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 12년차 배우의 진일보한 성장  

모신정 기자 2023. 9. 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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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텐트폴 작품 중 2위를 기록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1등 공신으로 이병헌의 신들린듯한 연기가 꼽히고 있지만, 아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도덕, 윤리 관념을 버리고철두철미하게 황궁아파트 지킴이로 돌변한 민성 역을 선보인 박서준의 열연 또한 이병헌 못지않게 관객들을 감동시킨 힘이다.

민성을 통해 공포감은 물론이고,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서의 갈등, 텅비어버린 눈빛 연기까지 재난 상황에 놓였을 때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의 감정들을 내지르는 연기가 아닌 곱씹어 고민해 체화된 형태로 표현한 박서준의 진일보한 성장이 관객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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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장 민성 역 표현 위해 7kg 감량"
"극의 중심이 영탁이었다면 전체 맥락의 중심은 민성이라고 해석"
"엄태화 감독님, 진중하고 신사 같은 분… 섬세한 연출력에 놀라"  
배우 박서준/사진=어썸이엔티 제공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올여름 텐트폴 작품 중 2위를 기록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1등 공신으로 이병헌의 신들린듯한 연기가 꼽히고 있지만, 아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도덕, 윤리 관념을 버리고철두철미하게 황궁아파트 지킴이로 돌변한 민성 역을 선보인 박서준의 열연 또한 이병헌 못지않게 관객들을 감동시킨 힘이다. 민성을 통해 공포감은 물론이고,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서의 갈등, 텅비어버린 눈빛 연기까지 재난 상황에 놓였을 때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의 감정들을 내지르는 연기가 아닌 곱씹어 고민해 체화된 형태로 표현한 박서준의 진일보한 성장이 관객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킨다. 

지난달 9일 개봉해 개봉 한달째인 지난 9일까지 368만 명의 관객을 모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은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은 간호사 명화(박보영)의 남편이자 가정에 충실한 공무원으로 전국적 대지진이후 유일하게 붕괴되지 않은 황궁아파트의 주민이다. 극한의 재난 속에서 아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 이병헌의 출연 사실을 알고 먼저 캐스팅 요청을 한 걸로 유명하다. 이병헌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 학생 때 영화 '달콤한 인생'을 정말 좋아헸다. 그 때는 데뷔하기도 전이다. 선배님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봤지만 그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데뷔를 하고 나서 저도 30대를 넘어섰는데 '언젠가 이병헌 선배님과 작품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병헌 선배님이 출연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 나이 또래 배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구해 읽은 후 엄태화 감독님께 요청드렸다. 다행히 수락해 주시더라. 저 또한 데뷔가 10년이 넘었고 현장에서의 어떤 방식 같은 것들이 있지만 이병헌 선배님과 함께 하며 '내가 잘 하고 있나?' 묻게 되더라. 선배님과 함께 촬영하며 현장에서 어떻게 임하시는지 본 것도 큰 공부가 됐다. 

- 이병헌에게 특별히 배운 점은 무엇인가. 

▶ 평소 현장에서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심각한 상황을 촬영한다고 해도 현장은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고 찍을 때는 집중해서 찍지만 모니터링을 하는 순간들의 공기도 좋아야 한다. 그런데 이병헌 선배님도 유머러스하시고 개그 코드도 너무 잘 맞았다.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 제가 평소 현장에서 임하던 모습이 선배님도 이런 생각을 하고 계셨더라. 

- 영탁과 민성 캐릭터만 놓고 보자면 서로 경쟁도 필요한 상황인데. 

▶ 리허설을 할 때도 보통 집중해서 하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됐을 때 조용한 공기 속에서 집중하는 것은 또 다르다. 선배님의 에너지에 도움을 받고 얻은 것도 많다. 제가 함께 출연하지 않는 분량의 장면은 모니터를 통해 선배님이 다양하게 준비해오시는 모습과 확신에 차서 연기하시는 모습을 봤다. 저 또한 좀 더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제 생각을 펼치면 되겠더라. 민성은 내적 갈등이 많은 사람이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한 연기적 고민이 있었다. 이 극의 중심은 영탁이고 이병헌 선배이지만 극의 흐름과 진행에서의 중심은 민성이라고 생각했다. 민성의 캐릭터로서 상황에 따른 감정 표현과 목소리의 데시벨, 감정의 진폭의 정도 등에 대해 가장 적합한 걸 찾는게 중요했다. 

