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랩퍼 머리색까지 검열하는 개딸들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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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14:51
A급 좌파. 한때 나 역시 김제동과 함께 ‘A급 좌파’로 공개적으로 특정된 적이 있다. KBS ‘김남훈의 원펀치’에 출연해 고액 탈세자들을 추적하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 집회 참석 이력만으로 보수정권때 그렇게 낙인찍혔다.
푸근하고 살뜰한 '좌파' 레슬러 (사진=한겨례21 홈페이지 갈무리)어머니는 아들이 그런 괴문서에 이름이 오른 것을 보고 몹시 걱정되어 전화를 하셨다. 당시 진보 성향의 주간지는 나를 “따뜻한 좌파 레슬러”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까지 내보냈다. 그러나 실제로 SNS에서 시덥지 않은 악플 몇 개가 달린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생계에 타격을 받지도 않았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내 사상과 행위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받은 적도, 한 적도 없었다.물론 보수정권 때도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었다. 특히 박근혜, 이명박 정부 때도 특정 문화인들이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있었다. 실제로 피해를 입은 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권력이 위에서 걸러내는 형태였기에 오히려 촘촘하지 못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에서는 권력이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을 가장한 익명의 군중들이 직접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 벌어진 붉은색 관련 연이은 논란들을 보면 그저 한숨과 분노가 교차될 뿐이다.
이 모든 사과는 공포에서 나온 것이다. 생업과 커리어, 미래를 위협받는 집단적 폭력 앞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참한 생존형 자아비판이자 강제된 굴복일 뿐이다. 머리색, 숫자, 커피 인증샷, 빨간색 옷 한 벌까지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어 공개적인 처벌과 자기 검열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너무나 처참하고 역겹다.
특히 더 역겨운 것은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의 철저한 위선이다. 그들은 평소 입만 열면 ‘다양성’, ‘개성 존중’, ‘표현의 자유’, ‘다원주의’를 가장 크게 떠들어대면서, 정작 자신들의 정치적 종교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에는 가장 잔인하고 야만적인 검열자로 돌변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생각경찰’(Thought Police)을 그대로 ‘개딸’이라는 이름으로 현현했다. 소설 속 생각경찰은 시민들의 꿈 내용, 사소한 표정, 색깔 사용, 과거 기록까지 수정·파괴하며 완전한 사상 통제를 가했다. 지금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이영지의 붉은 머리, 카리나의 빨간 점퍼, 홍진경의 빨간 스웨터, 빈지노의 빨간 옷, 정민찬의 스타벅스 사진까지 용납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색깔과 숫자, 일상의 소비 행위 하나하나까지 정치의 사유재산으로 독점하고, 사람들의 취향과 표현의 자유를 자신들의 진영 논리로 무자비하게 난도질하는 이 행태는 명백한 전체주의적 광기다. 그들이 진보를 가장하며 외치는 ‘자유’는 결국 자신들만의 자유였을 뿐, 타인에게는 철저한 억압의 도구에 불과했다.
이런 사회를 우리는 아직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티스트들이 창작과 일상에서조차 정치적 공포에 떨며 자기 검열을 해야 하는 이 시대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미 멀어지고 있다는 명백한 위험 신호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진보 지식인들의 글에서 자주 보던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야만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