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발렛파킹 걱정하는 대통령 비서실장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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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20:42
인천공항 발렛파킹 걱정하는 대통령 비서실장
2025년 12월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의 풍경은 기이했다. 북핵 위기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저출산 쇼크 같은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시점, 이날 회의 테이블에 오른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인천공항 주차대행 서비스'였다.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주차대행 이용 장소가 멀어지고 요금이 오르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현미경 점검을 지시했다. 국민의 불편을 세심히 살피겠다는 의도는 가상하나, 과연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장이자 국정 컨트롤타워의 2인자가 '주차장 발렛파킹 위치'를 고민하고 앉아 있는 것이 온당한가? 이는 단순한 '세심함'을 넘어, 국정 운영 시스템의 심각한 오작동을 알리는 경고등이다.강 실장의 이러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가을, 그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질책하며 "고속도로 비탈면에 잡초가 무성하다", "직원들이 자전거만 타고 다니며 청소를 제대로 안 한다"고 호통을 쳤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거대 공기업 CEO를 불러다 놓고 '도로 반장'이나 할 법한 작업 지시를 내린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K팝데몬헌터스가 덕분에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권을 문제 삼으며 전수 조사를 지시했고,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복지부를 압박했다.
이러한 행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장형 리더십'이라 치켜세우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전형적인 '만기친람(萬機親覽)'의 함정이다. 임금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면 신하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비서실장이 주차장 위치와 잡초 제거까지 지시하면, 국토부 장관과 공사 사장은 스스로 판단하기를 멈추고 용산의 입만 바라보게 된다. 자율과 책임이 사라진 관료 사회는 복지부동(伏地不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행정의 역동성을 죽이는 길이다.
더 큰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대통령실의 시간과 자원은 유한하다. 비서실장이 휴게소 음식값과 주차 요금에 신경 쓰는 시간만큼, 정작 국가의 명운을 가를 거시적 전략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이 과로로 치아가 빠지고 코피를 쏟는다는 무용담이 들려온다. 이것은 성실함의 훈장이 아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가리지 못하고 모든 일에 달려든 결과 초래된 '비효율의 증명서'일 뿐이다.
강훈식 실장은 지자체 행정과 중앙 국정을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쓰레기를 치우고 도로를 까는 지자체장의 시각으로 국가를 운영하려 든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민원 해결소'가 아니다. 개별 공항의 주차 운영 방식은 공사 실무진에게 맡기고, 비서실장은 항공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같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대통령 비서실장이 챙겨야 할 것은 '주차장의 위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치'다. 강 실장은 이제라도 '도로 반장'의 완장을 내려놓고, 본연의 임무인 '국가 전략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용산의 불빛이 국민에게 희망이 되려면, 그 불빛은 고속도로의 잡초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비추고 있어야 한다.
2025년 12월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의 풍경은 기이했다. 북핵 위기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저출산 쇼크 같은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시점, 이날 회의 테이블에 오른 핵심 의제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인천공항 주차대행 서비스'였다.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주차대행 이용 장소가 멀어지고 요금이 오르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현미경 점검을 지시했다. 국민의 불편을 세심히 살피겠다는 의도는 가상하나, 과연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장이자 국정 컨트롤타워의 2인자가 '주차장 발렛파킹 위치'를 고민하고 앉아 있는 것이 온당한가? 이는 단순한 '세심함'을 넘어, 국정 운영 시스템의 심각한 오작동을 알리는 경고등이다.강 실장의 이러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가을, 그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질책하며 "고속도로 비탈면에 잡초가 무성하다", "직원들이 자전거만 타고 다니며 청소를 제대로 안 한다"고 호통을 쳤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거대 공기업 CEO를 불러다 놓고 '도로 반장'이나 할 법한 작업 지시를 내린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K팝데몬헌터스가 덕분에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권을 문제 삼으며 전수 조사를 지시했고,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복지부를 압박했다.

이러한 행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장형 리더십'이라 치켜세우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전형적인 '만기친람(萬機親覽)'의 함정이다. 임금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면 신하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비서실장이 주차장 위치와 잡초 제거까지 지시하면, 국토부 장관과 공사 사장은 스스로 판단하기를 멈추고 용산의 입만 바라보게 된다. 자율과 책임이 사라진 관료 사회는 복지부동(伏地不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행정의 역동성을 죽이는 길이다.
더 큰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대통령실의 시간과 자원은 유한하다. 비서실장이 휴게소 음식값과 주차 요금에 신경 쓰는 시간만큼, 정작 국가의 명운을 가를 거시적 전략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이 과로로 치아가 빠지고 코피를 쏟는다는 무용담이 들려온다. 이것은 성실함의 훈장이 아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가리지 못하고 모든 일에 달려든 결과 초래된 '비효율의 증명서'일 뿐이다.
강훈식 실장은 지자체 행정과 중앙 국정을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쓰레기를 치우고 도로를 까는 지자체장의 시각으로 국가를 운영하려 든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민원 해결소'가 아니다. 개별 공항의 주차 운영 방식은 공사 실무진에게 맡기고, 비서실장은 항공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같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대통령 비서실장이 챙겨야 할 것은 '주차장의 위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치'다. 강 실장은 이제라도 '도로 반장'의 완장을 내려놓고, 본연의 임무인 '국가 전략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용산의 불빛이 국민에게 희망이 되려면, 그 불빛은 고속도로의 잡초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비추고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