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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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는 지키고 이란 여성은 못 본척 하는 한국 진보의 모순

당신이 인권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이란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들과 연대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실체는 이미 드러난 것이다. 당신은 압제와 유린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쥐뿔도 관심이 없다. 그저 '내 적의 적'이 그 일을 저지르고 있는 한 말이다.- J.K. Rowling(J.K. 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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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이 이란 시위를 지지하며 엑스(구 트위터)에 게시한 이 일침은 마치 한국의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듯 하다. 롤링의 글은 지금 한국의 자칭 민주진보 세력이 보여주는 기이한 이중잣대를 관통하는 명료한 분석을 담고 있다. 
베네수엘라 독재자는 '우리 편'이지만 이란의 혁명은 '남의 일'?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는 부정선거와 포퓰리즘으로 인한 경제 실패로 국가를 파탄 낸 명백한 독재자다. 비록 미국의 마두로 체포가 국제법 위반이며 미국의 힘의 논리에 의한 국제질서 혼란을 가져온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마두로가 800만명의 국민을 탈출하게 하고 최소 6800명 이상의 반대파 정치범들을 고문, 살인한 독재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그의 독재와 국민에 대한 탄압에 줄곧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한국의 주류 민주진보 세력은 '미 제국주의의 침탈'을 외치며 그를 엄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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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체포에 가장 빨리 반응한 건 집권당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1월 6일에 68명의 소속의원이 연명한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마두로 체포가 ‘국제법 위반’ 이고 ‘제국주의적’ 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사회민주당, 진보당 등 평소 민주당과 연대했던 진보정당들도 참여했다. 정의당은 마두로 체포 다음 날 미국 대사관 앞에서 ‘트럼프 규탄, 마두로 석방’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은 마두로 체포를 ‘트럼프의 침략전쟁’ '전대미문의 광기'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민주노총도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노동단체는 아예 마두로 우상화를 주제로 한 영화 상영회를 개최하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지지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사태에 대한 민주, 진보의 ‘기이한 침묵’, 왜? 반면, ‘독재자에게 죽음을’ 을 외치다 학살당하는 이란 시민들의 절규 앞에 한국의 현 민주진보 세력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하다. 이란 사태가 국내에 알려진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제도권 정당에서 이란 정부의 유혈진압에 유감을 표시했다는 논평은 찾아보기 어렵다. 같은 계열의 여성단체들도 침묵하고 있다. 이번 이란 시위가 2년 전 유혈진압된 이란 젊은 여성들의 히잡시위와 연결되는 맥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해외 여성운동에 연대의 목소리를 내 왔던 여성단체조차 반응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민주와 진보를 자처하던 이들이 평소 입에 올리던 '여성 인권', '인권의 보편성', '독재 타도'라는 고결한 가치들은 민중에 대한 탄압이 가장 극렬하게 일어나는 지금의 이란 국경 앞에서 도리어 멈춰 선 모양새다. 
1822c3c5bf12edec66955a440248f64e8eb8c92b.jpg이란 시위대의 모습. 이란혁명수비대가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2천명이 사망했으며 이란 당국이 부상자들에 대한 병원 치료를 막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체 왜 ‘민주’를 하고 ‘진보’를 하는가? 가장 치열한 저항의 시기에, 왜 이 나라의 민주진보는 이란의 시민들과 연대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저들의 세계관 속에서 추구해야 할 정의는 보편적 인류애가 '반미(反美)'라는 편협한 단일 잣대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명백한 독재자라도 ‘반미’의 기치를 들기만 하면 지켜야 할 ‘우리편’ 이 되고, 그가 저지르는 학살조차 '제국주의에 맞서는 정당한 주권 행사'로 둔갑한다. 반면 그 압제자에게 고통받는 민중은 자신들의 정치적 서사를 방해하는 예상 밖의 변수로 치부되고 '정치적 셈법' 뒤로 지워진다.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독재가 아니라..롤링이 꼬집은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이란의 참상을 모르고 마두로가 독재자라는 걸 몰라서 저러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의 자신들의 입지, 자신들의 진영 논리, 보편적 가치보다 반미가 우선인 본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간판으로 내세운 신념과 어긋나는 일에도 눈을 감기로 ‘선택’한 것이다. 진정한 진보라면 마땅히 이란의 혁명가들과 연대하며 독재 정권의 총칼을 규탄해야 함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동지'인 마두로와 비슷한 결을 가진 권위주의 정권의 붕괴가 한국 사회에 끼칠지도 모르는 파장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독재자 마두로에 대한 뜬금없는 연대 선언, 이란의 유혈사태에 대한 기이한 침묵이 자신들의 위선과 모순을 드러낼지라도 말이다. 결국 그들이 외치는 민주와 진보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오직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택적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롤링의 일침처럼 진영주의를 지키기 위해 압제와 유린을 외면하고 '내 적의 적' 의 편에 서기로 한 것이다. 
24cf26e3bbdd2c482870bcb92b64deb7d2fce007.jpg히잡을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 여성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진에 담뱃불을 붙이는 영상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포스터. 롤링이 공유하며 이란 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이미지: J.K 롤링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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