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미국125분
개봉 : 2004.03.05.
평점 : 9.02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는 대니얼 윌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빅 피쉬>는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밝고 따뜻한 가족 영화입니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수선화 밭에서의 고백 장면은 실제로 만 송이의 수선화가 피어 있는 꽃밭에서 찍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헬레나 본 햄 카터는 젊은 제니와 중년의 제니, 그리고 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등장하는 유리 눈의 마녀로 출연해 독특한 매력을 뽐냅니다. <빅 피쉬>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 자체로 픽션이 왜 우리 삶에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빅 피쉬>는 동화적인 스토리의 흥미로운 모험 영화입니다. 팀 버튼 감독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기괴한 색채가 <빅 피쉬>에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유리 눈을 가진 마녀나, 온갖 것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거인, 공연을 하는 샴쌍둥이 자매나, 밤이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서커스단 단장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 비한다면 동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환상성이 가득하지만, 스토리 또한 동화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흥미로운 모험 영화라서 끝까지 재미있게 보게 됩니다.
<빅 피쉬>는 애증의 부자 관계를 풀어가는 스토리의 감동적인 가족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은 성향이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아버지는 굉장히 사회적인 성격으로 허풍이 들어간 이야기를 늘어놓길 좋아합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아버지의 이야기에 진저리를 칩니다. 결혼식 당일 피로연에서 또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잔뜩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화를 내고 그 후로 몇 년간 둘은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아들은 결혼 이후 아내의 고향인 프랑스로 이주해 삽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아들 부부는 미국으로 건너 옵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은 점차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간의 진실을 알아 갑니다.
<빅 피쉬>의 결말을 통해 단순한 사실이 픽션으로 채색되었을 때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짐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풍요로워질 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힘을 가져 그 이야기 속에서 사람과 여러 것들이 살아 있게 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아버지가 원래 모습인 '빅 피쉬'가 되어 강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다만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애도하고 기리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아들은 픽션이 삶에 주는 활기를 느끼게 되고, 왜 그렇게 아버지가 꾸며 말하기를 좋아했는지 진정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들은 자신의 아들에게도 자기 아버지와 똑같이 허풍쟁이 아버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