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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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학가 들썩…연세대·고려대·서울대 학생들 잇단 규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주요 대학 학생 커뮤니티가 강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자유게시판 등에서 학생들이 직접 글을 올리며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시민의 참정권 침해와 민주주의 절차 훼손을 규탄했다. 전국 다수 대학에서도 유사한 성명과 대자보 게시, 서명 운동 촉구 등이 이어지며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연세대 “비대위원장님, 학생총회 소집해주세요”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자유게시판에는 3일 오후 11시 50분경 “비대위원장님 학생총회 소집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주요 사실을 나열한 뒤, 이를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게시물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 주요 사실”로 시작해 △오후 1시부터 서울 송파·강남·광진·동작구 등 다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소진 △오후 4시 30분부터 일부 투표소 투표 전면 중단, 마감 이후 대기번호표 배부 △투표를 못 한 채 돌아간 유권자 다수 발생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오후 9시 대국민 사과 브리핑 실시 등을 적시했다.이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닙니다. 시민의 참정권이 국가기관의 무능으로 인해 침해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 사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2ff6205691bcc9de2a5d15c427be85c95ff9ce47.jpg연세대학교 (연합뉴스 자료사진)그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칙 전문을 인용하며 “총학생회는 한국사회와 연세대학교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모순과 억압에 맞서 싸우며 연세인의 제반 권리를 옹호하고 주체적이며 창발적인 요구를 실현시킬 의무를 진다”고 밝힌 뒤, “총학생회가 국가적 실책에 침묵하는 것은 희희가 부과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사태에 대한 공식 규탄과 재발 방지 요구를 학생총회에서 연세인 전체의 이름으로 의결할 것을 요구합니다”라고 촉구했다.
게시자는 “이를 위해 저희는 비상대책위원장(준)에게 요구합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규탄 및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하는 학생총회를 즉각 직권 소집하십시오”라며 학생총회 소집을 강하게 요구했다. 만약 거부할 경우 “확대운영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장단(준)’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여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유권자를 모독한 선거 관리, 절차없는 민주주의는 없다”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자유게시판에는 4일 0시 17분 “유권자를 모독한 선거 관리, 절차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보건정책관리학부 20학번 신 모 학생이 올린 이 글은 과거 경험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글은 “지난 2024년 12월, 저는 보수 진영의 이유 없는 지지자였던 제 자신을 반성하며 이 자리에서 대자보를 썼던 고려대학교의 한 학생입니다”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2026년 6월 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또 다시 그 절차의 참담한 붕괴를 목도했습니다”라고 썼다.
c343166c45ce156a3f21087c59483ea7b5d385d5.jpeg고려대학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체적으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어제, 서울 송파구 일대와 동작구 노량진동 등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고 지연되는 초유의 행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선거 관리의 가장 기본 중 기본인 수요 예측 실패와 용지 부족으로 인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유권자들은 기억없이 줄을 서야 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휴일이라 휴식을 취하던 도중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러 나온 국민들이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없다면 분통을 터뜨리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이는 명백한 국가 기관의 무능이며,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박탈한 중대한 하자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우리는 왜, 이번에는, 조용한가”서울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4일 오전 3시 37분 “우리는 왜, 이번에는, 조용한가”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필자가 쓴 이 글은 과거 학생 운동 경험과 대비하며 현재의 침묵을 자성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글은 “어제 송파·강남·광진을 비롯한 서울 시내 십수 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났다. 줄을 선 두 시간 넘게 줄을 서 채 기다렸고, 더러는 끝내 투표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며 상황을 묘사한 뒤, “이건 작은 일이 아니다. 단 한 표 차로 당락이 갈린 적이 여러 번 있는 이 나라에서, 어제 서울시장 선거는 끝까지 손에 쥐어 한 표를 찍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누가 이기고 누가 졌든, 그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썼다.
4112e9e0dc0cc70af8e84cbf0ee1dfec045e4862.jpg서울대학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그다음에 벌어진 일을 보라. 한쪽은 개표를 멈추고 다시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 선거에서 앞서고 있던 쪽은 선관위의 부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는 지금 어느 쪽 주장이 법적으로 옳은지를 가리려는 게 아니다. 내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다. 우리의 투표가 우리 편에 유리한지 아닌지에 따라 제도 자체를 제로 매도하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한때 이 캠퍼스의 학생들은 투표가, 절차가, 시민의 권리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일어서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수에 마음을 준 이들은 우리 편이 이기고 있으니 굳이 부수적 만만 것 없다며 조용하고, 진보를 지지한 이들은 우리 편이 이기고 있으니 굳이 부수적 만만 것 없다며 조용하다. 결이 다른 두 침묵이 모여 부끄러운 침묵이 되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글은 “투표를 내가 이길 때에만 지키는 것이라면, 그건 원칙이 아니라 취향이다. 민주주의라는 결과가 내 뜻과 어긋날 때조차 절차를 지키겠다는 약속이고, 그 약속이 시험받는 순간은 내가 이긴 선거가 아니라 규칙을 지키는 일이 내 편에 손해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어제 그날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대학가로 확산되는 움직임이들 세 대학 외에도 전국 다수 대학에서 유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1과 펜앤마이크 등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외에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 인하대 등 전국 주요 대학 학생들이 대자보와 온라인 성명을 통해 “참정권 침해”, “민주주의 훼손”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서울대 에브리타임 등 일부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재선거·재투표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연세대에서는 총학생회 차원의 공식 규탄과 학생총회 소집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대학가 움직임은 주로 온라인 게시판과 대자보, 서명 촉구 형태이며, 대규모 오프라인 집회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선관위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단순 사과로 넘어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선관위는 3일 오후 허철훈 사무총장이 대국민 사과 브리핑을 열고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들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으나, 대학가에서는 “행정 착오를 넘어 참정권 침해”라는 인식 아래 보다 강도 높은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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