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역우정국 2층서 오는 17일까지 열려
축제 생태계 내재해있던 이슈들 새롭게 알아갈 수 있어

사진='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제공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여가 생활이 지난 2년간 발생한 코로나로 인해 뒤바뀌었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연극, 뮤지컬, 공연, 콘서트 등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온전한 즐거움을 느껴볼 수 없게 됐으며, 연기, 취소로 인해 실망감만 안게 돼버렸다.

이러한 문제점은 관람객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기획자, 예술가, 자원활동가 등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축제는 아예 취소돼버리거나 무한 연기가 돼 관계자 모두가 힘들어 하는 상황이다. 영상으로 대처가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은 절대 영상으로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을 위한 축제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탈영역우정국 2층에서 펼쳐지고 있다. 

2층 테라스에 오브제들이 이리저리 놓여져 있다.

지난 12일부터 오는 17일까지 개최하는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는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한 예술축제를 돌아보며, 축제 생태계에 내재해있던 이슈를 새롭게 알아갈 수 있다. 지나간 축제의 순간을 떠올리고, 그 안의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정치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얻어가기도 한다.

축제 기획자 김민수를 중심으로 시각예술가 박도환, 이민정 작가, 기획자 정경진 등이 함께 만드는 본 전시는 ​​​축제 관객, 예술가, 자원활동가, 행정가, 축제공간 근처 상인, 시의원, 학생, 협력업체 대표, 시민참여프로그램 참가자에게 받은 편지를 전시하고, 축제 기획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축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축제 기획자 김민수는 "축제 취소 소식을 속상해하는 것을 넘어, 그다음을 상상해보고자 해요. 어쩌면 축제가 이미 갖고 있던 문제가 이제야 드러난 걸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축제를 구성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여다봅시다. 우리를 한곳에 모아주던 축제가 사라진 자리에 어쩌면 새로운 연대가 있을지 모르니"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변해가는 축제

탈영역우정국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프로그램은 '빈자리로 도착한 편지' '마주 보기' '열리지 못한 축제를 기억하기'로 구성됐다. 전시장에 도착하기 전 화려한 피에로 형태의 풍선을 마주해도 놀라지 말자. 

2층 테라스에 축제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가 해학적인 방식으로 놓여 있다. 색색의 공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으며, 무용수 대신 에어스카이댄스 인형이 춤추고, 다 같이 뛰어노는 대신 1인용 트램펄린이 놓여 있다. 마치 축제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테라스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귀여운 인형이다. 

​​축제 기획자 김민수는 "인형을 둔 이유는 자원봉사자가 취소된 축제의 관객을 기다리다 돌이 된 채 앉아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싶어 갖다 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테라스에는 취소된 축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에게 우화적인 방식으로 전시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전시장 안에 들어오면 '열리지 못한 축제를 기억하기'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공재원으로 공공공간에서 열리는 국내 거리예술축제들이 지난 2년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아카이빙하며, 타임라인 사이사이 축제의 새로운 형식을 고민해온 예술축제들을 살펴볼 수 있다.

거리 예술축제가 어떻게 연기가 되고 취소가 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축제가 준비되고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한 것을 느껴볼 수 있어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 영상관이 마련돼 있다. '마주보기' 프로그램은 그림자 노동으로 불려온 축제 기획자의 일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작은 방 안, 2명의 관객 앞에 실제 모습과 비슷한 크기로 프로젝션 된 기획자의 인터뷰는, 어떤 과정을 거쳐 축제가 취소됐는지, 어떤 원동력이 있었는지 같은 이야기를 하며 보는 이들에게 노동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김민수는 "취소된 혹은 변경된 축제 기획자들이 축제가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보람을 느끼고 얼마나 지쳐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의 영상으로 꾸려봤어요. 기획자의 노동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쉽게 나오지 않잖아요. 그런 부분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어요"라고 '마주보기' 기획 의도를 밝혔다.

 


편지로 확인하는 축제의 의미

​​이 전시의 중심은 '빈자리로 도착한 편지'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축제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시의원, 예술대학생, 푸드트럭 운영사 대표, 공무원, 자원활동가 등)들에게 축제가 어떤 의미였는지, 축제가 없던 해는 어땠는지 등에 대해 편지로 질문하고 받은 답장을 전시하고 있다. 

무언가가 있었다 사라진 자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오브제로 빈 의자가 전시대가 되고, 그 위로 편지가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 시각예술가 박도환 작가와 함께 이를 일러스트로 풀어내 함께 전시돼 있다.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편지들을 보면 많은 사람이 얼마나 축제를 위해 노력을 쏟고 원하는지를 알 수 있어 여운이 짙게 남는다.

편지에 쓰인 글들을 보면 '축제는 참여하는 행위자 관객을 포함한 모두가 만나는 곳인데 이것이 사라지니 너무나 삭막한 세상을 보내게 되었어요' '참여자가 없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라는 것. 그것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을 저는 보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낭만, 누군가에게는 인생, 누군가에게는 도피처가 될 축제가 회복되고 다시 시작되기를 소망합니다' 등의 간절함이 담겨있어 보는 것만으로 위로받거나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전시회지만 이 안에 담겨있는 의미는 풍성하다. 축제 뒤에서 수많은 사람이 피땀을 쏟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이 전시회를 통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즐기지 못한 축제를 즐기고 싶을 때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미니 인터뷰/축제 기획자 김민수]

Q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나요?

테라스에 마련된 오브제들을 통해 사실은 수많은 축제가 취소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아 축제는 이런 것도 있었지'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죠. 그래서 테라스, 이 공간에서는 방문객들이 저희의 안내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지나간 축제를 조금이나마 그리워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열리지 못한 축제를 기억하기' 프로그램에서는 축제가 ‘누구의 것’이라고 했을 때 보통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을 떠오르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축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 와중에 기획자들이 애를 쓰고 상처를 받으면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전시를 통해 느끼길 바랍니다.


Q 이번 전시회의 새롭게 느낀 점은?

​축제를 준비하는 모든 분이 애를 쓰고 축제가 얼마나 보람이 있고, 사랑하는지에 대해 전하고 싶었는데, 준비하다 보니 이분들이 지치고 상처를 받아온 것이 보여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전시하게 됐어요. 

축제가 취소되어도 이렇게 끝낼 수 없어 포럼을 열고, 영상으로 대처하는 등 축제 형태를 변경해 나가는, 어떻게든 축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구나 새롭게 느끼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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