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어디? 가족3명 맞냐?"..美 입국 보안 인터뷰 첫날
"휴대폰 번호까지 물어보던데요. 너무 오래걸렸어요. 카운터 대기 줄만 50분 섰습니다."(괌 여행객 신 모씨)
"수하물 몇 ㎏인지, 사이판에 가서 어느 호텔에 언제까지 묵는지, 가족 여행객 3명이 맞는지 등 질문이 상세했습니다."(사이판 여행객 이 모씨)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미국행 승객에 대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청(TSA)의 '보안 인터뷰(security interviews)'가 실시된 첫날 출국 카운터는 혼잡했다.
일부 항공사는 "출국 시간 전보다 3시간 일찍 와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승객들도 이에 맞춰 일찍 도착해 출국 수속을 밟았지만 줄 사이에 인터뷰 요원까지 더해지면서 혼잡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이날 오전 괌, 사이판 등 미국령으로 항공기를 운항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제주항공, 진에어다. 제주항공은 사이판과 괌에 각각 오전 9시30분, 10시35분 출발편을 띄웠다. 진에어는 괌 오전 9시40분, 하와이 저녁 7시, 사이판 저녁 10시 스케줄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이날 괌에만 3편의 비행기가 취항한다고 했다.
진에어의 경우 9시40분 출발 비행기가 2시간 전인 7시48분에 탑승 수속 마감됐다. 진에어 관계자는 "3시간 먼저 공항에 오라는 뉴스들을 보고 승객들이 빨리 도착했다"며 "2시간 전에 탑승 수속을 마감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진에어는 오전 7시를 즈음해 출발 수속이 괌 밖에 없어서 상대적으로 카운터들이 덜 붐볐다.
제주항공은 이번 보안 인터뷰 조치에 대비해 전날부터 '괌·사이판 전용 카운터'를 따로 3개 잡았다. 3개의 카운터에서는 괌과 사이판 승객 체크인만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시간이 약 1시간 차이나는 괌, 사이판 비행기 2대를 합치면 승객 수가 400여명에 달해 대기줄이 길었다. 이 와중에 초록색 상의를 입은 보안업체 직원들이 '보안 인터뷰' 질문을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탑승 수속 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순서대로 '보안 인터뷰' 질문을 한 것"이라며 "줄서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질문한 것이므로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반면 괌행(行) 비행기 탑승객 김 모씨(30대)는 "평소보다 빨리 왔는데도 줄만 50분 섰고 너무 오래걸렸다"며 "별 걸 다 물어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괌, 사이판 등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가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아 어린이들도 혼잡한 대기 줄에 동참해야 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옆 카운터들에서는 오사카 등 다른 행선지 출국 수속도 밟고 있어서 승객 수가 더 많아 보였다.
이스타항공은 26일부터 시작된 올해 동계스케줄에서 사이판이 빠졌다. 티웨이는 사이판은 이날 운항하지 않고 괌은 오후 5시 55분 출발한다. 에어부산은 인천공항발 국제선이 없다.
TSA는 숨겨진 폭발물 탐지 등 테러 방지 목적을 위해 지난 6월 28일 '긴급 보안조치'를 발표하고, 미국에 취항하는 105개국 180개 항공사에 탑승객 보안검색 강화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은 1차 조치로 지난 7월 19일부터 미국행 승객에 대해 항공기내 위해물품 반입차단, 요주의 승객(Selectee) 휴대전자기기 전수검사(ETD), 휴대전자기기 검사 후 미국행 승객의 타 국가 승객과 분리 조치 등을 시행 중이다.
여기에 2차 조치로 26일부터는 미국령인 괌·사이판·하와이에 취항하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미국 본토 및 미국령에 취항하는 외국항공사(델타항공,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싱가폴, 하와이안)부터 '보안 인터뷰'가 실시된다. '보안 인터뷰'에서는 여행 목적, 체류 기간, 현지 주소 등을 묻는다. 미국행 탑승객에 대해서는 '무엇 때문에 미국에 가며, 어디서 언제까지 머무를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묻겠다는 것이다. LCC들은 '미국령' 취항만 있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은 '미국 본토' 취항지가 많아 각각 내년 2월20일, 내년 4월24일까지 보안 인터뷰 유예 요청을 했고 TSA의 승인을 받았다. TSA는 대형 항공사들의 유예 기간에도 의심승객을 발견하는 인력을 탑승구(보딩게이트) 앞에 배치하는 조건을 달았다.
'보안 인터뷰'는 발권 카운터에서 그치지 않는다. 환승을 해서 미국으로 가는 승객들은 환승검색장에서 보안 인터뷰를 받게 된다.
보안 인터뷰에서 수상한 점이 발견된 승객들은 비행기 탑승 전 탑승구에서 추가 인터뷰를 받고 짐 검사도 다시 받아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차 보안 인터뷰에서 수상한 점이 있다고 여겨진 승객들은 탑승구에서 2차 보안 인터뷰와 소지품 검사를 다시 받게 된다"며 "질문의 유형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발권 카운터 뿐 아니라 탑승구 앞에서도 '무엇 때문에 미국에 가는지'를 질문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탑승 명단을 넘겨받은 TSA 측에서 임의로 지명한 승객에 한해 짐 검사를 다시 했었다.
TSA 측은 "이번 보안 강화 조치로 인해 매일 미국에 도착하는 2100여개 항공편, 32만5000여명 항공 이용 승객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전 세계 105개국, 180개 항공사, 280개 공항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인천=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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