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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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게 관세 도와달라며 멱살잡는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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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서한과 내란법
7월 3일 청와대 브리핑룸, 이재명 대통령은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여야 공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침 뉴스를 보던 시민들은 ‘어? 정말 변했나?’라며 커피잔을 멈췄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특별법’ 제정으로 국고보조금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슷한 시각, 인천지검의 윤상현, 김상민의원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천 개입 의혹’이 적혀 있었다.
정치는 살아 있는 양자 입자처럼, 격렬한 충돌과 미묘한 협력이 한 상자 안에서 저울질된다. 만약 오늘 ‘협력’이 내일 ‘대결’로 바뀐다면, 여러분은 정치가 주는 예측 불가능의 쓴맛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월 6일 인천공항에서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협의 국면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그의 한마디는 무게추처럼 귓가에 내려앉았다. 그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마트폰으로 “8월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140자 폭탄’을 날렸다. 위 실장이 착륙도 하기전에 게임은 이미 끝나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꺼낸 카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보수 진영의 원로가 미국 특사로 향하며 “대미관계는 정치가 아닌 국익의 문제”라고 선언했다. 오늘,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관세 문제는 정쟁 대신 협력의 대상”이라 강조했다. 잠시나마 한국 정치가 어른스러워진 듯 보였다.
하지만 박찬대 의원의 ‘내란특별법’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법안은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환수·사면 제한·특별재판부 설치를 담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법리 다툼을 예고하며 공천 개입 의혹을 명시했다. 협력의 손을 내밀면서 다른 손에는 칼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악수를 청하며 상대방 주머니를 뒤지는 셈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특사단 파견보다 신속한 한미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주 앉아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압수수색을 당하고 ‘내란당’ 딱지를 단 당사자가 과연 진정성 있게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한국 정치는 19세기의 감정과 21세기의 기술을 동시에 구사한다. 한쪽 손으로는 SNS에 우호 메시지를 띄우고, 다른 쪽으로는 대결 법안을 상정한다. 이런 정치가 아니라, 정치 코스프레다.
협력이 필요하다면 끝까지 협력하라. 대결을 원한다면 끝까지 대결하라. 둘 다 하겠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현실이라면, 최소한의 일관성이라도 갖춰야 한다. 관세는 기업의 목숨줄이고, 경제상황에 좌우되는 시민의 삶은 정쟁의 실험장이 아니다.
어른들 말씀 틀린 게 별로 없다. "하나라도 제대로 해 하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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