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평론 /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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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통관 허용? 자유를 빙자한 인격권의 위기

다시 거론되는 리얼돌 통관 허용 고려최근 관세청이 성인용 전신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정비하고 있다. 관세청의 이같은 검토는 최근 법원이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 최소화’ 등을 이유로 리얼돌 통관을 잇달아 허용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관세당국은 반신형 등 신체 일부만을 묘사한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하고 있는데 향후 기준을 더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여성의 인격권 침해와 성 상품화에 대한 우려, 여성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제동이 걸렸던 리얼돌 통관 허용. 이 문제는 특정 성인용품에 대한 법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격권’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b4ed044d7ecb44fa4590d121af79522acf0f25fd.jpg복장을 갖춰입은 리얼돌들. (사진: 연합뉴스)여성의 신체적 인격권에 대한 침해와 대상화리얼돌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이 여성의 신체를 '극도로 정교하게 재현'한다는 점에 있다. 리얼돌의 여러 요소들이 인간과 비슷하게 보일수록 고가,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완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특정 성별(대체로 여성) 의 신체를 철저히 '도구화'하고 ‘대상화’ 하며 성적인 의도와 행위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리얼돌이다. 특히 리얼돌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신체 부위를 변형하거나 특정 인물의 외형을 모방할 가능성을 상시 내포하고 있다. 이런 리얼돌이 용인되는 것은 여성의 신체를 오직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사물'로 전락시키는 왜곡된 인식을 사회적으로 공식화하는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 역시 리얼돌 사용이 인간관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리얼돌 사용에 익숙해지면 실제 여성과의 관계에서 공감능력을 떨어뜨리고 상호작용과 상대의 의사표현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 때 리얼돌 사용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는 ‘정화이론’ 이 해외에서 힘을 얻었지만 제대로 검증된 연구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83b9f43acf294cd15188ef125cfddbc3fb65fa1f.jpg유명배우의 모습을 본딴 리얼돌. 이런 식의 주문제작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범죄인가 자유인가? (사진:Theguyshack)특히, 아동 형상 리얼돌이나 유명인의 모습을 본뜬 '맞춤형 리얼돌'의 존재 가능성은 리얼돌 사용과 범죄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현실 세계의 여성을 리얼돌과 동일시하는 무의식이 작동할 경우, 이는 곧 여성을 향한 혐오와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계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미성년자 리얼돌은 불가, 그렇다면 성인여성은 되나?대법원은 그간 리얼돌에 대해 사적 영역에서의 사용과 자유를 존중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리얼돌 수입 시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업자, 또는 개인이 올해 5월까지 법원에 제기한 소송 건수는 총 44건에 이른다. 관세청이 16건에서 패소했고, 중간에 취하된 소송은 4건이었다. 그러나,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존재한다. 여성 대다수가 혐오감을 느끼며 강력히 거부하는 제품이, '개인의 자유', '성인용품'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수입, 유통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성급한 통관 허용은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역행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19bd386bdb6fc9c4c9077672af8aec33aae659d3.jpg관세청 전경 (사진: 관세청)관세청 관계자는 리얼돌 통관 허용에 대한 언론의 질의에 “전신형 통관을 허용하되 미성년자나 특정인을 닮은 형상의 통관을 금지하는 등 세부적인 허용 지침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하다. 아동이나 특정 인물이 리얼돌로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할 일이지만 대다수의 성인 여성이 그렇게 취급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가? 정부는 리얼돌 통관 허용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경제적 논리나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리얼돌이 이 사회에 용인될 경우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왜곡된 성인식과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전무한 상태에서의 리얼돌을 시장에 허용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도박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리얼돌을 사용할 자유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여성의 인격권이 사물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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