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구글이 쏜 'AI 자율망'… 국내 이통사·풀MVNO까지 영향권

통신망 운영에서 인공지능(AI)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장애를 찾고 원인을 분석한 뒤 일부 조치까지 돕는 자율망 기술이 글로벌 장비업계에서 확산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도 망 운영 자동화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최근 노후 LTE 망을 통합형 신형 장비로 교체하는 현대화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AI 기반 자율운용 체계 구축을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노키아는 6월 23~2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DTW 이그나이트(Ignite) 2026에서 자율망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사전 구축형 AI 에이전트를 모은 자율망 에이전트 라이브러리와 자율망 스위트 최신 버전, 오픈랜 기반 만타레이(MantaRay) SMO, IP·고정·광 네트워크용 AI 프레임워크를 함께 업그레이드했다. 이 가운데 에이전트 라이브러리는 보안, 서비스 어슈어런스, 운영 전반에서 이벤트를 선별하고 근본 원인을 분석한다. 노키아는 이 기능이 기존 방식보다 생산성을 60~80%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클라우드와의 협력은 하루 전인 22일 공개됐다. 노키아는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기반 전용 AI 에이전트 6종을 노키아 어슈어런스 센터에 적용하는 구상을 내놨다. 라우터, 이벤트 분류, 이상 탐지, 조치 추천 등 역할별 에이전트로 복잡한 장애의 해결 시간을 50~80% 줄이겠다는 것이다. 라우터와 이벤트 분류 등 일부는 이미 작동 중이다. 정식 출시는 9월 구글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이뤄진다.
변화는 국내 통신사에도 곧장 닿는다. SK텔레콤은 노키아와 차세대 기지국 기술 AI-RAN을 함께 개발해 실증망에서 시연한 바 있다. 자율망 기술이 이미 국내 망 운영 논의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얘기다. KT는 5G 단독모드(SA)를 운영하며 망 지능화 기반을 다졌고, 통신 3사는 올해 AX(AI 전환)를 공통 기조로 내세우며 망과 시스템 교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가입자 증가는 둔화하고 비용 절감 압박은 커졌다. 네트워크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확산 속도는 기술 성숙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민감한 망 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에 어디까지 올릴지, AI가 어느 범위까지 직접 조치할지,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누가 질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경쟁의 축도 바뀐다. 앞으로는 장비 성능 못지않게 운영을 얼마나 자동화할 수 있는지가 변별점이 된다. 장비 벤더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AI 운영 기능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면 기존 운영지원시스템(OSS)·사업지원시스템(BSS) 업체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풀MVNO(자체설비 보유 알뜰폰) 준비 사업자도 이 사정권 안에 있다. 제4이통에 도전했던 미래모바일을 비롯한 일부 업체가 풀MVNO 사업자 지위를 가진 후 자체 코어망과 과금 체계를 직접 운영하게 되면, 망을 빌려 쓰던 재판매 구조와 달리 장애 대응과 운영 효율이라는 부담을 함께 떠안는다. 정부도 도매대가 인하와 도매제공의무 확대로 풀MVNO 육성에 나섰다. 운영을 얼마나 자동화하느냐가 후발 사업자의 비용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된다. 다만 이번 노키아·구글의 발표는 무선접속망(RAN)·전송망 자동화에 무게를 둔 만큼, 풀MVNO 영역과의 직접 접점은 아직 제한적이다.
팔라비 마하잔 노키아 최고기술·AI책임자(CTO)는 "네트워크가 정적 인프라에서 프로그래머블하고 AI 네이티브한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트래픽을 관리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진전은 운영자가 더 빠른 의사결정과 자동화 운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