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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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국민 응징하자는 대통령

참석자 발언 듣는 이재명 대통령참석자 발언 듣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고신용자 금리를 올려 저신용자를 돕자’고 했다. 이런 해괴한 발상은 지금껏 들어본 적도 없다. 성실하게 빚 갚고 신용을 관리해온 국민에게는 금리를 높여 사실상의 응징을 가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돕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만들고 싶은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이는 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것을 넘어, 이 사회가 유지되는 최소한의 상식과 원칙을 파괴하는 일이다. 세상 어느 나라가 성실함을 처벌하고 연체를 장려하는가.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 낮은 이자를,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은 시장의 철칙이다. 대통령은 이 상식을 ‘잔인하다’고 매도하며, 금융을 ‘선(善)과 악(惡)’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려 한다. 시중에서 ‘성실하게 산 게 죄냐’는 절규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반(反)시장적 발상이 결국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자 대부업체들은 문을 닫았고,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렸다. 대통령의 방식대로라면 은행들은 아예 저신용자 대출 창구를 폐쇄할 것이다. 손해 볼 장사를 할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을 사지로 모는 셈이다.
저신용자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식은 국가 재정을 통해, 공적 영역의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한다. 성실한 개인이 쌓아 올린 신용이라는 사적 자산을 강제로 빼앗아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설화(舌禍)가 아니다. 국정 운영을 원칙이 아닌 감성으로, 경제를 논리가 아닌 선악 구도로 바라보는 리더십의 위험한 민낯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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