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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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역행하는 '방구석 여포' 외교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통령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대미(對美) 외교가 코미디로 전락하고 있다. 외교의 기본인 시간과 장소의 원칙을 송두리째 뒤집었으니,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미국 땅에 가서는 온갖 것을 다 내줄 듯 굴종에 가까운 자세를 취하더니, 정작 안방에 돌아와서는 목소리를 높인다. 시중에선 이런 행태를 두고 ‘방구석 여포’라는 말이 나온다.
외교의 본질은 국익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라. 그는 조국이 위기에 처하자 백악관을 찾아가 언성을 높여가며 지원을 압박했다. 외교적 결례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의 메시지는 안과 밖이 똑같았고, 목표는 오직 ‘국익’ 하나였다. 그렇게 그는 미국과 세계의 지원을 얻어냈다. 그것이 리더의 외교다.
이 대통령은 어땠는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보인 모습은 전 세계 언론이 비웃을 만큼 아부에 가까웠다. 3500억 달러 협상안을 덜컥 수용하고, 1500억 달러 기업 투자에 보잉기 50대, 알래스카산 에너지 1000억 달러어치 구매 약속까지 얹어줬다. 그래 놓고 합의문조차 없는 회담을 ‘서희의 담판’에 비유하며 자화자찬했다. 정작 싸워야 할 워싱턴에서는 침묵하고, 안전한 청와대에서 "서명 못 한다"고 외치는 게 정상적 외교인가. 75년 한미동맹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시간의 순서 또한 엉망이다. “국익에 해로우니 서명 못 한다”거나 “감당할 수준은 연 200~300억 달러”라는 말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세웠어야 할 원칙이다. 모든 걸 내주겠다고 약속한 뒤에 와서 “사실은 돈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상식이 아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약속을 누가 믿겠는가. 국가 신뢰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다.
결국 이 모든 촌극의 뿌리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익이 아닌, 국내 정치와 지지층을 향한 ‘쇼’에 맞춰져 있다는 데 있다. 트럼프 앞에서는 성과를 포장하고, 국내에서는 강단 있는 지도자로 보이고픈 욕심이 뒤섞여 나라의 체면을 깎고 있다. 그러나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다. 안에서만 용감한 ‘방구석 여포’ 리더십의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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