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김성민] 이재명이 찢어버린 300억원짜리 문서 한 장

300억원 짜리 종이 한 장 지난 5월, 하버드가 4만원에 샀던 '마그나 카르타'가 700년 넘은 원본으로 밝혀졌다지. 그 가치가 4만 원에서 30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관련기사)
도대체 마그나 카르타가 뭐길래 3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가? 오래된 문서라서? 아니다. 그 안에는 '왕도 법 아래에 있다'는 피 냄새 나는 원칙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13세기 존 왕은 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통치했다. 토지를 함부로 몰수하고, 상속세를 과도하게 부과했다. 재판 절차를 지연하거나 아예 취소하며 사법권을 남용했다. 귀족들은 무장 봉기를 일으켜 왕과 대치했다. 내전 직전까지 가는 피비린내 나는 실력 행사가 이어졌다. 결국 존 왕은 그 칼날 앞에 굴복했고, 마그나 카르타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왕도 법 아래에 있다'는, 인류 역사를 바꾼 법치주의의 위대한 시작이다. 300억 원은 바로 이 정신에 대한 값이다.
977672e09b71eab1ac08c87a7a8a6dc8e027572c.jpg1215년 6월 15일, 영국 러니미드에서 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하는 존 왕의 모습 (AI생성=가피우스)21세기 대한민국, 법 위의 대통령 지금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법원이 재판을 임의로 연기하는 전례없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800년 전, 인류가 피 흘려 벗어났던 마그나 카르타 이전의 야만적인 법적 개념으로 회귀한 거 아닌가? '왕조차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개념을 가슴에 새긴 지 800년인데, 대체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가 결정한 짓은 무엇인가? 대통령이라는 직위 하나로 모든 사법적 책임에서 벗어나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준 꼴이 아닌가?명백히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의 등장을 의미하며, 사법부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권력의 시녀를 자처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만인 앞의 평등'이라는 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제 왜 법을 존중하고 왜 지켜야 하는지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재명보다 힘이 없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답해야 하지 않나. 법치주의 사회에서 800년 전 노예 사회로 돌아가고 말았다. 앞으로 힘 있는 자는 죄를 저질러도 권력을 잡으면 그만이라는 더러운 메시지를 공공연하게 던진 것과 다름없다. 법치주의가 없는데, 법원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권력없는 노예들만 재판하는, 노예심판원으로 개칭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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