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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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더라면

배우 조진웅이 처음 정부행사에 참여한 것은 내 기억으론 2019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부터다. 조진웅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정부인사들, 유족들 앞에서 추모시 ‘거대한 불꽃 부마민주항쟁‘ 을 낭송했다. 이후 2021년에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오프닝 영상에 출연했는데 그는 김구 선생의 경교장 앞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이던 우원식 의원 등 정부 인사들과 함께 ‘국민특사단’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장군 유해를 모셔왔다. 당시 청와대 영상에는 그가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공군 시그너스 수송기를 타고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유해를 모시고 대통령 뒤에서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075fb411280c0e1ca6ffc729360a58430a95b7fe.jpg사진: 문재인정부 청와대 유튜브, "홍범도 장군을 모셔온 그 역사적 현장을 담았습니다" 영상 갈무리. 국민과 유족 중심 기조에 대중적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던 당시 정부 행사에, 독립군 역할로 알려진 배우의 존재는 여러모로 효과적이었다. 연출로 보여주기 어려운 무게감과 감동을 배우의 연기와 낭송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전 정부 당시 배우, 가수 등 예술가들의 정부행사 참여가 두드러졌다. 아무튼 그 후로도 배우 조진웅은 이재명 대통령의 영화관람 일정에 나란히 동행하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두 번이나 출연해 '민주진보 셀럽' 의 면모를 보였다. 
ce82ce65462fabdbe10efa04c3c2362fb28f5b7e.jpeg사진: 2025년 8월 17일,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다큐영화 '독립군' 을 관람하는 조진웅. 이 대통령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간적인 경찰, 정의로운 검사, 명사수 독립운동가에 이어 무려 김구 선생까지 연기했다. 연기 초창기에는 복합적인 면모를 가진 갈등하는 인간, 악역도 종종 연기했는데 어느새부턴가 정의로운 민족영웅 같은 비슷한 배역으로 굳어져간 것을 알 수 있다. 홍범도 장군 유해 행사를 비롯한 각종 정부행사, 독립군 다큐 나레이션, 또 다른 정부 행사 참여 등을 거치면서 조진웅은 ‘정의롭고 깨끗한 이미지의 민주진영 대표 연예인’ 이자 ‘독립운동가의 현신’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런 그가 올해 80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대표로 낭독했다. 디스패치 기사는 피해자들이 광복절 기념식을 보고 제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한다. 
- "그는 약한 사람을 괴롭히던 가해자이자 범죄자였습니다. 그런데 경찰 역할을 맡으면서 정의로운 모습으로 포장됐죠. 이제 독립투사 이미지까지 얻었고요.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거를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디스패치 제보자)
그런데 어떤 법률가들은, 로스쿨 교수와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갱생과 교화’ 라는 ‘소년범 처벌의 취지’를 들어 조진웅에 대한 비난이 법의 정신에 맞지 않고 은퇴에 이르게 된 그의 결정도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독립운동가 생매장‘ 같은 언어를 쓰며 격하게 옹호하는 글도 보인다. 
나는 법률가도 아니고 특별히 도덕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나의 상식에서 분명한 건, 조진웅은 독립운동가가 결코 아니며 인간살이가 오직 법에만 좌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인 소년범 처분은 국가가 강제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며 당연히 치러야 할 죗값이다. 형을 다 살았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법적 처벌은 끝나지만 피해자의 고통과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조진웅이 어느 지점에서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특수절도 및 강도 강간. 한 번도 아니고 네 차례의 범행. 그 정도의 과오가 있었다면, 적어도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 로 포장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런 자제가 가능했다면 말이다. 그에게 강도나 강간(이 혐의는 부인했지만)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영화와 정부행사에서, 조진웅이 대통령과 나란히 자리하고 대중의 찬사를 받는 것을 보며 어떤 심정을 느꼈겠는가. 
아마도 조진웅은 범죄의 과거를 인식하면서 스스로를 ‘정의로운 이미지의 배우, 정부행사에 독립운동가 역할로 참여하는 중요인사’가 되는 것을 멈추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자기 과오에 대한 반성이며 일말의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활동들이 어떤 동기였든, 피해자들에겐 과거의 트라우마를 깨우는 잔인한 행동이었다.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라거나 소년범은 평생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적어도 ‘정의로운 이미지의 배우’로 인기를 얻고 정치권의 환대를 받으며 공적인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가 평범한 회사원 조씨나 사업가 조씨로 살았다면 이런 극적인 결말 또한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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