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후]'나이 속인 고교생에 술 팔았다가'…가게 문닫는 70대 할머니

뉴시스 기사전송 2015-12-0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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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지난 10월 말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 주변의 33㎡(약 10평) 남짓한 술집.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 친구"라며 소주를 주문했다. 업주인 70대 할머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자의 친구라는 말에 "못 판다"며 가게에서 나가라고 했다. "○○ 친구가 아니라 선배에요." 젊은이들은 A(72)씨에게 주민등록증을 꺼내보였다. 노안으로 눈이 침침했던 A씨는 실물과 주민등록증 사진을 일일이 대조할 수 없었다. 그래도 손자의 선배라는 말을 믿었고 부족한 것 없이 챙겨주려 했다고 한다. 며칠 뒤 젊은이들은 A씨의 술집을 다시 찾았다. '손자의 선배'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A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은 채 술을 판매했고 몇 시간 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는 업소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며칠 전 ○○ 선배라면서 주민등록증도 보여줬는데…." A씨는 망연자실했다. 얼마 후 서부지검은 고등학생들에게 소주를 판매한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씨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 통지도 받았다. 구청은 행정처분 명령서를 수령한 후 90일 이내 영업정지 집행정지 소송이나 심판을 제기해 영업정지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면 영업정지 기간이 2분의 1 가량 줄어드는데 벌금형이 나오면 어쩔 수가 없어요. 최근 소송이나 심판을 제기하면 영업정지 기간이 많이 줄어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영업정지 한달에 벌금 ○○, 뭐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A씨는 소송이나 심판을 제기할 형편이 못 된다고 한다. A씨는 홀로 얼마 남지 않는 가게를 꾸려오며 대출빚과 진료비, 보험료 등을 납부해왔다. A씨는 뇌진탕을 앓고 있다. 최근 설상가상으로 자전거를 타고 공사장을 지나가다 넘어져 방광도 다쳤다.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당장 벌금으로 내야하는 50만원도 없어요. 병원비도 근근히 마련하는 형편인데…. 벌금 50만원을 내려면 술을 팔아야 하는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아 벌금을 마련할 재간이 없어요. 소송 절차도 복잡해서 나같은 사람은 할 수가 없어요. 시청에 민원을 넣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6월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도용 등으로 청소년 유해 약물 등을 판매한 경우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positive100@newsis.com ★ 세상에 이런일이 - 성매매 강요한 부부…10대 소녀 악몽의 5시간 ★ 오늘의 핫 포토 - 아찔한 볼륨감…눈 둘 곳이 없네 ★ 뉴시스 뉴스, 이젠 네이버 뉴스 스탠드에서도 만나세요 ★ 손 안에서 보는 세상, 모바일 뉴시스 ▶ ´인면수심´, 며느리·손녀를 차례로… ▶ 어느 10대 소녀의 임신…´사랑´ 아니면 ´일탈´? ▶ 송년회 술자리 최악의 인물은? ▶ 총탄 핸드폰에…총기 난사서 구사일생 ▶ 고등학교 해골 모형, 진짜 사람뼈였다고?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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