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콕] 오픈AI 상장 안갯속…2인자 떠난 다음날 애플 소송까지

단 이틀 사이 오픈AI에 큰일이 두 번 터졌다. 9일(이하 현지시각) 오픈AI 2인자인 피지 시모 애플리케이션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떠났다. 하루 뒤인 10일에는 애플이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오픈AI 직원들이 애플의 기술 기밀을 훔쳐 갔다는 내용이다. 우연히 겹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오픈AI 관리 체계가 사업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
오픈AI에서 핵심 임원이 자리를 비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에는 시모가 지병 문제로 자문역으로 물러났지만,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마케팅 총괄(암 투병), 제품 총괄, 소라(동영상 서비스) 총괄 등도 잇달아 회사를 나갔다.
오픈AI는 비공개로 주식시장 상장(IPO)을 준비 중인데, 2025년 한 해 발생한 39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손실은 2024년보다 8배 가까이 많았다. 핵심 인력 이탈과 적자 확대가 같은 시기에 겹쳐 일어났다.
어수선한 틈을 애플이 파고들었다. 애플은 캘리포니아 법원에 낸 소장에서 오픈AI 하드웨어 총괄 탕탄과 전직 애플 엔지니어 창리우를 지목했다. 24년간 애플에 몸담았던 탕탄은 애플 부사장 출신인데, 애플 측은 그가 오픈AI 입사 지원자들에게 애플 부품(배터리, 로직보드 등)을 직접 가져와서 보여달라고 시켰다고 주장한다.
창리우는 퇴사할 때 회사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았고, 이후 애플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방법을 알아내 미공개 제품 문서 수십 건을 내려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애플은 2월 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는 편지를 오픈AI에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다른 회사의 기밀에는 관심 없다"는 짧은 입장만 냈을 뿐이다.
오픈AI가 2025년 애플 전 디자인 총괄 조니 아이브의 회사를 64억달러(9조6218억원)에 사들이며 시작한 하드웨어 사업도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 중 하나다. 애플이 오픈AI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 대상에 아이브의 이름은 없지만, 애플이 문제 삼는 하드웨어 사업 자체를 지금 아이브가 이끌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발생한 오픈AI의 임원 공백과 대형 소송. 투자자들은 회사 관리 체계부터 의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애플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올 하반기로 점쳐지던 오픈AI 첫 하드웨어 기기 공개도 늦어질 수 있다고 본다.
애플이 챗GPT를 아이폰에 탑재하려면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소송이 그 협력까지 흔들 경우 오픈AI는 대규모 소비자 접점 하나를 잃게 된다. 큰 악재다.
오픈AI의 IPO는 예정대로 가기 어려워 보인다. 소송과 임원 공백 둘 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소송은 짧아도 수개월, 길면 1~2년간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절차를 거친다. 그 기간 내내 오픈AI의 하드웨어 사업은 훔친 기술 위에 세운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2인자 공백까지 겹쳤으니 주간사 입장에서는 상장 시점을 2026년 하반기에서 2027년 이후로 미루는 쪽이 안전하다. 이미 일부 외신이 보도한 상장 지연설에 이번 소송이 힘을 실어주는 그림이다.
결국 이번 소송의 실질적 파장은 재판 결과가 아니라 오픈AI의 상장 시계를 늦춘다는 데 있다. 이 모든 리스크를 수습해야 할 사람은 샘 올트먼 CEO다. 소송 대응, 조직 재정비, 상장 일정 조율까지 한꺼번에 떠안게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그의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