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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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하루살이 경제관'

이재명 대통령, 산업 역군 초청 오찬 참석이재명 대통령, 산업 역군 초청 오찬 참석 (서울=연합뉴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시장(市場)의 신호등이다.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말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기업은 재고를 조절한다. 반대로 "경기 부양"을 강조하면 돈의 흐름이 바뀐다. 그래서 대통령의 언어는 천금의 무게를 가져야 하고, 바위처럼 일관되어야 한다.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자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 경제는 리더십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객관적 지표가 아닌, 지지율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불과 두어 달 전으로만 돌려보자.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위협하고, 배추 한 포기에 1만 원을 호가하던 '김장 대란' 당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얼굴을 붉혔다. 그는 "물가를 잡지 못하는 것은 관료들의 나태함과 무사안일 때문"이라며 질타했고, "전 정권이 남긴 에너지 정책 실패가 시차를 두고 터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소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타도해야 할 '거악(巨惡)'이자, 남 탓을 해서라도 책임을 피해야 할 '재앙'이었다.
그랬던 대통령이 어제, 돌연 '경제 전도사'의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그는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우리 경제가 바닥을 치고 급속도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라고 정의했다. 수출이 늘고 내수가 살아나면서 생기는 '착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논리다.
귀를 의심했다. 지금 현장은 고금리와 고물가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라면값 인상에 주부들이 장보기를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이를 "건강한 경제의 징표"라며 자화자찬한 것이다. 경제적 고통을 '성공'으로 둔갑시키는 이 괴기한 현실 왜곡은,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를 내리며 "경제 독립 전쟁"을 운운했던 장면과 섬뜩할 정도로 닮아있다.
대통령이 같은 현상을 두고 어제는 '재앙'이라 하고 오늘은 '축복'이라 하면, 관료와 시장은 마비된다. 기획재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통령의 말대로 경기 회복을 즐기며 돈을 더 풀어야 하는가. 컨트롤타워가 오락가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불확실성에 노출된 기업과 가계의 몫이다. 경제를 과학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레토릭의 도구'로 전락시킨 결과다.
그 인터뷰를 보고 어떻게든 이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서민들에게 솔직하게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 한다고, 제발 '통계'를 보고 정치를 하라고 준엄하게 꾸짖으려 했다. 어제의 그 오만한 '낙관론'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 조목조목 반박하려 했다.
그런데 허탈하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 모든 비판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다시 말을 바꿨다. 어제의 발언에 대해 "현실을 모른다"는 여론의 역풍이 거세게 불자, 그는 즉각 침통한 표정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치솟는 물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너무나 뼈아프다. 비상한 각오로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겠다."
어제는 '회복의 증거'라며 웃더니, 오늘은 '뼈아픈 고통'이라며 운다. '악재'가 '호재'로 바뀌는 데 2달, 또 다시 '호재'가 '악재'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4시간도 안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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