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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엘리의 도시는 말한다]⑱로테르담–유럽의 관문이 된 항구 도시의 전략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 모습 / 사진 픽사베이

현대의 도시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경제 전략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은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 글로벌 인재 확보,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름’은 곧 ‘전략’이며, 도시 간 경쟁력의 상징적 신호로 기능한다. 본 연재는 글로벌 도시의 지명 유래를 통해 경제, 역사, 문화, 외교의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 독자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모든 물길은 결국 로테르담으로 흘러간다.”

물에서 시작된 도시, ‘Rotte’의 댐 위에 세워지다

네덜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로테르담(Rotterdam)’은 ‘Rotte’라는 작은 강과 ‘dam(댐)’이 만나 생겨난 이름이다. 직역하면 ‘로테 강 위의 댐’이다. 간결한 이 이름 속에는 중세 유럽인들의 생존 본능과 치열한 자연 개척의 흔적이 담겨 있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 모습 / 사진 픽사베이

13세기경 현재의 로테르담이 자리한 곳은 습지와 늪지로 가득한 불모지에 가까웠다.바다와 강 사이에서 끊임없이 넘쳐나는 물과 싸우며 살던 사람들은 어느 날 로테 강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댐을 만들었고, 그 댐은 곧 마을의 중심이 되었다. 점차 무역과 선박의 기착지로 발전하며 로테르담은 말 그대로 ‘의지의 댐’ 위에 세워진 도시가 되었다.

‘물을 통제하는 기술’은 로테르담의 시작이자 정체성이었고, 이것은 도시가 항만 도시로 도약하는 전략적 기반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바다보다 낮은 나라 네덜란드. 그 중에서도 로테르담은 '수면 아래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인간과 자연이 만든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잿더미 위의 재도약, 물류와 전략의 실험실로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였다. 로테르담은 동인도회사와 함께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1940년 발생한 독일군의 공습은 단 15분 만에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고, 수천채의 건물과 역사적 중심지가 불타올랐다. 그렇게 로테르담은 무너졌다.

그 다음의 선택이 놀라웠다. 로테르담은 ‘복원’이 아닌 ‘재설계’를 택했다. 상흔 위에 과거를 되살리는 대신, 미래의 도시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노테르담은 건축과 도시계획의 실험장이 되었고, 동시에 유럽 물류의 심장이 되었다. 라인강, 마스강, 스헬데강과 연결된 수로망은 유럽 내륙을 하나로 엮었고, 로테르담은 트랜십먼트 허브(환적 거점)로 부상하며 '유럽의 관문(Gateway to Europe)'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로테르담 항구 사진을 참고해 AI로 유사하게 만든 모습 / 사진 챗GPT에서 생성

스마트 항만(Smart Port), 무인 자동화 터미널, 자율운항 시스템, 그리고 친환경 선박 기술 등 미래형 항만 전략은 이곳에서 이미 현실이 되었다.

로테르담은 단지 전쟁에서 회복한 도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진화한 도시였다.

로테르담과 부산, 서로를 닮은 두 개의 관문

오늘날 로테르담 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와 시스템을 자랑한다. 연간 4억톤의 물동량, 서울 절반 크기의 항만 면적, 그리고 유럽 전역을 24시간 내에 연결하는 도로·철도·수로 기반의 내륙 운송망을 갖추고 있다. 그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은 이제 크레인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또 하나의 도시가 있다면 바로 부산이다부산항 역시 동북아시아 최대의 환적 중심지이자 글로벌 해운의 핵심 허브다. 

부산항 신항 모습 / 사진 부산항만공사 부산항 신항 모습 / 사진 부산항만공사

두 항만 모두 컨테이너 환적 화물이 전체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자동화, 디지털화, 친환경화라는 현대 항만의 핵심 키워드를 실현해가는 대표 사례다. 부산항은 로테르담의 무인 자동화 시스템과 스마트 항만 전략을 벤치마킹하며 ‘한국형 스마트 포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반 예측 시스템, 수소 연료 기반 장비, ESG 물류 전략, 그리고 대규모 배후 산업단지와 글로벌 해운사 집적 등에서 두 항만은 세계 공급망의 양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위에서, 한국과 네덜란드는 단단한 외교·경제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하멜의 표류기에서 시작된 인연은 6·25 전쟁 당시 네덜란드의 유엔군 파병, 그리고 오늘날 반도체, 조선, 화학, 항만기술 분야의 협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삼성, SK와 같은 한국 기업들과 긴밀한 기술 제휴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3년 양국이 선언한 ‘반도체 동맹’은 공급망 안정과 미래 전략을 공유하는 협력 체계의 상징이 되었다.

부산과 로테르담. 서로 다른 대륙의 끝에서, 바닷길로 연결된 두 도시. 이 두 도시들은 말한다.

“항만은 과거의 입구가 아니라, 미래의 출구다.”

장엘리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labmoneta618@gmail.com 

※ 외부 기고는 콕스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엘리 교수는 동명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이자, 국립외교원/외교부  외래교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 컨설팅사 랩 모네타(Lab MoNETA) 대표 컨설턴트다.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그는 삼표그룹 홍보팀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TV, 내외경제TV, 아리랑TV 등에서 앵커 및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도시 기반의 경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타트업 국제 진출 컨설팅, 글로벌 IR 피칭 등을 지원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연결하는 실전형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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