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무능 자백'이 가장 재미없는 뉴스가 된 나라
팩트파인더
0
1
12.11 08:23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연합뉴스)솔직히 말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났다.며칠 전 대한민국 국정 책임자가 부동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건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승객을 태우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배를 몰고 나온 선장이 "나 사실 운전할 줄 모른다"고 방송한 거나 다름없는 황당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광장이 뒤집어지고 지지율이 수직 낙하해야 맞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조용하다. 대통령의 이 충격적인 자백이 대중의 뇌리에 박히기도 전에 다른 뉴스들이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성추문, 유명 배우의 전과 기록, 통일교 이슈까지. 도파민 터지는 막장 라인업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니, 대통령의 무능 따위는 너무 지루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자극적인 빌런들이 대통령을 지켜주는 방탄조끼가 된 셈이다. 참으로 운수 좋은 정권이다.
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 대통령실이 또 기업 총수들에게 만나자고 기별을 넣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부가 경제주체의 하나인 기업을 대하는 방식, 너무 기이하지 않은가? 만약 이 정부를 하나의 인격체, 즉 사람으로 치환해서 본다면 그는 당장 격리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다. 그 행동 패턴이 상식적인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첫 번째 행동은 '묻지마 폭행'이었다. 그간의 행실이 마음에 안 든다며 다짜고짜 주먹부터 휘둘렀다. 재계가 비명을 지르며 반대했지만,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기업의 팔다리를 묶고 때렸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기어이 통과시킨 것이다.
소름 돋는 건 그다음이다. 상대를 반쯤 불구로 만들어놓고는 갑자기 미친 듯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패준 기업 총수들을 6개월간 10차례나 쉴 새 없이 불러냈다. 친기업을 외치던 전임 윤석열 정부가 3년 걸려 만난 횟수를 반년 만에 해치운 광기다. 만날 때마다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그 결과로 삼성 450조 원, 현대차 100조 원대 국내투자 발표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걸 순수한 투자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맞기 싫어서, 제발 그만 좀 괴롭히라고 내놓은 합의금이다.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은 바로 여기다. 두들겨 맞고 돈까지 뺏긴 기업이 제발 숨통 좀 트이게 규제 좀 풀어달라고 읍소하자,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돌변했다. 주무 부처 장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건 민원"이라며 면박을 줬단다. 그럼 기업이 민원을 주무 장관에게 얘기하지, 집에 가서 일기장에 써놓을까? 방금 전까지 격의 없는 소통을 하자며 매달리던 사람이,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땐 귀찮게 하지 말라며 남보다 못하게 구는 것이다. 웃다가 때리고, 뺏어가고, 무시하는 이 종잡을 수 없는 다중인격. 우리는 지금 이런 정신 상태를 가진 권력과 마주하고 있다.
가장 서글픈 지점은 경제 지표가 아니라, 사람들의 눈빛에서 읽힌다. 불과 6개월 전 지금 규제는 맛보기라며 수많은 대책이 있다고 큰소리치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대책 없다고 말을 바꿔도,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는다. 그냥 "원래 저런 사람이지" 하고 채널을 돌린다. 이것은 관용이 아니다. 체념이다. 고작 6개월 만에 국민들은 정부의 이 병적인 광기를 상수로 받아들이고 적응해버렸다. 분노할 에너지조차 아까운 것이다.
지금 경제는 반도체라는 특수효과 덕분에 멀쩡해 보일 뿐이다. 그거 걷어내면 수출 성장률 -1.5%다. 15대 품목 중 10개가 마이너스다. 도파민 터지는 뉴스들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마주하게 될 것이다. 대책 없다고 자백한 선장이 운전하는 배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를. 그때도 과연, 남의 일인 양 채널을 돌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