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귀화 성씨
김정호 저자(글)
지식산업사 · 2003년 12월 24일
가볍게 볼 생각으로 잡았는데, 생각보다 시사점이 많아서 무척 놀랬다. 저자가 서문에 밝혔지만 "단일 민족"의 허상을 깨 부수는 계량적 접근이라고 봐야 한다. 단군 이래 같은 민족으로 알고 있었지만 알고보니 최소 30%는 타 지역에서 귀화를 해 온 경우라고 나왔다. 마늘과 쑥을 먹던 사람들은 현재 인구 비율에서 보면 생각보다 작았다.
저자는 재야사학자이다. 족보와 문헌을 뒤지면서 한국에서 존재하는 성씨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을 하였고 그 성씨들 중에서 일본이나 중국 혹은 베트남이나 중앙 아시아에서 온 성씨가 얼마나 많은지 설명하였다. 저자가 이 책을 지은 동기는 "족보나 보학이 고리타분하지 않다"를 설명함이었는데, 의외로 이 책을 제대로 읽으면 저자의 동기를 넘어서서 한 국가 내에서 오가는 내외 민족들을 다 살펴 볼 수가 있겠다.
저자는 중국 "성"의 유입이 사대 사상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중국 땅에 있던 사람들이 왕조 변화에 따라서 한반도로 유입이 되었다고 보았다. 이 의견 자체도 상당히 충격이었다. 그 옛날 고려시대에 정종 재위 시 중국에서 귀화한 "쌍기"의 건의로 과거제를 했다지 않았던가. 귀화한 사람이 중앙 관료가 되는 일이 그리 새삼 놀랄 일이 아니었다고 배웠는데, 그 비율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은 우리가 미처 모르지 않았을까.
더 재미난 점은 1980년 이후로 한국에 귀화 성씨가 더 늘었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건 책을 통해서 보도록. 아무리 고리타분해도 제대로 연구하면 읽을게 많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