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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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2 09:12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철저히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월 체포된 뒤 공수처와 검경 수사에 일절 불응하더니 지난달 재구속 이후로는 재판까지 거부하고 있다. 내란 재판에 3차례 불출석했고, 특검 출석은 5차례 불응했다. 어제는 구치소로 찾아온 특검의 강제구인 및 체포영장 집행마저 거부했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남겼다.
‘속옷 바람’공적 성명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표현은 모든 정권이 내세우는 법치주의와 인권, 오랜 수사 기법으로까지 통용되는 ‘검찰발(發) 언론플레이’ 에 대한 생각 거리들을 던져준다.
2019년 10월, 문재인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신설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관행을 폐지했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를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은 '죄인'으로 낙인찍는 인권 침해며 검찰의 수사 기법으로 악용되는 ‘망신주기’ 라는 오랜 비판 때문이었다. 그 결과, 규정 시행 한 달 후인 11월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했으며 이후 조사를 받은 정경심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성남 FC 후원금 의혹 건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 도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서지 않고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었다. 정치인과 유명인들의 사례를 통해 비공개 출석을 통한 피의자 ‘인권 보호’ 는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오늘 특검의 ‘속옷 바람’ 브리핑을 듣는 순간, 포토라인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형태의 ‘망신주기' 악습이 등장한 것을 깨달았다. 현장의 기자들은 술렁였고 몇몇은 항의성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지만 속옷의 형태에 대한 민망한 질문 또한 나왔다. 특검은 조금 망설이다 그의 속옷이 어떤 모양이었는지도 답변했다.
과거의 악습이었던 '포토라인'이 피의자의 위축된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번 특검의 '브리핑'은 자극적인 언어로 피의자의 품위 없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뻔뻔함과 속옷 바람의 모습을 부각해 여론의 비난을 유도하는 ‘언론플레이’다.
이러한 방식의 ‘언플’은 과거에도 있었다. 악명높은 사례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 소스' 로 보도된 '논두렁 시계’ 다. 검찰의 '논두렁 시계 언플'은 수사 내용과 무관한 개인적 내용을 흘려 피의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여론은 즉시 출렁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내용의 선정성과 충격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 측의 명분은 큰 타격을 받았고 지지자들 또한 큰 혼란에 빠져버렸다. 이쯤에서 어떤 이들은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 건과 내란수괴 윤석열 건을 비교할 수 있냐.”고 항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저질렀든 잘못은 잘못. 이번 특검의 브리핑도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을 훼손한 행위이며 수사기관의 언론플레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윤석열이 계엄으로 국가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 죄가 너무 크니, 모욕을 당해도 싸다"는 주장을 한다. 실제로 어제 종일 에스엔에스에서, 페이스북과 여러 단톡방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다. 평소 에스엔에스에서 시사와 외신에 대해 나누기를 즐기는, 소위 '고명한' 인사들조차 특검의 '속옷바람' 브리핑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분위기는 당황스럽다. 윤석열에 대한 분노, 그를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죄인(으로 추정되는 이는) 은 어떤 모욕을 당해도 싸다’ 와 같은 시각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법치’를 무시해도 된다는, 위험한 생각에 이르게 한다.
모든 사람은 법정에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 정당한 민주국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사적 응징’을 용납하지 않는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여론과 분노 감정으로 누군가를 처벌하자는 것은 사법 시스템의 권위와 공정성을 외면하는 행위다. 오늘 윤석열에게 향하는 모욕이 '당해도 싸다' 는 감정만으로 정당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일은, 그리고 언젠가는 윤석열이 아닌 그 어떤 사람에도 그와 같은 잣대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권력은 유한하고, 누구나 잘못을 했다면 재판을 받는 불운에 직면할 수 있다. 정의는 복수심이 아닌, 만인에게 공정한 법적 절차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물론, 소환에 불응하고 법적 절차를 거부하는 윤 전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지지자들 앞에서는 "당당히 조사받겠다. 진실을 밝히겠다." 고 말해놓고 법적 절차는 죄다 거부하는 그의 행태는 구차하고 민망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했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체면도 차리지 않는 모양새다. 그런 윤 전 대통령을 상대하는 특검은 낭패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특검이 취했어야 할 마땅한 태도는 ‘속옷 바람’ 브리핑이 아닌 '법적 대응’ 이었다. "피의자의 불응으로 인해 구인 집행이 불가능했으며, 향후 법원에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와 같이 법적 절차만을 공식적으로 알렸어야 했다. 만인에게 공정한 법의 집행자로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