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립적이지 않다저는 중립적인 사람도, 객관적인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만일 제게서 그런 것들을 기대하셨다면 필히 실망하실 것이니, 그런 글을 원하신다면 다른 분의 글을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물론 〈헝가리 알아보기〉, 〈러시아 알아보기〉처럼 최대한 자료를 찾아 객관적으로 쓰려 노력한 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본질적으로 한쪽을 향하는 벡터값을 가진 사람이고, 그 방향성을 숨길 생각도, 숨길 이유도 없습니다.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보수의 최초 정초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더 정확히는, 철학 없이 달려온 한국 보수에 철학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이 땅에서 보수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왜 그것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언어를 보수가 갖게 하고, 최종적으로는 보수가 처음으로 자신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이건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 감세냐 증세냐, 자유냐 비자유냐, 안보냐 평화냐 같은 알량한 언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정책적 구호들은 애초에 철학이 아니라 철학이 있어야 나오는 결과물이죠. 그러나 지금의 한국 보수에는 그러한 결과물을 낳을 철학 자체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좌파가 사회에 암약하고 있고, 이들이 나라를 전부 먹어버렸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 칩시다. 그렇다면 그동안 보수는 무엇을 한 것입니까?
저는 지금의 보수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들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잊어버린 지 아득히 오래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채로 단순히 반민주당, 반이재명만 외치면 이길 것이라 자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에 반대하는지는 정체성이 아닙니다.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가 정체성입니다.
사랑받을 나라를 만드는 것. 민주진보가 폭주할 때 이를 제어하는 것. 절차를 지키고, 원칙을 지키고, 말한 것을 지키는 것. 그것을 다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인간 이성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와 태어날 자 사이의 계약인 사회를 보전하는 것. 추상적 가치를 이유로 기존의 질서를 뒤엎지 않는 것. 저는 이것이야말로 보수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어느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수백 년간 여러 나라의 보수가 각자의 말로 되풀이해 온 것이고요.
우리는 1948년 건국 이래, 본래 폐허 위에서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후예입니다. 그 죽은 이들이 우리에게 이 나라를 물려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좋든 싫든 산 자로서 이 나라를 잘 보전하여, 앞으로 태어날 자에게 잘 건네주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