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예인에게 유독 극성스런 정치 검열의 광기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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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시간전
최근 가수 이영지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한 사진을 올렸다가 특정 정당(국민의힘)을 연상시킨다는 황당한 이유로 악플에 시달렸다. 결국 이영지는 하루만에 검은색으로 다시 염색한 사진과 함께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연예인이 머리를 염색한 것조차 정치적 잣대로 비난을 받는 사회가 정상일까? 아무리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라도, 온당치 못한 비난에 사과를 강요받는 이 분위기가 과연 정상일까?
빨간머리로 염색한 사진을 올렸다가 하루만에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사과문을 올린 이영지. (사진: 이영지 인스타그램) '빨간색'을 향한 마녀사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송인 홍진경 역시 지난 대선 직전 해외 출장지에서 빨간색 스웨터를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가 수백 통의 항의 연락과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결국 그녀는 1차로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재차 유튜브를 통해 '가족의 인생까지 걸며'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눈물로 해명했다.
홍진경 자필사과문. 당시 공개했던 빨간 스웨터 착용사진. (사진: 홍진경 인스타그램)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도 같은 곤경을 당했다. 카리나는 숫자 2가 그려진 빨간색 점퍼를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이유로 특정 정당 지지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가 입은 ‘빨간 점퍼’ 는 대선 막판에 큰 이슈가 됐으며 카리나를 향한 비판을 넘어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까지 난무하는 지경이 벌어졌다. 결국 가수 본인이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사과하고 소속사도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지금도 정치 커뮤니티에서는 카리나에 대해 ‘2찍’, ‘무개념’ 이라며 비판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는 실정이다.
에스파 카리나를 향한 비난 댓글들.그렇다면, 특정 당 지지자들의 주장대로 그들 모두가 ‘2찍’ 이라면 당연히 비난과 조리돌림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설령 그들이 머리 색깔과 의상을 통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한들 그 누구도 그런 의사표현을 비난할 권리가 없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사상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다. 정치적 견해 표명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 설명하거나 비난받을 이유가 없으며 사과할 일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홍진경, 카리나, 이영지가 겪은 곤경은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여준다. 그들이 입은 빨간색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만이 정의롭고 올바르며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그것이 타인에 대한 억압일지라도) 가 곧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다. 그들은 아마도 윤석열의 계엄 사태가 남긴 충격(!) 을 명분삼아 자신들의 공격성을 정당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기준에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는 '2찍' 이며 용서받지 못할 '내란세력' 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말 허무한 지점은 그런 이들의 선택적 분노와 선택적 침묵이다. 정작 윤석열이 탄핵된 이후에 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들,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의회 독주와 대법원 무력화, 헌정 질서를 흔드는 공소취소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개념'있는 '민주시민'들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국회와 법제도의 형식만을 유지한 채, 의석수를 명분으로 벌어지는 헌정파괴. 그리고 더 깊어져가는 구조적 불평등에는 눈을 감고 연예인의 머리색깔과 옷색깔 같은 지극히 미미한 일에 분노를 터트리며 조리돌리는 것이 과연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일까?
또한 참을 수 없는 점은, 이러한 정치적 검열의 잣대가 유독 ‘여성 연예인’에게 더 가혹하고 이중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그간 수많은 연예인들이 투표일에 파란색 옷을 입고 정치적 의사를 밝혀왔지만 그들 대부분은 ‘개념 연예인’이라는 칭찬을 받아 왔다. 반대 정당 지지자들도 불편함을 느끼고 비판을 했지만 이영지나 홍진경에 향했던 정도의 적개심을 분출하지는 않았다.
파란색 옷을 입고 투표 인증을 한 연예인들. (사진: X) 지금은 어떤가? 빨간색 계열의 옷이나 아이템을 착용한 연예인들, 특히 여성연예인들은 순식간에 공격의 대상이 되고 악마화된다. 연예인이 패션이나 광고를 위해 착용한 아이템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하며 특정 정당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좌표를 찍으며 공격한다. 악플의 수위가 거세지면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성 합성물과 댓글과 조리돌림이 생겨나고 그런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되며 증오를 재생산한다. 이런 사이클은 논쟁적인 사회 이슈에 여성유명인이 연관될 때도 꾸준히 반복된 것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을 희생양 삼아 비난하며 즐기는 가학적인 행태다.
대표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가수 이승환은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 인증 사진에서 빨간 옷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왜 그랬을까? 설마, 그간 선거철에 빨간 옷 때문에 억압받은 여성연예인들에 대한 연대일까? 아니다. 그가 입은 빨간 옷은 ‘나는 확실한 민주당 지지자이니 빨간 옷을 입고 어그로를 끌어도 상관없다’ 는 식의 조롱이자 오만이다. 최근 선거 국면에서 빨간색이 겪은 곤경의 맥락을 아는 이들에게 그의 빨간 티셔츠는 '나는 원래 유명한 파란색이니 빨간 옷을 입어도 된다' 는 의미의 과시행위이며 변칙적인 방법의 파란색 인증으로 읽힌다.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 인증을 게시한 이승환. 빨간색 옷을 착용했다. (사진: 이승환 인스타그램)똑같은 색깔을 두고도 여성 연예인은 생존을 위협받는 마녀사냥을 당하는 반면, 권력화된 남성 연예인은 자신의 정치색을 강화하는 유희로 소비되는 이 역겨운 이중잣대. 이러한 이중잣대는 광적인 정치적 검열과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여성혐오가 얼마나 음습하고 차별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일상을 정치와 연결 지어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고, 나와 다른 색깔을 드러내면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드는 이 광기는 절대 민주주의가 아니며 사회의 수준을 퇴행시키는 주범이며 파시즘에 다름없다. 케이팝과 케이푸드, 케이콘텐츠로 세계를 즐겁게 하는 문화 강국이라던 대한민국. 언제부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연예인들을 검열했던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총체적으로 후져졌단 말인가.
