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다 '기우뚱'.. 온라인쇼핑 4社 적자 눈덩이
"먼저 백기 드는 쪽이 도태"
쿠폰 뿌리고 당일 배송 서비스.. 업체당 年1000억~5000억 손실
"외부 자금 등 수혈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회사 무너질 수도"
지난 2~3년간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을 앞세워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적자(赤字)에 허덕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외부의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 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2일 온라인 쇼핑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쿠팡·티켓몬스터·위메프 등 4개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작년 한 해 동안 9000억~1조원 정도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한 업체당 1000억~5000억원대의 엄청난 손실을 낸 것이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모두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손실을 내더라도 경쟁사보다 외형을 키워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영을 못해서가 아니라 적자를 감수하고 세(勢)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확실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거나 외부 자금 수혈을 못 하면 하루아침에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을 정도로 다들 재무가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승자 없이 모두가 위기에 몰린 온라인 쇼핑 업체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작년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온라인 쇼핑 업체다. 11번가는 작년 연간 거래액이 전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7조원에 달했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마트(약 6조~7조원)의 규모로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공세적으로 할인 쿠폰을 뿌리고 당일 배송과 같은 고객 편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작년 매출은 수수료 수입 증가에 힘입어 1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적자는 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티몬·위메프도 마찬가지다. 3사 모두 '쿠폰 뿌리기' 출혈 경쟁으로 매출을 늘렸지만, 엄청난 적자의 늪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쿠팡은 작년에 4000억~5000억원의 적자를 내, 2015년(적자 5261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최악의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도 2015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수준의 손실을 냈다.
문제는 더 이상 이런 적자를 버틸 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 투자자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수년간 쌓인 누적 적자도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SK플래닛은 현재 3000억원 정도의 현금성 자산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티몬·위메프는 1000억~2000억원 정도를 갖고 있을 뿐이다.
◇출혈 경쟁은 올해도 계속 된다… 치킨 게임 돌입
손해를 보면서까지 회사의 외형 성장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5조원이었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작년에 65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신영증권은 2018년 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티몬의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팽창하는 상황에서는 외형 성장 위주의 전략으로 시장 선점을 해야 나중에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는 현재 전자상거래 시장 1위인 이베이(G마켓과 옥션 운영)의 뒤를 이어 생존하려면 '빅3'에 들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결국 가장 먼저 백기를 드는 쪽이 도태되고 살아남은 자들이 커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흑자 전환의 전기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먼저 '할인 쿠폰 살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업체들은 이런 치킨 게임(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죽기 살기 식 경쟁)에서 버티기 위한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SK플래닛은 작년부터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중민투)와 1조원대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답보 상태다. 그나마 SK플래닛은 최악의 경우 그룹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다. 티몬은 현재 복수의 투자자와 협상 중이지만 올해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는 1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쿠팡과 위메프도 각각 투자 유치를 타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전자상거래 신규 업체에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큰돈을 벌 대상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지금과 같이 누가 도태될지 모르는 상황이 마무리돼야 투자자들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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