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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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전쟁 준비’인데, 우리만 ‘무장해제’ 역주행인가

cfc0586272198250b788a52c59ee55517c052b59.jpg사진 : 국방과학연구소 (연합뉴스)

국산 전투기 KF-21의 핵심 타격 수단이 될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북한이 핵 탑재 신형 구축함을 선보이고 중·러 해군이 우리 바다를 휘젓는 와중에, 국책 연구기관은 ‘주변국과 교전 확률이 낮다’며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년 국방 예산에서 관련 항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 세계는 ‘평화의 시대는 끝났다’며 군복을 다시 입고 있다.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의 맹주 독일마저 국방비를 GDP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재무장을 선언했다. 냉전 종식 후 30년간 멈췄던 무기 공장이 다시 돌아가고, 스웨덴과 핀란드는 중립 노선을 폐기하며 나토(NATO)로 달려갔다. ‘전쟁 불가 국가’ 일본마저 방위비를 두 배로 늘리며 ‘반격 능력’을 외친다. 이것이 2025년 세계의 상식이다.
한때 독일은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중국의 거대 시장에 취해 단꿈을 꿨다. 경제가 평화를 담보할 것이란 망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가스관을 무기로 유럽을 협박했고, 중국은 시장을 볼모로 주권을 위협했다.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독일과 유럽은 이제 러시아와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누구도 가지 않으며 뒤통수 맞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위험한 국가에 대한 의존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닫고 ‘위험 제거(de-risking)’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만 지금 세계의 흐름을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서방 정상들이 외면한 전승절에 버젓이 참석하고, 중국에는 간첩과 불법체류자 문제에 눈감은 채 무비자 혜택을 확대한다. 이런 와중에 터져 나온 것이 북한 이지스함과 중국 항모를 잡을 ‘게임 체인저’, 초음속 미사일 개발 포기다.
‘교전 확률이 낮다’는 분석은 한가하다 못해 기가 막힐 노릇이다. 1930년대 ‘10년 내 대전쟁은 없다’며 군축에 나섰던 영국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반복하는 꼴이다. 북한은 핵탄두를 싣겠다고 공언하고 중국 해군은 서해를 제집 안마당처럼 드나든다. 이런 위협 앞에서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라는 생각에 빠져 스스로 손발을 묶겠다는 것 아닌가.
시중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결정이냐”는 말이 나온다. 우리의 미사일 개발 중단에 박수 칠 곳은 평양과 베이징뿐이다. 핵 없는 우리가 북핵을 억제할 가장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을 걷어차는 행위다. 
국가 안보는 확률 게임이 아니다. 1%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힘의 균형이 무너질 때 전쟁이 터진다는 것을 우리는 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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