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0세 농부' 정원오의 치졸한 변명
팩트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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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11:14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면접 참석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서울=연합뉴스) 태어나자마자 논을 샀다는 '금수저 농포자(농기 포기자)' 구청장최근 국민의힘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과거 농지 취득 사실을 두고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소속 의원들은 이번 의혹을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및 편법 증여'로 규정하며 수사 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들이 제기하는 비판의 핵심은 단순하다. 농사를 지을 의사도, 능력도 없는 '0세 영아'가 이천의 농지를 매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과 공직 윤리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일반 서민은 평생을 일해도 갖기 힘든 땅을 갓난아기 때 손에 쥔 것은 '부모 찬스'의 결정판"이라며, "공직자로서 도덕적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특히 "과거에는 법이 없어서 괜찮다"는 식의 대응을 두고는 "법망을 피해 가는 '법꾸라지'식 해명이 오히려 시민들의 박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구청장의 방어 : "1996년 농지법 이전의 일"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정원오 구청장은 정면 돌파 대신 '시점의 논리'를 들고 나왔다. 정 구청장 측은 "문제가 된 농지 매매는 현행 농지법이 제정(1996년)되기 훨씬 이전인 1968년에 이루어진 일"이라며, "당시 법령상으로는 영아의 토지 취득에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었기에 법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요컨대, 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관행이었으므로 지금의 잣대로 처벌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는 논리다.
법 제정 전이라도 '원칙'은 존재했다하지만 정 구청장의 이 같은 변명은 법리적·논리적·정치적 관점에서 심각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우선 법리적으로 볼 때, 1996년 농지법 이전에도 우리나라는 제헌 헌법 때부터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헌법적 가치로 고수해 왔다. 1968년 당시에도 '농지개혁법'은 엄연히 살아있었으며, 농지는 오직 농업 경영을 목적으로 하는 자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0세 영아가 농사를 지을 리 만무함에도 매매가 성립되었다는 것은, 당시의 법적 허점을 이용해 헌법 정신을 기만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논리적으로는 '주체의 실종'이 문제다. 정 구청장은 "내가 매매했다"고 말하지만, 0세 영아는 매매 계약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이는 본질적으로 부모에 의한 '명의신탁'이거나 '편법 증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본인이 직접 한 일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그 부정직한 자산 형성의 결과물을 현재까지 누리고 있다면 그 도덕적 책임은 현재의 정원오라는 공직자에게 귀속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으로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진보 진영의 정치인으로서 평소 부동산 투기 근절과 서민 주거 안정을 외쳐온 그가, 본인의 '영아기 농지 취득'에는 "법 제정 전이라 무죄"라는 식의 기계적 해명을 내놓는 것은 대중의 상식에 반하는 일이다. 국민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처벌받지 않을 수준의 법적 기술'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떳떳한 도덕적 정당성'이다.
법전 뒤에 숨지 말고 '상식'에 답하라법은 도덕의 최소한일 뿐이다. 정 구청장의 해명처럼 1996년 농지법 위반으로 수사받지 않을지는 모르나, 헌법이 명시한 경자유전의 가치를 비웃으며 자산을 불려온 과거가 공직자로서의 품격을 훼손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때는 법이 없었다"는 말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올 법한 대답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 구청장은 법전 뒤에 숨어 시점을 따질 것이 아니라, 0세 때부터 시작된 특권적 자산 형성이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깊이 성찰하고 사과해야 한다. '법적 무죄'가 '정치적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그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