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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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범' 몰렸던 조희대, 훈장이라도 줘야 할 판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막을 내렸다. 조은석 특검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내란 가담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단순히 증거가 없어서가 아니다. 수사 결과를 뜯어보니, 그는 내란범이 아니라 오히려 ‘내란을 막아낸 사람’에 가까웠다.
특검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당일 조 대법원장은 명확하게 말했다. “계엄은 위헌적이다.” 그리고 계엄사령부가 연락관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파견하지 말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헌법 기관의 수장으로서 군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킨 것이다.
그런데 지난 몇 달간 여의도의 풍경은 어땠나. 민주당과 강성 지지층은 조 대법원장을 ‘계엄 부역자’, ‘내란 동조 세력’이라며 인민재판을 벌였다. 내란전담재판부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했다는 이유로 그를 반역자 취급했다. 대법원장에게 수갑을 채워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가 나오고 보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계엄군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람에게 계엄군과 한통속이라며 돌을 던진 꼴이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사법부를 손봐주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판사들로 법원을 채우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다. 조희대라는 인물은 그 기획된 마녀사냥의 제물이었다.
특검은 언론 오보 소동도 정리했다. 당시 일부 언론이 “법원행정처가 계엄 매뉴얼을 검토했다”며 마치 법원이 계엄에 협조하려 했던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실무자가 기자의 질문에 법 조항을 설명해 준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조 대법원장은 그 보도가 나간 뒤에야 출근했다. 시간 순서조차 맞지 않는 억지 혐의였다.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조 대법원장은 위헌적인 계엄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법원을 지켰음이 증명됐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런 공직자에게는 표창을 주거나, 최소한 박수는 쳐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특검 포토라인에 세우려 했다.
자신들이 만든 ‘가짜 내란범’ 프레임이 깨졌다. 그렇다면 조 대법원장을 고발하고 모욕했던 정치인들은 사과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그들은 또 다른 음모론을 가져와 “특검이 부실했다”거나 “봐주기 수사”라고 우길 것이다.
이 소동이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광기 어린 진영 논리가 팩트를 덮으면, 헌법 수호자가 하루아침에 내란범이 된다는 사실이다. 조 대법원장에게 훈장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멀쩡한 사람을 역적으로 몰았던 자들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알기나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럴 지능이 남아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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