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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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진숙의 수갑은 날개가 되었다


수갑 보이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수갑을 들어보이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무도한 정권이 수갑을 날개로 만들다
정권이 한 개인에게 망신을 주려다, 스스로가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데는 50시간이면 충분했다.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10월 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기습 체포한 것은 현 정권의 가장 치명적인 오판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들이 의도한 것은 '파렴치범'의 낙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권력의 탄압에 맞서 싸워 이긴 투사'라는, 야권에 더없이 강력한 정치적 아이콘을 헌납한 것이다. 

굴욕의 무대를 승리의 발판으로
정부와 경찰이 가장 공들여 연출했을 장면은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굴욕감을 극대화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이진숙은 수갑에 채워진 채 고개를 숙이고 영등포경찰서 안으로 초라하게 사라져야 했다. 그러나 이진숙은 그들이 깔아놓은 무대의 주연 배우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감독이자 주인공이 되었다.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그는 천으로 가려진 수갑을 찬 두 손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보란 듯이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이것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었다. 굴욕의 상징인 수갑을 억압에 맞서는 투쟁의 상징으로 완벽하게 전복시킨,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행위였다. 그는 침묵하거나 변명하지 않았다. 대신 포효했다. 
"이재명이 시켰나, 정청래가 시켰나!" 이 한마디와 하나의 몸짓으로, 사건의 프레임은 '사법 절차'에서 '정치 탄압'으로 순식간에 전환되었다. 정부는 이진숙에게 망신을 주려다, 오히려 그에게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가장 화려한 정치적 데뷔 무대를 제공한 꼴이 되었다. 망신을 당한 것은 굴욕을 강요당한 개인이 아니라, 그 치졸한 연극을 기획한 정부와 경찰, 그리고 수사기관 전체였다. 수갑은 그녀를 옭아맨 족쇄가 아니라, 그의 정치적 체급을 단숨에 끌어올린 날개가 되었다. 
스스로 손발을 묶은 정권
이 희대의 정치 코미디는 법원의 결정으로 정점을 찍었다. 법원은 체포적부심을 인용하며 이진숙의 석방을 명령했다. 결정의 핵심은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현 단계에서는 체포의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수사기관에게는 치명적인 판결이다. '불법 체포'였다면 기술적인 실수로나마 치부할 수 있었겠지만, '불필요한 체포'라는 판단은 권력의 남용과 정치적 의도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적인 질책이나 다름없다. 
법원으로부터 '인신 구금의 필요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사법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위이며, 정치 보복이라는 비난에 스스로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이진숙을 50시간 유치장에 가두는 대가로, 그를 상대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구속 수사'의 가능성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반명 진영의 초대형 스피커가 된 이진숙 
이제 이진숙은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었다. 단지 유치장에서 풀려났다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선다. 그는 이제 '정치적 중립 의무'라는 마지막 족쇄에서 해방되었다. 이제 아무런 법적, 정치적 제약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피커가 될 것이다. 정부는 비판자의 입을 막으려다, 훨씬 더 자유롭고 대담해진 정적을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이진숙은 단숨에 반명(反明) 진영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자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싸워 이겼다는 강력한 서사는 그 어떤 정치적 경력보다 대중에게 강력하게 어필한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그에게, 현 정부는 전국적인 인지도와 '강단 있는 투사'라는 이미지를 공짜로, 그것도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선물했다. 정부의 어설픈 공작이 아니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정치적 자산이다. 

 압송되며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추석 밥상의 심판: 정권의 의도는 민심의 의제가 되었다
정권이 노렸던 '추석 밥상' 여론전은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갔지만, 방향은 정반대였다. 전국의 가정에서는 "이진숙이 무슨 죄를 지었대?"가 아니라, "이진숙이 대체 왜 수갑을 찼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오가게 될 것이다. 그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방통위는 왜 저 지경이 됐는지, 탄핵은 왜 당했는지, 김현지 부속실장 논란을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으로 확산될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진숙 한 명을 제물로 삼아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다, 자신들의 실정과 권력 남용 의혹을 전 국민적 토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는 자충수를 뒀다. 추석 밥상에 오른 가장 큰 메뉴는 이진숙이 아니라, 바로 현 정권의 무능과 오만함 그 자체다.
결론적으로, 이진숙 체포 작전은 완벽한 실패다. 그들은 한 명의 비판자를 잡으려다 야권 전체에 새로운 활력과 상징을 부여했고, 법치주의를 외치다 사법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불신만 키웠으며, 여론을 조작하려다 스스로를 심판대에 올렸다. 이 모든 소동의 유일한 승자는 이진숙이다. 정권이 채운 수갑은, 이제 그를 정치 거물의 반열로 밀어 올리는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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