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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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은 떠났지만, 아무도 '끝'이라 믿지 않는 이 촌극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연합뉴스 자료사진]사퇴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연합뉴스 자료사진]패션계엔 '디스트레스드 룩(Distressed Look)'이라는 장르가 있다. 멀쩡한 새 옷을 일부러 찢고 문질러 낡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법이다. 공장에서 막 나온 청바지에 인공적인 세월의 때를 입히면 값은 두 배가 된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것은 '연출된 낡음'일 뿐, 진짜 역사가 담긴 빈티지는 아니다.
최근 용산 대통령실을 발칵 뒤집어 놓은 "훈식이 형, 현지 누나" 사태를 보며, 나는 이 정권의 실세들이야말로 정치판의 '가짜 빈티지' 모델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1980년대, 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의 '형, 누나'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었다. 그것은 닭장차에 끌려가고 최루탄 가루를 뒤집어쓰며 생사를 함께한 이들만이 공유하는 훈장 같은 언어였다. 그 시절 운동권의 '우리끼리 문화'에는 배타적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을지언정, 적어도 고난을 함께 헤쳐 나왔다는 끈끈한 전우애와 정의감, 시대적 부채의식이 있었다. 그 투박한 연대감에는 비록 동의할 수는 없어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라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25년 오늘,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 용산에서 들려오는 "형님, 누나" 소리에는 그런 비장미도, 애틋함도 없다. 오직 이권(利權)을 향한 탐욕스러운 쩝쩝거림만 들릴 뿐이다.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
이 경박한 문장 어디에 국가와 민족을 위한 고뇌가 있는가. 이들은 선배 세대가 가졌던 치열한 정의감이나 희생정신은 배우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배운 것은 운동권 문화의 가장 저급한 찌꺼기, 바로 '양아치스러운 패거리 문화'다. 법과 원칙보다 '우리 식구' 챙기기가 우선이고, 공적 시스템보다 사적 인연이 앞서는 조폭 식 의리만이 그들의 행동 강령이 되었다.
김남국 전 비서관과 그 주변을 보자. 이들은 엄밀히 말해 투쟁의 서사를 가진 세대가 아니다. 1982년생인 그가 겪은 캠퍼스는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전쟁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선배들의 '투사 이미지'를 가짜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그 권위 뒤에 숨어 호가호위했다.
찢어진 운동화를 신고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뒤로는 수십억 코인을 굴리고,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형님, 누나" 카르텔에 기생해 2억 연봉 자리를 청탁했다. 선배들이 감옥에서 배운 '생존의 연대'를, 이들은 룸살롱이나 골프장에서 형님 아우 하며 이익을 나누는 '약탈의 카르텔'로 타락시켰다. 고난은 피해 가고 과실만 따 먹으려는 이 얌체 같은 습성이야말로 대중이 이들에게 분노하는 진짜 이유다.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태도는 이 '패거리 문화'의 정점이다. 그녀는 인사 농단 의혹 앞에서 "나는 유탄(流彈)을 맞았다"며 피해자 행세를 했다. 유탄이라니. 전쟁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유탄은 전장에서 의도치 않게 날아든 총알을 말한다. 하지만 권력의 정점에서 인사 민원의 최종 결재자로 지목된 사람이 쓸 단어는 아니다. 그녀가 맞은 건 눈먼 총알이 아니라, 본인이 던진 '불공정의 부메랑'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촌극을 비장한 전쟁 서사로 포장하려는 그 언어 감각이 참으로 빈곤하고 애처롭다. 과거의 선배들이라면 "내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을 자리에서, 그녀는 뻔뻔하게 남 탓을 시전한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 누리겠다는 태도,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시정잡배의 생존법이다.
전우애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탐욕스러운 '끼리끼리' 정신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형님, 누나'는 이제 존경의 표시가 아니다. "함께 해먹자"는 더러운 공모의 신호탄일 뿐이다. 그 더러운 소꿉놀이의 판을 깔아준 '누나'가 건재한 이상, 이 국정농단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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