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라는 말이 가리는'여성혐오 범죄'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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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전
광주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언론의 보도와 사법부의 처벌 수위에 또 다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 대부분의 언론은 이 사건을 ‘묻지마 살인’ 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언론은 강력범죄를 보도할 때 마다 거의 자동적으로 ‘묻지마’ 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묻지마’ 라는 표현은 사건이 우발적인 범죄이며 그저 일어난 사건인 것 처럼 보이게 한다. 가해자인 장윤기 역시 “자살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고 주장해 ‘우발범죄’ 가능성은 힘을 얻는 듯 했다.
광주에서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장윤기(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과 장윤기는 이미 아르바이트하다 알게 된 외국인 여성에게 교제를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감금, 성폭행을 저질렀고, 이 여성을 살해하기 위해 흉기를 구입하고 거리를 배회했다. 결국 그 여성을 만나지 못하자 혼자 귀가하던 여고생을 포착하고 15분간 미행한 뒤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장윤기는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학생까지 칼로 찌르고 도망쳤으며 피 묻은 옷을 무인 세탁소에서 세탁해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의 거주지에서는 훼손된 리얼돌 잔해가 여럿 발견되었다.
언론기사가 이러한 범죄를 보도할 때 ‘묻지마 범죄' 라고 규정하는 것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 호도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장윤기의 행동들은 결코 순간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특정 대상을 노렸고, 흉기를 구입해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하자 약한 피해자를 찾아 미행했다. 또 인적이 드문 장소까지 미리 선택해 용의주도하게 범행했다. 거절당한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한 것도 모자라 일면식 없는 타인마저 해하려는 잔인함, 그리고 용의주도한 사전 계획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또한, ‘묻지마’ 라는 표현은 유족에게는 잔인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졸지에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묻지마 살인에 희생됐다’ 는 언론의 보도는 당면한 비극이 마치 어떤 자연현상 처럼, 일어날 일이 일어났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꼴이 된다.
대검찰청이 집계하는 '분기별 강력범죄 발생 동향' 및 여성 대상 강력범죄 통계(2023년)를 보면 5년간 일어난 살인 등 흉악범죄 17만 건 중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이 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젠더 기반 범죄와 강력범죄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강력범죄자들이 개인적 열등감이나 좌절감을 여성 집단에 대한 적대감으로 전이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여성 혐오적 담론이 이러한 적대감을 강화하고 범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데도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묻지마’ 를 붙이는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이며 범죄를 축소하고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장윤기의 거주지에서 훼손된 리얼돌이 발견되었다는 점 또한 유의깊게 살필 일이다. 그간 리얼돌 찬성론자들이 주장했던 ‘정화이론’의 허구를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왜곡된 폭력적 충동은 인형이라는 대체재를 통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행동을 통해 약자를 지배하고 파괴하려는 폭력성을 더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9일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에 이채원 학생 기억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채원 양은 지난달 5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양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민들의 공간은 49재가 예정된 오는 21일까지 운영된다. 2026.6.9 (사진: 연합뉴스)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며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 또한 규정한다. 동기가 뚜렷한 범죄에 ‘묻지마’라는 장막을 씌우는 순간 사회는 이 참극을 진단이 불가능한 천재지변으로 오인하게 된다. 잘못 선택된 단어 하나가 범죄의 본질을 호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마비시키는 셈이다. 이 비극을 계기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법적 단죄와 함께, 범죄의 성격과 본질을 정확히 규정하고 대응하는 사회적 인식 개혁이 시급하다. 책임있는 이들이 본질을 흐리는 용어로 사건을 호도하는 동안 범죄자는 거리에서 활개치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17세 이채원의 젊음과 꿈은 길 위에서 꺾였다.
고 이채원 양의 명복을 빈다.
광주에서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장윤기(사진: 연합뉴스)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과 장윤기는 이미 아르바이트하다 알게 된 외국인 여성에게 교제를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감금, 성폭행을 저질렀고, 이 여성을 살해하기 위해 흉기를 구입하고 거리를 배회했다. 결국 그 여성을 만나지 못하자 혼자 귀가하던 여고생을 포착하고 15분간 미행한 뒤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장윤기는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학생까지 칼로 찌르고 도망쳤으며 피 묻은 옷을 무인 세탁소에서 세탁해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의 거주지에서는 훼손된 리얼돌 잔해가 여럿 발견되었다. 언론기사가 이러한 범죄를 보도할 때 ‘묻지마 범죄' 라고 규정하는 것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 호도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장윤기의 행동들은 결코 순간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특정 대상을 노렸고, 흉기를 구입해 계획을 세웠으나 실패하자 약한 피해자를 찾아 미행했다. 또 인적이 드문 장소까지 미리 선택해 용의주도하게 범행했다. 거절당한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한 것도 모자라 일면식 없는 타인마저 해하려는 잔인함, 그리고 용의주도한 사전 계획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또한, ‘묻지마’ 라는 표현은 유족에게는 잔인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졸지에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묻지마 살인에 희생됐다’ 는 언론의 보도는 당면한 비극이 마치 어떤 자연현상 처럼, 일어날 일이 일어났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꼴이 된다.
대검찰청이 집계하는 '분기별 강력범죄 발생 동향' 및 여성 대상 강력범죄 통계(2023년)를 보면 5년간 일어난 살인 등 흉악범죄 17만 건 중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이 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젠더 기반 범죄와 강력범죄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강력범죄자들이 개인적 열등감이나 좌절감을 여성 집단에 대한 적대감으로 전이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여성 혐오적 담론이 이러한 적대감을 강화하고 범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데도 여성 대상 강력범죄에 ‘묻지마’ 를 붙이는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이며 범죄를 축소하고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장윤기의 거주지에서 훼손된 리얼돌이 발견되었다는 점 또한 유의깊게 살필 일이다. 그간 리얼돌 찬성론자들이 주장했던 ‘정화이론’의 허구를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왜곡된 폭력적 충동은 인형이라는 대체재를 통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행동을 통해 약자를 지배하고 파괴하려는 폭력성을 더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9일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에 이채원 학생 기억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채원 양은 지난달 5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양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시민들의 공간은 49재가 예정된 오는 21일까지 운영된다. 2026.6.9 (사진: 연합뉴스)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며 사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 또한 규정한다. 동기가 뚜렷한 범죄에 ‘묻지마’라는 장막을 씌우는 순간 사회는 이 참극을 진단이 불가능한 천재지변으로 오인하게 된다. 잘못 선택된 단어 하나가 범죄의 본질을 호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마비시키는 셈이다. 이 비극을 계기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법적 단죄와 함께, 범죄의 성격과 본질을 정확히 규정하고 대응하는 사회적 인식 개혁이 시급하다. 책임있는 이들이 본질을 흐리는 용어로 사건을 호도하는 동안 범죄자는 거리에서 활개치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17세 이채원의 젊음과 꿈은 길 위에서 꺾였다. 고 이채원 양의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