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25만원 민생지원금이 민생파탄금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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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원의 유혹
정치인이 국민의 지갑에 손을 뻗는 순간은 두 번이다. 세금을 걷어갈 때와 마음을 사려 할 때. 지금은 후자의 계절이다.
25만원. 누구에겐 큰 돈이겠지만, 누구에겐 저녁외식비 정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돈을 둘러싼 여의도의 열기는 이재명 당시 후보의 발언처럼 진심으로 노벨경제학상감 아이디어로 다루는 듯하다. 20조원은 감이 안잡히지만 25만원은 눈앞에 떠오른다. 하지만 수학을 조금만 해봐도 이상하다. 하지만 아무도 계산기를 꺼내지 않는다.
공약의 변신
"전 국민 25만원"은 이재명의 대선 공약이었다. 집권 후 "소득별 차등 지급"으로 슬그머니 옷을 갈아입었다. 15만원부터 50만원까지. 재정건전성을 고려했다는 그럴듯한 설명이 뒤따른다.
하지만 속내는 투명하다. 포퓰리즘 비판은 피하고 당선에 대한 보상으로 민심을 붙잡겠다는 계산. 마치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저칼로리 케이크"라고 쓰인 간판을 보고 안심하며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지역화폐로 준다는 조건도 흥미롭다. 3개월 안에 써야 하고, 대형마트 출입금지, 온라인 쇼핑 불가. 국가가 성인에게 용돈을 주면서 "어디서 뭘 사라"고 지시하는 셈이다. 자유시장경제 교과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을 풍경이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14조3천억원. 실제 소비로 이어진 비율은 26~36%. 나머지는 저축통장으로 직행했거나 원래 쓰려던 돈을 대체했을 뿐이다. 신세돈 교수의 연구는 더 냉혹하다. 경제성장 효과는 거의 제로. 소상공인들이 "장사가 좀 나아졌다" 싶었던 순간도 1~2개월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같은 처방전을 다시 꺼내든다. 왜일까? 경제 효과는 불투명하지만 정치적 효과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25만원을 손에 쥔 유권자는 고맙다고 생각한다. 20조원의 빚은 추상적 숫자로 남는다.
선별 vs 보편의 딜레마
경제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집중하라." 2차 재난지원금처럼 특정 대상에게 몰아줄 때 빈곤 감소 효과가 더 컸다는 데이터도 있다.
하지만 정치는 경제학과 다르다. 선별 지원은 곧 차별 대우다. "왜 나는 빼고?" 하는 불만이 지지율로 계산된다. 비효율적이지만 모두에게 주는 게 정치적으로는 안전하다.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다는 설정도 절묘하다. 90%가 받으니 불만 세력은 10%뿐이다.
보이지 않는 세금, 인플레이션
20조원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어떻게 될까? 돈은 많아지는데 물건은 그대로다. 당연히 값이 오른다. 25만원을 받았지만 모든 게 비싸졌다면 실질적 이익은 얼마나 될까? 
더 아이러니한 건 인플레이션의 최대 피해자가 바로 서민이라는 점이다. 부자들은 부동산, 주식 같은 자산으로 물가 상승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월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서민을 돕겠다는 정책이 서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역설.
지역화폐라는 착각
광명시가 시민들에게 지역화폐로 10만원씩 줬을 때 사용률이 98.9%였다고 한다. 성공 사례로 포장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지역화폐로 생필품을 산 만큼 다른 곳에서 쓸 예정이던 현금을 아꼈다면? 실제 소비 증가는 미미하다.
풍선을 한쪽에서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푸는 것과 같다. 게다가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을 따질 권리를 잃는다. 선택의 자유 대신 정부가 지정한 곳에서 강제 쇼핑을 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국가 통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미래에서 빌려온 돈
20조원은 결국 빚이다. 정확히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 갚을 빚이다. 지금 치킨을 먹는 대신 우리 손자들이 그 이자를 평생 낼 셈이다.
정치인들의 시간표는 짧다. 다음 선거까지가 전부다. 20년 후 국가 부채 같은 건 다음 정권이 걱정할 일이다. 당장의 지지율이 미래의 재정건전성보다 중요하다. 근시안적 사고의 전형이다.
진짜 병은 따로 있다
한국 경제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한 복지비용 급증, 혁신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정체. 25만원으로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오히려 즉효성 있는 현금 살포에 맛을 들이면 진짜 필요한 구조 개혁은 미뤄진다.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교육 혁신 같은 쓴 약은 누구도 처방하지 않는다. 진통제만 계속 늘려간다.
중독의 시작
더 위험한 건 현금 지급에 대한 기대가 계속 커진다는 점이다. 이번에 25만원, 다음에는 30만원, 그 다음엔 50만원. 마약과 비슷하다. 내성이 생겨서 더 많은 양을 원하게 된다.
정치인들도 더 큰 액수를 약속해야 경쟁력을 갖는다. 재정 여건은 나빠지는데 공약은 더 커진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효율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
그렇다면 아예 포기해야 할까? 정치적 현실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최소한 효율성이라도 높일 방법은 있다. 진짜 어려운 계층에 집중하고, 사용처 제한을 대폭 완화하며, 정책 효과를 엄밀하게 측정하는 것이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이 적확하다. "재정 여력이 악화된 상태에서 돈을 푸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굳이 해야 한다면 소상공인 위주로 집중하는 게 차라리 낫다. 적어도 명분은 있으니까.
공짜 점심의 진짜 가격
25만원의 진짜 비용은 25만원이 아니다. 미래 세대가 평생 갚아야 할 이자, 인플레이션으로 갉아먹힌 구매력, 시장 왜곡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중요한 개혁을 미루는 기회비용이다.
경제학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명제가 있다. 특히 정치인이 사주는 점심은 더더욱 그렇다. 계산서는 나중에 온다. 이자까지 붙어서.
25만원에 현혹될 때가 아니다. 진짜 필요한 건 단기 처방전이 아니라 장기 치료 계획이다. 하지만 아픈 곳에 바르는 연고가 수술보다 쉽다. 정치인도, 국민도 쉬운 길을 택한다.
그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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