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콕] 동영상 특허 폭탄…OTT 업계, 45배 요금 인상에 비상

유튜브·넷플릭스·틱톡 영상이 H.264 코덱으로 재생된다. 인터넷 동영상 트래픽 대부분을 차지하는 표준 기술이다. 그런데 이 기술의 라이선스 요금이 갑자기 45배 뛰었다.
H.264 특허 풀을 관리하는 비아 라이선싱 얼라이언스(Via LA)가 기존 연간 10만달러였던 상한제를 폐지했다. 대신 구독자·이용자 규모에 따라 3티어 요금제로 전환한다. 업계 전문 매체 스트리밍미디어가 3월 17일 이 사실을 보도한 후 세상에 알려졌다.
요금 구조를 보면 충격의 크기가 드러난다. 가장 위에 있는 1등급(Tier 1)은 넷플릭스·유튜브처럼 구독자 1억명 이상인 OTT, 일일활성이용자(DAU) 1억명 이상인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 월간활성이용자(MAU) 10억명 이상인 소셜 플랫폼, MAU 1500만명 이상인 게임 서비스 등이다. 이들의 연간 라이선스 요금은 450만달러(68억원)다.
2등급(Tier 2)은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형 사업자로, 연간 337만5000달러를 내야 한다. 3등급(Tier 3)은 소형 사업자 기준으로 225만달러다. 소규모·신생 사업자는 기존 10만달러 조건이 유지된다.
기존 상한선은 10만달러다. 즉 최대 45배가 인상됐다. 이미 계약을 맺은 넷플릭스·유튜브 등은 기존 조건을 당분간 유지할 수 있지만, 신규 사업자나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미인가 사업자는 협상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졌나. H.264의 후속 기술인 H.265(HEVC)의 실패가 도화선이 됐다. H.265는 더 높은 화질을 더 적은 용량으로 구현하는 차세대 코덱이었다. 그러나 특허를 가진 기업들이 여러 단체로 쪼개지면서 라이선스 구조가 복잡하게 얽혔다.
결과는 혼란이었다. 핀란드 통신기업 노키아는 H.265 특허 소송을 제기했고, 그 여파로 에이수스(Asus)·에이서(Acer) 노트북이 2026년 독일에서 판매 금지됐다. 델(Dell)·HP는 아예 관련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특허 관리 단체인 아반시(Avanci)와 액세스 어드밴스(Access Advance)는 H.265뿐 아니라 VP9, AV1 같은 다른 코덱에도 로열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OTT 사업자들의 연간 코덱 비용이 수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264는 여전히 인터넷 영상 트래픽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기술이다.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요금이 폭등했다는 건, 협상력이 없는 신규 사업자일수록 직격탄을 맞는다는 뜻이다. 기존 대형 플랫폼은 계약이 유지되지만, 지금 막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확장을 준비 중인 사업자들은 처음부터 높아진 비용 구조를 안고 출발해야 한다.
업계의 대응 방향은 두 가지다. 구글·메타·넷플릭스 등이 공동 개발한 오픈소스 코덱 AV1로의 전환을 서두르거나, 특허 풀과의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AV1 전환은 기존 기기 호환성과 인코딩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당장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
코덱 하나의 라이선스 요금 변화가 동영상 스트리밍 산업 전체의 비용 구조를 흔들고 있다. 조용히 터진 특허 폭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