 속으로 사라졌다. 주력 자회사인 SK하이닉스 등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IT 수요 위축 우려에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주요 대기업의 자회사 가치를 분석한 표 (단위:조원) / 사진 이진 기자 주요 대기업의 자회사 가치를 분석한 표 (단위:조원) / 사진 이진 기자

비단 SK만의 비극이 아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역시 같은 기간 107조1000억원에서 93조7000억원으로 지분 가치가 쪼그라들며 ‘100조 클럽’ 타이틀을 반납했다. SK(-7.9조 원), LG(-5.5조 원) 등 내로라하는 4대 그룹 지주사들도 추락의 가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하림지주와 한진칼처럼 내수와 항공 물류에 민감한 중견 지주사들 또한 수조원대 가치 하락을 겪으며 시가총액이 곤두박질쳤다.

시가총액이 자회사 가치와 동반 하락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현재 이익은 물론, 미래의 성장 엔진마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다. 반도체, IT, 유통, 항공, 식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투매 현상은 한국 재계 전체를 짓누르는 거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보’라는 이름의 역설, 홀로 빛난 한화의 방어선

이 아비규환의 장세 속에서 유독 독보적인 궤적을 그리며 방어선을 지켜낸 곳이 있다. 바로 한화다. 한화의 자회사 지분 가치는 2월 27일 29조3000억원에서 출발해 3월 초 34조원대를 돌파했다. 3월 13일 기준 33조8000억원으로 소폭 조정되긴 했지만, 3주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5% 이상 상승한 수치다. 다른 지주사들이 피눈물을 흘릴 때 한화만은 미소를 지은 셈이다.

비결은 '지정학적 위기의 역설'에 있다. 세계가 불안할수록, 그리고 그 불안을 관리하고 무력화하는 산업의 가치는 역설적으로 치솟는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시장의 눈은 즉각 한화의 '방산 삼각 편대'로 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가 그룹 전체의 지분 가치를 든든하게 떠받쳤다. 'K-방산'이 단순한 수출 효자를 넘어, 그룹의 명운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된 것이다.

전력 인프라 강자인 LS의 반등 역시 주목할 만하다. LS는 3월 초 하락세를 타는 듯했으나,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각되자 15조4000억원 수준으로 가치를 회복했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야기하고, 이는 곧 전력망 고도화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시장의 학습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포트폴리오가 곧 생존력인 시대

최근 3주간의 기록은 우리 기업에 '지금의 포트폴리오로 다음 충격을 버틸 수 있냐'는 가장 불편하면서도 시급한 질문을 던진다.

과거 한국 기업들의 성장은 글로벌 분업화와 자유무역이라는 훈풍 속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는 '효율'보다 '안보'를, '협력'보다 '자강'을 우선시하는 시대로 변모했다. 전쟁과 공급망 붕괴라는 거대한 리스크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특정 산업군에 매몰된 포트폴리오는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음을 이번 데이터가 증명했다.

시장은 냉혹하다. 단순히 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자에게는 보상하지 않는다. 한화와 LS가 보여준 반전은 지정학적 위기를 관리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치환할 수 있는 '근육'이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체급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영은 흔히 파도를 타는 것에 비유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닥친 파도는 일시적인 너울이 아니라 해수면 자체가 높아지는 기후 변화에 가깝다. 관세 협상이 타결되기를, 혹은 중동의 총성이 멈추기만을 바라는 천수답식 경영은 이제 유통기한이 다했다.

3월의 데이터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은 '취약성의 적나라한 노출'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기업 가치의 근간인 자회사 지분 가치가 붕괴되는 것은 구조적인 결함을 의미한다.

한화의 승부사 기질이 부각된 것은 그들이 잘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파도가 오기 전에 우리 기업들이 재구축해야 할 것은 단순한 주가 관리 대책이 아니라,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안보적 포트폴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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