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삼겹살 쇼맨십’에 가려진 것들은?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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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23:08
글로벌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의 한국 행보가 연일 언론에 도배되고 있다. 그는 방한 첫날 페이커를 만나고 한국의 재벌총수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가 선택한 식사 장소는 서울의 한 삼겹살 식당. 몇 시간 전 부터 수백명의 인파와 취재진들이 식당 앞을 둘러싸는 바람에 경찰이 인파관리를 위한 통제선까지 설치했을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홍대의 삼겹살 식당에서 건배를 하는 최태원 회장, 젠슨 황, 이해진 의장, 구광모 회장. (사진: 연합뉴스)유리창을 통해 밖이 훤히 보이는 식당에서 삼겹살 쌈을 싸 먹고, 식당 앞에 몰린 인파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인기 연예인의 팬서비스다. 동석자 중 가장 어린(?) 엘지 구광모 회장이 고기를 굽고, 최태원 회장이 바나나우유 상자를 나르고,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네이버 페이로 식당에 있던 다른 이들의 식사비까지 결제하는 모습 또한 화제가 되었다. 젠슨 황은 방한 이틀 째 날에 예능 프로 의 녹화장으로 직행해 유재석과 방송 녹화를 했으며, 조만간 프로야구 시구자로 등장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이런 일정들은 몇 달 전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나란히 앉아 치맥 회동을 가졌던 장면의 연장선이다.
재벌들의 삼겹살 저녁식사와 바나나우유 나눔, 그 중심에 있는 젠슨 황의 행보는 기업가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선거철 정치인들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쇼맨십이며 철저히 기획된 셀러브리티 마케팅의 결과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마음 한 편으로 찜찜한 기분이 든다면 이 때문이다.
기업 총수는 제품과 성과, 실적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존재다. 정치인이 공약과 정책, 말과 신념으로 공적 책임을 지듯, 경영자와 기업에 대한 평가는 자본시장 안에서 수치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젠슨 황의 방한 행보는 연예인식 이미지 소비에 치중되어 있다. 그가 쓰는 안경과 늘상 입는 가죽점퍼의 브랜드, 한국에서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는지는 엔비디아의 가치나 한국 기업들의 실익과는 큰 관계가 없다. 더구나 이러한 파격 행보를 그의 딸이 기획했다며 미디어가 앞장서서 띄워주는 모습은 할리우드의 네포 베이비(특혜받은 유명인의 자녀) 마케팅이나 국내 재벌 2세의 서사 만들어주기 식(‘대리로 입사해 탁월한 성과를 거둬 부사장으로 승진’) 미디어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한국에 깜짝 선물을 가져왔다’는 젠슨 황 발언의 프레임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가 없는 ‘선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국내 대기업들의 연쇄 회동은 그 장소가 삽겹살 집이든 회의실이든 협상이며 거래의 현장이다. 철저한 사업적 이해관계와 생존이 걸린 자본의 계약인 것이다. 사실 젠슨 황이 방한한 것은 차세대 AI 반도체 독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의 필요성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번 방한은 엔비디아 자체의 생존과 이익 극대화를 위한 철저한 비즈니스 협상인 셈이다.
젠슨 황 일행이 방문하기로 한 식당 앞에 몰려든 인파와 취재진.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젠슨 황은 방한 할 때 마다 자신과 그의 회사가 한국의 국익을 위해 시혜를 베푸는 것 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런 태도에는 오만함이 깔려 있고 시장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기업가가 셀러브리티와 같이 관심을 끌고, 대중과 시장에 사소한 시혜를 베풀며 마치 구원자처럼 보이려는 PR 전략은 냉철해야 할 투자자들의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이미 젠슨 황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등 소위 ‘스타 경영자’ 들의 과도한 미디어 노출, SNS 메시지가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우고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금융 시장 전문가들의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일론 머스크조차 자신의 정치적 발언들 때문에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으니 말이다.
셀럽이 된 테크 권력자(Tech Celebrity)의 말 한마디와 친근해 보이는 행보에 일희일비하는 현상은 결코 건전하지 않다. 과도한 셀러브리티 마케팅은 기업과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주며, 투자자들에게 막연한 오해를 심어줄 위험이 크다. 젠슨 황은 한국 경제를 구원하러 온 천사가 아니며 우리같은 '보통사람' 도 더더욱 아니다. 그는 230조원 대의 자산가이며 한국의 기업들을 통해 엔비디아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의 착시 속에서 젠슨 황이 연출한 친근한 삼겹살 쇼, 그리고 이에 보조를 맞춘 대기업 총수들의 미디어 노출 경쟁에 취해 본질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락스타 같은 CEO를 향한 환호가 아니다. 냉혹한 패권 경쟁 속에서 손익 계산기를 철저히 두드리는 치밀함, 그리고 '엔비디아 공급망'이라는 종속적 위치를 넘어 반도체 이후의 생존 비전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쇼가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 시장에는 오직 가혹한 숫자와 객관적 실적만 남을 뿐이다.
