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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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사] 대통령의 언어, 국가의 품격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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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했다. 미국에 체포된 우리국민 300명의 귀국과 비자문제, 미국과의 관세 및 방위비 협상, 여당이 추진하는 소위 ‘검찰개혁’ 에 의한 검찰청 폐지 등 무거운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이라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당연하고 상식적인 현안에 대한 관심은, 헌정사 전례 없이 특수한 위치에서 대통령이 된 이재명이라는 특별한 사람이 내놓는 언어와 태도들 앞에서 속절없이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국가를 ‘닦아 세운’ 혼신의 100일 이재명 대통령의 특성 중 하나는 한국어의 뜻과 사용법을 쉽게 무시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 용어나 사례라도 말의 느낌만 비슷하면 과감하게 사용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초반에 ‘무너진 나라를 기초부터 다시 닦아 세운다는 마음으로 국정에 임한 100일’ 이었다고 회고했다. 계엄과 탄핵을 명분으로 대통령이 된 입장에서 할 법한 말이다. 그러나 ‘닦아 세운다’는 표현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하니 다음과 같은 뜻이 나왔다. 
b9a9cd73296b3227769374d844d84d661393c883.jpeg닦아세우다.. 는 이런 뜻이다. (사진: 네이버 한국어사전 검색결과) 닦아-세우다. (동사)꼼짝 못 하게 휘몰아 나무라다(표준국어대사전) 꼼짝 못할 정도로 마구 나무라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당황스럽다. 나라를 ‘꼼짝 못하게’ ‘나무라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옥스포드 사전이 제안한 용례 또한 더욱 당황스럽다. “돈을 갚으라고 어찌나 닦아세우는지 혼이 났다.” 저신용자 고금리가 말도 안 된다는 대통령의 기조와는 어긋난다. 무엄한 옥스포드 사전 같으니. 옥스포드 사전이 외국산이라 그렇다 치자. 표준국어대사전의 용례는 어떠한가. "이 부장은 부하 직원을 면전에서 닦아세우는 버릇이 있었다." 눈을 의심했다. 표준국어대사전 편찬진에 대한 특검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대통령더러 '이부장'이라니.
c3041c59ef2a0d1ae21107065d2540d6d7112895.jpeg기자가 지어낸 말이라 할 것 같아서 굳이 첨부하는 이미지. (사진: 네이버 한국어사전 검색결과) 대통령의 마음으로, 그의 입장이 되어보자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면 ‘닦아 세운다’는 표현이 꼭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렵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에 빙의해 보자. 강원도 가뭄과 미국 관세협상, 경제위기와 같은 시급한 현안이 무수하지만 대통령은 요즘 국무회의 주재와 지역, 현장 간담회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을 찾아 문제점을 지적하고 질의응답도 직접 한다.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생활 물가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은 “부산에서 해삼을 어떻게 했다고 난리가 났더라"며 "바가지 씌우는 것을 어떻게 단속할 방법이 없냐"고 지적했다. 한 관광객이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해삼 한 접시에 7만원을 지불했다는 바가지 사례를 말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것을 그냥 방치할 일인가"라면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9일 국무회의에서는 산업재해 예방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이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가깝다. 뻔한 건 엄벌 좀 하시라"며 "어떻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툭 하면 떨어져 죽나"라고 비판하며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소년공 출신 대통령'의 '질타 리더십'? 과연 그렇다 횟집의 해산물 메뉴 가격부터 산업재해까지, 세심하게 국정을 챙기는 이재명 대통령. 그는 장관들을 ‘닦아 세우고’ 이 나라도 ‘닦아 세우고’ 있다. 그가 열심히 닦아 세우는 대상은 장관들 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잘못된 일이 있다면 국민도 닦아 세운다. 역시 9일 국무회의에서는 최근 열린 반중집회를 언급하며 “명동에서 그런 짓(반중집회) 하고 그러더라. 특정 국가 관광객을 모욕해 관계를 악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무슨 표현의 자유? 깽판이지.” 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아무리 하늘같은 국민이라도 반중집회 같은 ‘짓’ 을 하면 ‘깽판’ 인 것이다. 
최근 은 이런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질타 리더십’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치리더십에 대해 주로 조언하는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해당 기사에서 "리더십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나온다. 소년공 출신의 대통령이 노동자,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해 몰입하고 있고, 이런 상태가 질타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게 힘들었던 과거의 삶에서부터 나오는 질타 리더십"이라고 했다.
그렇다. 그간 '리더십'은 정치 지도자의 도덕성이나 능력, 공감능력과 애민정신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상식이 너무 편협했다. ‘질타’도 일종의 리더십이며 ‘닦아 세우는’ 식의 국정운영 수단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내가 틀렸다. 이재명은 국정 전반에 세심하고, 강력하며, 소신있는 대통령이다. ‘내란’ 으로 무너진 나라가 그의 유연한 한국어 활용과 질타에 의해 티없이 깨끗하게 빡빡 닦아지고, 또 바로 세워지고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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