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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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리얼돌, '사적 자유'는 인격권의 침해까지 허용하는가

최근 리얼돌 통관 허용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리얼돌 통관을 찬성하는 측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성인이 자신의 욕구를 어떻게 관리하든 국가가 개입할 권리는 없다"는 주장은 자유주의 법질서 아래에서 매우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 주장은 리얼돌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건너뛰고 있다. 리얼돌은 단지 '사물'일 뿐인가, 아니면 특정 성별의 '인격'을 모방한 상징물인가.
4fdfeb0494bcf5c578cbef37bb6f879ed7d1be80.jpg중국의 리얼돌 공장. (사진: 레딧) ‘사적 취향’과 ‘공적 존엄’의 충돌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취향의 대상이 특정 집단의 신체를 정교하게 복제하여 성적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리얼돌은 단순한 성인용품을 넘어 '여성'이라는 존재를 거부권 없는 사물로 모델링한다. 이는 개인의 방 안에서 끝나는 유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공적인 시선과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구조적 장치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만약, 누군가가 특정 인종을 모사한 인형을 성적행위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종주의적 폭력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것이 뻔하다. 특정 인종을 대상화하는 것이 범죄라면, 특정 성별을 대상화하는 것 역시 동일한 무게의 범죄다. 리얼돌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사적 자유'가 인종 차별 인형 앞에서도 유효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왜 우리는 여성의 인격권 훼손에 이토록 너그러운가.
불쾌감을 넘어선 ‘인격권의 사물화’리얼돌 옹호자들은 "단순히 불쾌하다는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느냐”고 반론한다. 법은 감정이 아닌 법익 침해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런 주장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리얼돌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내 집에서 내가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리얼돌이 주는 '상징적 불쾌감'은 단순한 감정의 영역이 아니다. 인종차별적 상징물이나 나치 문양의 소지가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법적으로 금지되는 이유는 그것이 특정 집단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잠재적 폭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리얼돌이 양성화 된다면? 역시 여성의 신체를 '돈으로 살 수 있는 소모품'으로 공인하는 사회적 메시지로 인식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주의 법질서가 보호해야 할 '인격권'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다.
544d28e3bb38943d93e9721d969d441c675ab106.jpg중국 쇼핑몰 '쉬인' 이 아동형상의 섹스돌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사진: France24)검증되지 않은 위험? ‘예방의 원칙’이 필요한 이유리얼돌 사용이 실제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유발하거나 공감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명확한 통계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법과 정책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 인간관계의 핵심인 '상호 존중'과 '거절의 수용'이 배제된 일방적 지배와 폭력의 판타지가 리얼돌의 사용을 통해 일상화될 때,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은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는 합리적 추론이다. 부작용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허용하자는 논리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 안전장치를 만들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
아동형상은 위험하고 성인여성은 안전한가정부는 아동 형상 리얼돌에 대해서는 금지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당연한 방침이지만 이는 국가 스스로 리얼돌이 욕구의 분출구가 아니라 왜곡된 성인식의 훈련장임을 인정한 꼴이다. 리얼돌 사용이 범죄 가능성을 낮춘다는 옹호자들의, 소위 '정화이론' 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방침이다. 아동에게 작동하는 그 위험한 학습 기제가 성인 여성을 모델로 할 때는 갑자기 멈추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아동 형상은 안되고 성인 형상은 허용하겠다는 논리는 결국 성인 여성의 인격권은 아동의 그것보다 중요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된다는 무논리이며 비겁한 타협이다.
c5b4705814f82087db7f4479fc37452d64494a28.jpeg리얼돌 전면금지를 외치는 시위대. (사진: 연합뉴스)법이 놓친 ‘인격권’의 마지노선대법원은 사생활의 자유를 말하지만, 법이 놓치고 있는 것은 '사회적 합의'의 무게다. 여성의 신체를 정밀 복제한 사물이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허용하는 순간, 우리는 인간 존엄성을 시장에 팔아넘기는 선례를 만들게 된다. 리얼돌이 시장에 풀리는 순간 만들어질 각종 콘텐츠가 눈에 선하다. 리얼돌에 대한 폭력 영상, 딥페이크와 결합된 지인능욕물, 신체훼손 콘텐츠들. 이는 리얼돌이 허용된 외국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참상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신체를 닮은 인형을 사용해 성행위를 모사할 취향 또는 욕구의 자유가 아니라, 인간이 사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켜내는 존엄의 마지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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