- 감정을 지르기보다 삭여야 하는 캐릭터이기에 민성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영탁에게 민성이 '제가 잘 할게요'라고 말하며 무릎꿇는 신이 있지 않나. 그 장면이후 민성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민성은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가치관이 가장 중요했고 유일한 재산인 집 한채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가치관이 무너진 이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이 됐다. 너무 과해서도 안됐고 중간지점을 찾는 게 중요하더라.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의 정의감이나 사명감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를 많이 해왔지만 민성은 평범한듯 하면서도 그런 것을 벗어난 인물이었다. 외적으로는 7kg정도를 감량하며 가정만을 중시한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인물 같지 않았기에 일부러 근육을 뺐다. 

- 극중 영탁이 '아파트'를 부를 때 배경으로 서있던 민성의 눈빛에서 공허감이 읽힌다. '청년경잘', '사자'때는 들끓는 에너지를 보여줬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침잠되고 응축된 힘을 보여주는 느낌인데. 

▶ 그때가 민성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딱 이전 지점이다. 민성은 명화의 눈치도 봐야하고 황궁아파트 방범대 집단의 눈치도 동시에 봐야한다. 단상에 오르면서 '명화가 나를 어떻게 쳐다볼까'도 생각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는 술도 조금 마신 상황이라고 설정했다. 총 서너테이크를 찍었는데 영화에서는 테스트컷 촬영분이 사용됐더라. 리허설을 할 때 카메라가 도는 줄도 모르고 집중해서 했는데 처음 컷이 감독님의 마음에 드셨나보다. 

- 촬영 당시를 떠올렸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마지막 절정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카메라에 타이트하게 잡혀있는 사람은 영탁과 민성, 명화지만 출연진 모두가 한 장소에 모여 각자 한마디씩 하고 있다. 아마 영화를 두 번째 보신다면 더 잘 들리실 거다. 현장에서는 그 상황의 리허설을 할 때 각자 배우가 에너지를 가지고 하기에 정말 치열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수선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 모든 걸 맞춰서 한 신을 완성해내면 그때 느껴지는 쾌감이 엄청 나다. 해당신이 가장 기억에 남고 저로써도 표현들을 맞춤하게 잘 해낸 것 같다. 

- 명화와 황도를 먹는 장면이 극중 유일한 로맨틱 장면이다. 신혼부부의 알콩달콩함이 느껴지던데. 

▶ 이 영화에서 허락한 유일하게 달콤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황도 통조림의 영화속 쓰임을 보면 황도가 비극을 예견하는 느낌도 있었다. 엔딩부에서 사람을 때릴 때 쓰는 것도 황도 통조림 아닌가. 이런 결말을 알고 찍으니 마냥 즐거울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허락된 달콤한 느낌 같은 상황이랄까. 사실 박보영 배우와 만난 초반 이 장면을 찍었는데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다. 호흡을 맞추는데 따로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이렇지 않았다. 제가 던지는 대사에 너무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나오더라.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극중 앨범이나 사진 등을 위해 데이트신 촬영을 다양하게 했다. 딱 하루 날을 잡고 웨딩 사진부터 데이트 장면, 등산 장면 등을 밤까지 몰아서 찍었다. 

- 박보영과 호흡은 어떠했나. 

▶ 박보영 배우가 체구는 작으시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화면에서 엄청 큰 사람이다. 대사할 때도 편한게 황도 장면에서도 마치 뽀뽀할 것처럼 하다가 지금 영화 속 장면이 나오지 않나. 저도 리액션을 중요시하는 배우인데 박보영 배우는 적재적소에 애드리브를 하시더라. 

- 엄태화 감독은 어떤 연출가인가. 

▶ 쓸데없는 이야기를 안하신다. 되게 진중하고 신사 같은 사람이다. 목소리는 높지 않지만 무게감이 있다. 영화를 보며 섬세함에 너무 감탄했다. 완성도 하나를 위해 입김, 콧김까지 섬세하게 편집하는 사람이다. 

-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 폭염에 겨울옷을 입고 촬영을 했기에 어려웠다. 정말 절망적이었다.(웃음) 그런데 대부분 영화 현장이 그렇다. 한 여름에 겨울 장면을 찍고 한 겨울에 여름 장면을 찍는다. 

