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외교의 승부사
박순교 저자(글)
푸른역사 · 2006년 09월 11일
석사와 박사 모두 "김춘추"를 연구한 저자의 책이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석사와 박사 모두 공부를 했으니 얼마나 많이 읽고 많이 썼겠는가. 그 결과가 이 책인데 책이 매우 두툼하다. 그런데 손을 뗄 수가 없다. 계속 읽었다. 책 내용, 구성, 서술 방향 그리고 눈에 바로 잡히는 설명... 이 책은 삼국 통일 시기를 매우 잘 설명한 보물 중의 보물이다. 역사서를 읽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으면 저 시대가 모두 이해가 될 것 같다. 삼국 초기에 서로 화기애애하던 시절을 지나 백제가 한성에서 웅진, 그리고 사비로 가는 이유를 적었고 그 와중에 신라와 백제가 다투고 또 고구려가 끼어들고. 지루할 틈도 없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끝까지 읽어야 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전부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 사실로 기록을 하려면 사료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고려시대 자료도 없는 판국에 통일 신라도 아니고 그 이전 자료가 남아 있겠는가. 이 점에서 저자의 능력이 매우 돋보였다. 대야성주 품일은 김춘추의 사위였는데,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와 사이에서 난 첫째딸 고타소가 품일의 부인이다. 이 책에서는 고타소와 사위의 죽음으로 김춘추가 대오각성하여 삼국 통일 정확히는 원수 백제를 멸망시키려는 의지를 불태웠다고 했다. 매우 그럴 듯한 설명이다.
이 책에서 제대로 설명을 한 부분들은 "선덕여왕의 허실", "화랑도의 폐해", 서라벌 귀족의 보신주의와 기득권 등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이전에 신라가 강했던 이유와 국운이 쇠하는 과정에서도 통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통일 이후 신라가 많이 혼란했던 이유들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쓴 내용 속에는 저자의 의도한 바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사소한 오류가 몇 개 있지만 그건 이 책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다. 다만 이 책은 제목을 잘못 잡은 듯 하다. 외교의 승부사라. 그쪽 방면으로 좀 더 설명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외교의 승부사라기보다 외교에서도 승부사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개소문과 김춘추가 손을 잡았더라면 백제는 멸하되 고구려는 버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