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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세계 섬 박람회’ 1,611억 원, 이름만 포장한 혈세 낭비의 전형

여수 ‘세계 섬 박람회’ 1,611억 원 혈세 낭비의 전형
개막을 불과 5개월 앞둔 2026 여수 세계 섬 박람회 주행사장이 아직 허허벌판이다. 쓰레기가 뒹굴고 공사도 초기 단계라는 현장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남도가 “세계 최초 섬 박람회”라며 총 1,611억 원을 투입한다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동차 박람회는 차를 전시하고 취업 박람회는 기업이 나오는데, 이 ‘섬 박람회’는 제주도나 하와이 같은 섬을 전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기존 관광·문화 행사를 ‘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관광박람회에 불과하다. 국민 혈세를 이렇게 허투루 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d0bad6fce849978a4e8948f73fb4b149e839330d.jpg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선태와 여수 관게자 (유튜브 김선태 갈무리)더욱 놀라운 것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과정이다. 기획재정부가 국제행사로 승인할 당시 총사업비는 248억 원이었다. 이후 확대사업비 428억 원이 추가돼 676억 원으로 늘었고, 전남도가 최근 발표한 ‘연계사업비’까지 합치니 1,611억 원으로 6배 이상 부풀었다. 도로 유지보수, 도시숲 조성, 어촌문화센터 건립 등 이미 예정된 사업들을 박람회 실적으로 끌어다 붙인 ‘포대갈이’ 수법이다. 국비는 고작 64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전남도와 여수시가 7대 3 비율로 떠안아야 한다. 실질 박람회 투입액은 676억 원이라는 여수시 해명까지 나왔지만, 국민 눈에는 1,600억 원대 혈세가 ‘성공 개최’라는 명목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여수시의 재정 상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2022년 30%에 달하던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22%대로 급락했다. 시 예산의 80% 가까이를 중앙정부 교부금과 보조금에 의존하는 처지다. 올해 들어서만 지방채를 세 차례 발행해 882억 원을 빌렸고, 기존 채무를 합치면 총 1,300억 원을 넘는다. 2026년에도 240억 원, 2029년까지 6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방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이자 부담도 연 30억 원을 웃돈다. 산업단지 불황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장과 도지사는 “성공 개최”를 외치며 추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추경에서도 섬박람회 관련 72억 원을 더 편성했다. 빚을 내서 행사를 치르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지방재정인가.
이 행사는 ‘세계’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참가국은 아직 25개국에 그치고 목표 300만 명 관람객 유치도 미지수다. 콘텐츠는 VR 체험과 홀로그램, 정크아트 등 평범한 전시관이 전부다. 2012 여수 엑스포의 성공을 떠올리며 ‘제2의 여수’를 꿈꾸지만, 준비 부실과 예산 부풀리기는 오히려 ‘제2의 잼버리 사태’를 연상시킨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위기를 외치면서도 이런 식으로 대형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지방재정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여수시가 빚더미에 앉아 ‘섬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혈세를 쏟아붓는 동안, 진짜 필요한 민생 사업은 뒷전으로 밀린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이제라도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필요한 연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이름 바꾸기’로 포장된 세금 낭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본분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재정 건전성과 시민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있다. 이 섬 박람회가 또 하나의 ‘예산 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사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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