-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는 영화이기에 민성의 엔딩은 의외였다. 일말의 해피엔딩을 기대했었는데 엄태화 감독은 주제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 촬영할 때는 생각도 못했다. 질문해주신 기자들과 내 관점은 조금 다르다. 민성은 그 순간 어떤 마음일까를 고민했다. 관객의 입장에서라면 민성의 엔딩이 아쉽고 안타까우실 수 있겠다. 촬영하는 제 입장에서는 '민성이 어떤 마음일까' '아내를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지켜주지 못한 마음은 어떨까' '얼마나 후회하고 있을까'하는 고민이 되더라. 민성의 엔딩이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오늘에서야 해보게 된다.(웃음)

- 올 봄 '드림'을 선보였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여름 성수기 시장에서 다양한 작품들과 경쟁하게 됐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 '드림'때도 겪어봤지만 개봉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다. 다른 어떤 영화들과 경쟁하느냐는 두 번째 문제다.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 제가 영화 작업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가 관객과 만나기 위해서다. 사명감 쪽으로 생각해보자면 관객분들께 여러 선택지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 중의 한 작품이다. 거창한 이야기 같지만 한 나라의 문화가 발달해야 그 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나올수록 관객들도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생각하실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똑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영화 산업이 발달했기에 가능한 일 아닌가. 세계에서 큰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러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다른 영화들도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는 관객들께 잔상을 많이 드릴 수 있는 영화 같다. 지인들과 토론도 많이 할 수 있고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 최근 무대인사 문화가 꽤 인상적이다. 아이돌그룹 콘서트 현장 못지 않게 열띠더라. '드림'당시 무대인사 현장에서도 큰 응원을 받는 모습을 봤다. 무대인사를 하면서 크게 힘을 얻는 편인가. 

▶ 성격상 많이 부끄러워 한다. 제 성향 같다. 오글거리는 상황을 잘 못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하트를 한다던가 하는 저의 행동들에 대해 '이게 진정성이 있는 행동인가'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다. 지금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팬분들이 그 순간 행복해하신다면 진심을 담아서 할려고 노력한다. 제 자신이 가진 벽도 많이 없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너무 민망하고 현타가 왔었다. 촬영 현장은 너무 즐거운데 무대에 서는 것은 조금 두렵다. 연극을 하며 연기를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그런가.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도 엄청 힘들어 하는 편이다. 자세히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손을 많이 떨고 있다. 무대인사는 첫날이 가장 힘든 것 같다. 그날 어떤 힘이 샤악하고 들어오고 나면 괜찮은 것 같다. 인터뷰도 첫 타임이 가장 힘든 것 같다.(웃음)

- 어느덧 데뷔 12년차가 됐다. 힘 빠지고 지치는 순간들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같다. 머리가 맑으려면 체력이 좋아야 하더라. 정신이 아픈 것도 체력에 따라서 달라진다. 컨디션에 따라 디프레스 되는 것의 격차기 심하다는 걸 느끼는데 그래서 컨디션의 유지가 중요하다. 지금도 정신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데뷔 초중반 당시에는 매일 밤을 세우며 촬영했다. 그 때는 체력을 유지할 에너지가 있었는데 그때 다 끌어다 쓴 것 같다.(웃음) 지금은 체력이 딸린다. 그래서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극한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더라도 내 신체와 정신은 맑아야 하기에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 항상 건강하고 건실한 청년의 이미지였는데 디프레스라는 단어 자체가 의외다. 

▶ 그럴 때가 있더라. 작년 1년정도 그랬고 올해 서너달까지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사는 의미가 뭔가'하고 자꾸 의미를 찾고 있더라. 예전에는 매순간 감사하고 살았는데 지난해 '왜 이런 생각 하지'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를 찾아야겠다'라는 것에 꽂혀 있었다. '드림' 개봉을 하면서 관객을 만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달라졌다. 에너지도 생기고 잘 해보자는 생각도 생겼다. 

- 드라마 '쌈 마이웨이'나 '김비서가 왜 그럴까'등에서 로맨틱 코미디 남주의 정석을 선보인바 있다. 차기작으로 로코를 다시 보여줄 생각은 없나. 

▶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로 너무 많이 인사를 드렸다. 개인적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낄려면 장르와 작품이 다양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이 작업의 재미를 놓치지 않을 것 같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후 로맨틱코미디를 선택하지 않게 됐다. 이 장르를 너무 좋아하고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다른 장르에 더 도전하고 싶다. 조만간 넷플릭스 '경성 크리처'와 '더 마블스'도 선보이게 된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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