홍대의 삼겹살 식당에서 건배를 하는 최태원 회장, 젠슨 황, 이해진 의장, 구광모 회장. (사진: 연합뉴스)유리창을 통해 밖이 훤히 보이는 식당에서 삼겹살 쌈을 싸 먹고, 식당 앞에 몰린 인파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인기 연예인의 팬서비스다. 동석자 중 가장 어린(?) 엘지 구광모 회장이 고기를 굽고, 최태원 회장이 바나나우유 상자를 나르고,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네이버 페이로 식당에 있던 다른 이들의 식사비까지 결제하는 모습 또한 화제가 되었다. 젠슨 황은 방한 이틀 째 날에 예능 프로 의 녹화장으로 직행해 유재석과 방송 녹화를 했으며, 조만간 프로야구 시구자로 등장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이런 일정들은 몇 달 전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 나란히 앉아 치맥 회동을 가졌던 장면의 연장선이다.재벌들의 삼겹살 저녁식사와 바나나우유 나눔, 그 중심에 있는 젠슨 황의 행보는 기업가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선거철 정치인들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쇼맨십이며 철저히 기획된 셀러브리티 마케팅의 결과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마음 한 편으로 찜찜한 기분이 든다면 이 때문이다.
기업 총수는 제품과 성과, 실적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존재다. 정치인이 공약과 정책, 말과 신념으로 공적 책임을 지듯, 경영자와 기업에 대한 평가는 자본시장 안에서 수치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젠슨 황의 방한 행보는 연예인식 이미지 소비에 치중되어 있다. 그가 쓰는 안경과 늘상 입는 가죽점퍼의 브랜드, 한국에서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는지는 엔비디아의 가치나 한국 기업들의 실익과는 큰 관계가 없다. 더구나 이러한 파격 행보를 그의 딸이 기획했다며 미디어가 앞장서서 띄워주는 모습은 할리우드의 네포 베이비(특혜받은 유명인의 자녀) 마케팅이나 국내 재벌 2세의 서사 만들어주기 식(‘대리로 입사해 탁월한 성과를 거둬 부사장으로 승진’) 미디어 플레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한국에 깜짝 선물을 가져왔다’는 젠슨 황 발언의 프레임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가 없는 ‘선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국내 대기업들의 연쇄 회동은 그 장소가 삽겹살 집이든 회의실이든 협상이며 거래의 현장이다. 철저한 사업적 이해관계와 생존이 걸린 자본의 계약인 것이다. 사실 젠슨 황이 방한한 것은 차세대 AI 반도체 독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의 필요성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번 방한은 엔비디아 자체의 생존과 이익 극대화를 위한 철저한 비즈니스 협상인 셈이다.
젠슨 황 일행이 방문하기로 한 식당 앞에 몰려든 인파와 취재진.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젠슨 황은 방한 할 때 마다 자신과 그의 회사가 한국의 국익을 위해 시혜를 베푸는 것 처럼 포장하고 있다. 그런 태도에는 오만함이 깔려 있고 시장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기업가가 셀러브리티와 같이 관심을 끌고, 대중과 시장에 사소한 시혜를 베풀며 마치 구원자처럼 보이려는 PR 전략은 냉철해야 할 투자자들의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이미 젠슨 황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등 소위 ‘스타 경영자’ 들의 과도한 미디어 노출, SNS 메시지가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우고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금융 시장 전문가들의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일론 머스크조차 자신의 정치적 발언들 때문에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으니 말이다. 셀럽이 된 테크 권력자(Tech Celebrity)의 말 한마디와 친근해 보이는 행보에 일희일비하는 현상은 결코 건전하지 않다. 과도한 셀러브리티 마케팅은 기업과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주며, 투자자들에게 막연한 오해를 심어줄 위험이 크다. 젠슨 황은 한국 경제를 구원하러 온 천사가 아니며 우리같은 '보통사람' 도 더더욱 아니다. 그는 230조원 대의 자산가이며 한국의 기업들을 통해 엔비디아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의 착시 속에서 젠슨 황이 연출한 친근한 삼겹살 쇼, 그리고 이에 보조를 맞춘 대기업 총수들의 미디어 노출 경쟁에 취해 본질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락스타 같은 CEO를 향한 환호가 아니다. 냉혹한 패권 경쟁 속에서 손익 계산기를 철저히 두드리는 치밀함, 그리고 '엔비디아 공급망'이라는 종속적 위치를 넘어 반도체 이후의 생존 비전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쇼가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 시장에는 오직 가혹한 숫자와 객관적 실적만 남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