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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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의 자리, 총리의 자리

이낙연 전 총리는 총리 재직 시기이던 2018년 3월 25일에 모친상을 당했다. 이 전 총리의 모친 진소임 여사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 7남매를 키우기 위해 갖은 노동을 다 했다. 가난한 살림 탓에 어머니는 새벽마다 6km 거리를 걸어 채소를 팔았다. 추운 겨울에도 법성포 해변으로 나가 게를 잡아 반찬으로 내놓았다. 집안 일과 노동에 온 몸이 아파도 학교 가는 자식들을 보면 배가 불렀다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이 전 총리에게 정치적 스승이고 길잡이였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 노무현 대통령이 신당 동참을 권유하고 장관직 제의도 했었지만 이낙연은 결국 가지 않았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나다. 신당 가지 마라.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 길게 봐라." 라고 강하게 만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어머니는 먼저 태어난 아들 둘이 요절한 탓에 장남이 된 이낙연을 특히 아꼈고 이 전 총리는 성인이 된 후에도 기회 있을 때 마다 모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곤 했다. 이 전 총리는 2006년에 팔순을 맞은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 형제들과 함께 이라는 수필집을 냈다. 
0597ce3c19d5a08d000eb8e48c1240ca37092244.jpg2018년 3월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이낙연 전 총리. (사진: 동아일보) 이렇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이 전 총리가 모친의 별세 다음 날 아침에 정부청사로 정상 출근해 국무회의를 주재한 건 그의 처신에 대한 여러 미담 중 꽤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이 전 총리가 굳이 그렇게 했던 이유, 그 날이 그에게 모친상 만큼 중요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통상 매 주 화요일 오전에 열리는 '국무회의' 는 한 번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또 한 번은 정부청사에서 총리가 주재한다. 그런데 2018년 3월 넷째 주에 대통령은 UAE 순방 중이었고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할 순서였다. 만약 이낙연 총리가 모친상으로 향한다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날(3월 26일) 국무회의의 안건은 바로 문재인정부가 발의한 '개헌안 의결' 이었다. 문재인정부는 촛불 민심을 받들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개헌안을 발의했다. 1980년 5공화국 개헌 이후 38년 만의 대통령 개헌안 발의였다. 이 총리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고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이 회의를 주재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께서도 국내에 안 계셨고, 내가 자리를 비우면 홍남기 부총리가 회의 주재를 해야 했는데, 잘 하겠지만 경제부총리가 '개헌안'의결을 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게 한다는게 내키지가 않았어요. 내가 해야지."
이 전 총리의 모친 진소임 여사는 3월 25일에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총리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다음 날인 26일 아침에 평상시와 같이 청사로 출근했다. 그리고 오전 10시에 검은넥타이 차림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해 대통령 개헌안을 의결했다. UAE에서 일정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보고받았고 당일 오후에 전자결제로 국회에 송부하고 공고를 승인했다. 
2018년 3월에 발의된 제10차 개헌, 문재인대통령개헌안은 실현되진 못했지만, 1987년 체제 이후 30년 만에 국가의 틀을 바꾸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대통령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 강화와 5·18 정신 계승 등 정파를 뛰어넘어 흔들림 없이 추구해야 할 미래 가치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렸고 향후 개헌 논의의 이정표를 세운 중요한 시도였다. 
b7fc77f1035300059b8e684f830ac431f484a241.jpeg모친상 빈소에서 이낙연 총리와 가족들. 뒤로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이 전 총리는 국무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모친의 빈소로 향했다. 실은 그 전 주에도 브라질 방문 중에 모친의 상태가 위급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일정을 다 마치고 귀국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모친상 부고를 내지 않았으며 조의금을 받지 않았다. 조화는 대통령과 5부 요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돌려보냈다. 
삼가하고 절제하는 공직자의 도리랄까. 한 때는 그런 처신이 당연한 줄 알았다. 공직자라면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한 고위공직자의 미담을 전하는 것으로 이 글을 끝내면 좋겠지만 참다 못해 첨언하면, 고위직에 오르자마자 자식 결혼 청첩장, 부모상 부고를 온라인으로 돌리는 요즘의 공직자들의 행태가 말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누구누구가 축의금과 조의금을 수억씩 받았다'는 찌라시가 돌고, 화환까지 모두 받아 장례식장과 국회에 몇 바퀴를 돌린 이들이 무슨 염치로 나랏일을 한단 말인가. 게다가 일국의 총리가 어떻게 5일 장 내내, 한 정치 원로의 상가에서 상주 노릇을 할 수가 있나. 공직의 무게도, 염치도 모르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부끄러운 것일까. 대체 지금 누가 정치를 하고 리더 행세를 하고 있나. 참 모든 것이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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