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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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쓰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선거 후기

723770bb3bbc3e1503eb2257bb90c7744633c3a7.jpg후기를 꼭 보고 써야 하나? (그래픽-가피우스)오늘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아니, 될 것이다. 기다렸다가 쓰면 되긴 하는데 그만 퇴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먼저 쓴다. 그냥 상상해서 쓴다. 
결과는 놀랍지 않다. 이변은 없었고, 선거는 정청래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누가 봐도 김어준이 밀어주는 정청래와 이재명이 밀어주는 박찬대의 승부였다. 아니, 정확히는 김어준과 이재명의 대리전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듯, 김어준이 이겼다.
'의심(疑心)'받는 '의심(員心)', 조롱당하다박찬대 후보는 시작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듯했다. 원내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의원 하나하나가 빅 스피커이고 지역구에서는 나름의 조직을 가진 '소군주'들이다. 이들이 일제히 조직을 가동하고 방송에 나가 '명심(明心)은 박찬대다'라고 전파했다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였다.
그러나 그 많던 의원들은 선거 기간 내내 조용했다. 박찬대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위축되었고, 그들의 스피커는 마치 고장 난 듯 침묵했다.
그 빈틈을 정청래 후보는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등에 업은 그는 연일 박찬대를 조롱했다. 그의 페이스북 '알콩달콩'은 승전보를 울리는 전쟁 사령부였다. 정청래는 박찬대가 의원들에게 지지받는 것을 '의심(員心)', 즉 의원들의 마음이라 칭하며, 그것이야말로 '의심(疑心)'스러운 것이라 비꼬았다. "당원이 의원을 이긴다"는 그의 구호는, 당원의 지지를 받는 본인이 '당심(黨心)'이며, 상대는 구태한 계파의 수장일 뿐이라는 비아냥이었다. 그는 수시로 지지율 비교 그래프를 게시하며 박찬대의 자존심을 긁었고, 이는 지지자들을 결집 시키는 효과적인 무기였다.
페이스북 전쟁: 압도적 화력과 초라한 침묵김어준의 총애는 정청래에게 천군만마였다. 김어준의 메가 이벤트인 '더 파워풀' 공연에 초대받아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한 것은, 사실상 차기 권력자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책봉식'이었다. 기세가 등등해진 그는 페이스북에 집착하듯 매달렸다. 그의 페이스북은 24시간 요란하게 돌아가는 유세차량이었고, 압도적인 화력으로 온라인을 지배했다.
반면, 박찬대 후보의 페이스북은 적막강산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정청래 후보가 수십 개의 게시물을 쏟아낼 때, 박 후보의 활동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지자들의 호응도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했다. 거대한 확성기 앞에서 기가 꺾인 듯, 그는 이미 백기를 든 패장처럼 보였다.
왜 수십명 의원은 김어준 1명을 꺾지 못했나박찬대를 대놓고, 혹은 숨어서 지지하던 그 수많은 의원들은 왜 김어준 한 명을 꺾을 수 없었을까?
답은 공포다. 지금 민주당에서 김어준과 각을 세운다는 것은 정치적 생명을 건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그는 민주당의 실질적 1위 권력자이며, 그의 말 한마디에 공천이 좌우되고 정치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그에게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운 의원들에게 '명심'을 위해 용기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 
애당초 게임이 되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김어준이 더불어민주당 전체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더해도 이길 수 없는 거대한 권력임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비선 권력의 위험성, 그리고 예정된 권력 투쟁당과 정부의 권력이 이토록 선출되지 않은 비선(秘線) 1인에게 쏠리는 것은 향후 심각한 재앙을 예고한다.
첫째, 책임 정치의 실종이다. 김어준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지만, 그 결과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그는 마이크 뒤로 숨으면 그만이다.
둘째, 공당 시스템의 붕괴다. 정책 결정 과정이 건전한 토론이 아닌, 특정 인플루언서의 입맛과 그를 추종하는 팬덤의 요구에 의해 좌우된다. 당내 민주주의는 형해화되고, 다양한 목소리는 '내부 총질'로 매도될 것이다.
셋째, 극단적 팬덤 정치의 심화다. 합리적 비판은 사라지고 당은 거대한 '예스맨' 집단으로 전락하여 중도 확장은 불가능해진다.
김어준은 힘이 있는데 쓰지 않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이번 승리를 통해 확인한 권력을 당과 정부,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를 향한 힘겨루기에 사용할 것이다. 영상대감을 찾아 창고에 금은보화를 쌓던 분주한 발길들은 이제 용하다는 무당집 창고로 옮겨갈 것이다.
지금 여의도에서는 김어준에 맞서거나 소원한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모두가 은퇴했다. 바야흐로 '어준대원군'의 섭정이 시작되었다. 공식 권력과 실질 권력의 피할 수 없는 충돌. 이 싸움은 실로 흥미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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