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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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가 ‘소나기’라고 강변하는 까닭

투표 마친 김병기 전 원내대표투표 마친 김병기 전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인사처장을 지낸 인물이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 뱉은 말은 정교한 정보 분석이 아니라 찌질한 변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5일 오전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공천 헌금 수수와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제명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손으로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소나기’라고 불렀다.
그가 선택한 이 ‘소나기’라는 단어에는 병리적인 인지 오류가 담겨 있다. 비는 그치면 그만이지만, 사법 체계는 기상 현상이 아니다. 뉴스토마토 방송에서 그는 법적 문제가 없을 것이라 강변했지만, 구름이 걷힌다고 1억 원의 공천 헌금 의혹이나 현금 3,000만 원 수수 혐의가 증발하지 않는다. 국정원에서 평생을 보낸 인물이 법치(法治)를 기상(氣象)으로 착각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니라 그냥 무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버티기는 낯설지 않다. 과거 보수 정권이 몰락할 때, 그가 그토록 경멸했을 법한 부패한 권력자들도 똑같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소나기는 지나간다”고. 그는 그들과 다르다고 믿겠지만, 본질적으로 유전자가 같다. 권력의 단맛은 챙기고 책임은 당에 떠넘기려는 속성 말이다. 민주당이 그를 제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까지 마친 뒤 던진 이 ‘인질극’은 그가 평생 다뤄온 정보 공작의 수준이 고작 백화점 상품권 몇 장에 머물러 있었음을 자인할 뿐이다.
그는 “정말 잘못했고 송구하다”면서도 “탈당은 안 하겠다”고 했다. 잘못은 했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사기꾼의 화법이다. 거창한 악당도 아니다. 1억 원을 묵인하고, 아내의 수사를 무마하려 뒷구멍을 찾는 행태는 국가 중진이 아니라 동네 잡범의 영역이다. 그런 그가 유튜브에 나와 “민주당이 다였다”며 신파를 읊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민망하다.
결말은 정해져 있다. 과거의 ‘소나기’들이 그랬듯, 그는 결국 장대비에 떠내려 갈 것이다. 인과응보의 논리는 김병기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그는 소나기를 피할 수 있다고 믿겠지만, 하늘의 생각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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