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수] H.264 특허 폭탄, 한국 OTT·IPTV엔 일단 불발탄…방치하면 진짜 폭탄
H.264 코덱 특허를 관리하는 Via LA(Via Licensing Alliance)가 최대 45배 인상된 새 요금 체계를 제시하면서 OTT·IPTV 업계에 특허 폭탄이라는 소식이 퍼졌다. 해외 OTT 기업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한국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요금표를 적용해도 당장의 충격이 크지 않다.
그러나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다 소송이 걸릴 경우 기존 미지불 로열티까지 소급 청구될 수 있다. 가입자가 성장하면 요금 구간도 급격히 뛰어오른다. 불발탄이라고 방치했다가 진짜 폭탄을 맞을 수 있다.
Via LA의 OTT 스트리밍 요금은 가입자 규모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가입자 500만명 미만은 연간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500만~2000만명은 연간 225만달러(약 31억원), 2000만~1억명은 337만5000달러(약 46억원), 1억명 이상은 450만달러(약 61억원)다. 티빙(MAU 496만명)과 웨이브(MAU 254만명)는 모두 500만명 미만 구간이다.
IPTV도 마찬가지다. 케이블·위성 카테고리가 적용되는 IPTV는 가입자 300만~750만명 구간이면 연간 250만달러(약 34억원)다. KT 올레tv(698만명), SK Btv(675만명), LGU+(576만명) 모두 이 구간에 해당한다.
45배 인상이 현실화돼도 한국 기업들의 실제 부담은 OTT 연간 1억4000만원, IPTV 연간 34억원 수준이다.
IPTV 3사의 대응은 회사별 온도 차가 뚜렷이 나타난다.
KT 관계자는 "H.264 코덱 로열티는 제품코덱 로열티와 스트리밍 로열티 두 가지로 구분되며, 지니TV는 셋톱박스 기반 서비스로 제품코덱 로열티만 사용 중"이라며 "셋톱박스 단말 금액에 H.264 코덱 로열티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에 대해서는 "지니TV 모바일은 컴패니언앱이며 TV 서비스에서 확보한 라이선스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IPTV 3사 중 유일하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와 별도로 셋톱박스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라 직접적인 재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10여 년 전 특허권자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은 것이 전부이고, 이후 어떤 후속 논의도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짚어야 할 구조적 쟁점이 있다. Via LA의 라이선스는 섹션 1(코덱 제조·판매)과 섹션 2(스트리밍)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KT의 설명대로라면 셋톱박스 하드웨어에 내장된 코덱 사용은 커버된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는 섹션 2의 독립 카테고리다. 컴패니언앱이라도 H.264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순간 섹션 2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KT의 해석이 맞는 것인지 추후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OTT도 온도 차가 크다. 티빙은 별도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고, 웨이브는 대형 업체들의 진행 상황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곳 모두 사실상 관망 중이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적자 기업이다. 2025년 기준 티빙의 영업손실은 약 698억원, 웨이브는 121억원이다. 수년치 소급 청구가 현실화되면 연간 1억원대 로열티라도 누적 부담이 작지 않다. 적자를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는 두 회사에게 예상치 못한 특허 청구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관망이 결코 안전한 선택이 아닌 이유다.
Via LA는 본지에 "스트리밍 서비스는 셋톱박스 등 디바이스 라이선스와 별도의 독립적인 계약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라이선스 체계는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합리적인 로열티를 배분하도록 설계됐으며, 2025년 중 미계약 미디어 기업들에게 직접 연락해 기존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Via LA가 2025년에 이미 미계약 업체들에게 접촉했다는 것은 한국 기업들도 연락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답한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당장은 금액이 작더라도 계약 없이 서비스를 운영해온 기간이 길어질 경우 문제가 된다.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현재 요금뿐 아니라 그간 미지불된 로열티를 소급해 청구받을 수 있다. 연간 1억원대라도 수년치가 쌓이면 부담이 달라진다. 티빙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는 순간 요금 구간도 연간 225만달러로 뛰어오른다.
Via LA 라이선시 명단에는 이미 LG유플러스, 삼성전자, LG전자, 휴맥스, 넷플릭스, 구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계약한 기업과 안 한 기업의 경계가 선명해지고 있다. 불발탄이라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