빨간머리로 염색한 사진을 올렸다가 하루만에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사과문을 올린 이영지. (사진: 이영지 인스타그램) '빨간색'을 향한 마녀사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송인 홍진경 역시 지난 대선 직전 해외 출장지에서 빨간색 스웨터를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가 수백 통의 항의 연락과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결국 그녀는 1차로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재차 유튜브를 통해 '가족의 인생까지 걸며'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눈물로 해명했다.
홍진경 자필사과문. 당시 공개했던 빨간 스웨터 착용사진. (사진: 홍진경 인스타그램)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도 같은 곤경을 당했다. 카리나는 숫자 2가 그려진 빨간색 점퍼를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이유로 특정 정당 지지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가 입은 ‘빨간 점퍼’ 는 대선 막판에 큰 이슈가 됐으며 카리나를 향한 비판을 넘어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까지 난무하는 지경이 벌어졌다. 결국 가수 본인이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사과하고 소속사도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지금도 정치 커뮤니티에서는 카리나에 대해 ‘2찍’, ‘무개념’ 이라며 비판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는 실정이다.
에스파 카리나를 향한 비난 댓글들.그렇다면, 특정 당 지지자들의 주장대로 그들 모두가 ‘2찍’ 이라면 당연히 비난과 조리돌림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설령 그들이 머리 색깔과 의상을 통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한들 그 누구도 그런 의사표현을 비난할 권리가 없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사상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다. 정치적 견해 표명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 설명하거나 비난받을 이유가 없으며 사과할 일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홍진경, 카리나, 이영지가 겪은 곤경은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여준다. 그들이 입은 빨간색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만이 정의롭고 올바르며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그것이 타인에 대한 억압일지라도) 가 곧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다. 그들은 아마도 윤석열의 계엄 사태가 남긴 충격(!) 을 명분삼아 자신들의 공격성을 정당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기준에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는 '2찍' 이며 용서받지 못할 '내란세력' 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말 허무한 지점은 그런 이들의 선택적 분노와 선택적 침묵이다. 정작 윤석열이 탄핵된 이후에 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들,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의회 독주와 대법원 무력화, 헌정 질서를 흔드는 공소취소 시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개념'있는 '민주시민'들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국회와 법제도의 형식만을 유지한 채, 의석수를 명분으로 벌어지는 헌정파괴. 그리고 더 깊어져가는 구조적 불평등에는 눈을 감고 연예인의 머리색깔과 옷색깔 같은 지극히 미미한 일에 분노를 터트리며 조리돌리는 것이 과연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일까?또한 참을 수 없는 점은, 이러한 정치적 검열의 잣대가 유독 ‘여성 연예인’에게 더 가혹하고 이중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그간 수많은 연예인들이 투표일에 파란색 옷을 입고 정치적 의사를 밝혀왔지만 그들 대부분은 ‘개념 연예인’이라는 칭찬을 받아 왔다. 반대 정당 지지자들도 불편함을 느끼고 비판을 했지만 이영지나 홍진경에 향했던 정도의 적개심을 분출하지는 않았다.
파란색 옷을 입고 투표 인증을 한 연예인들. (사진: X) 지금은 어떤가? 빨간색 계열의 옷이나 아이템을 착용한 연예인들, 특히 여성연예인들은 순식간에 공격의 대상이 되고 악마화된다. 연예인이 패션이나 광고를 위해 착용한 아이템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하며 특정 정당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좌표를 찍으며 공격한다. 악플의 수위가 거세지면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성 합성물과 댓글과 조리돌림이 생겨나고 그런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되며 증오를 재생산한다. 이런 사이클은 논쟁적인 사회 이슈에 여성유명인이 연관될 때도 꾸준히 반복된 것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을 희생양 삼아 비난하며 즐기는 가학적인 행태다.대표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가수 이승환은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 인증 사진에서 빨간 옷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왜 그랬을까? 설마, 그간 선거철에 빨간 옷 때문에 억압받은 여성연예인들에 대한 연대일까? 아니다. 그가 입은 빨간 옷은 ‘나는 확실한 민주당 지지자이니 빨간 옷을 입고 어그로를 끌어도 상관없다’ 는 식의 조롱이자 오만이다. 최근 선거 국면에서 빨간색이 겪은 곤경의 맥락을 아는 이들에게 그의 빨간 티셔츠는 '나는 원래 유명한 파란색이니 빨간 옷을 입어도 된다' 는 의미의 과시행위이며 변칙적인 방법의 파란색 인증으로 읽힌다.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 인증을 게시한 이승환. 빨간색 옷을 착용했다. (사진: 이승환 인스타그램)똑같은 색깔을 두고도 여성 연예인은 생존을 위협받는 마녀사냥을 당하는 반면, 권력화된 남성 연예인은 자신의 정치색을 강화하는 유희로 소비되는 이 역겨운 이중잣대. 이러한 이중잣대는 광적인 정치적 검열과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여성혐오가 얼마나 음습하고 차별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일상을 정치와 연결 지어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고, 나와 다른 색깔을 드러내면 사회적으로 매장하려 드는 이 광기는 절대 민주주의가 아니며 사회의 수준을 퇴행시키는 주범이며 파시즘에 다름없다. 케이팝과 케이푸드, 케이콘텐츠로 세계를 즐겁게 하는 문화 강국이라던 대한민국. 언제부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연예인들을 검열했던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총체적으로 후져졌단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