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군침 흘리는 몰도바..또 서유럽행 '엑소더스' 시작되나

김표향 2022. 5. 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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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서부와 맞닿은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기자로 일하는 파샤는 최근 필수품만 챙겨 수도 키시네프에 사는 친척집으로 피신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몰도바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우크라이나군을 남부 접경 지역에 묶어두고, 몰도바 내 친유럽 정서에 대항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일이 발칸 국가에까지 더 큰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서방에 보여주려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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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분리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대피 행렬
몰도바로 피신한 우크라인들도 다시 피란길
"러, 몰도바 불안 조장.. 서방에 파급력 경고"
몰도바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지난달 25일 국가보안부 건물에 수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 텔레그램

우크라이나 남서부와 맞닿은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기자로 일하는 파샤는 최근 필수품만 챙겨 수도 키시네프에 사는 친척집으로 피신했다. 그의 친구들도 인접국인 터키, 폴란드, 체코 등을 향해 황급히 떠났다고 한다. 현지에선 남자들이 러시아군에 동원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파샤는 “언제 어디서 폭발이 또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접경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가 몰도바까지 튀면서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 내부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진격할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 데 이어,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기관과 송신탑이 잇따라 의문의 공격을 당하자 공포와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탓이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1년 몰도바에서 분리ㆍ독립을 선언한 미승인 국가다. 주민 47여만 명 대다수가 러시아어를 쓴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내전을 치른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을 파견했고, 현재도 1,500명가량 주둔시키고 있다.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국경 아닌 국경’을 경계로 영토가 분할된 채 30년간 병존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냉전’ 상태에 균열이 생기며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됐고, 이에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포탄을 피해 몰도바로 건너온 우크라이나 피란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또다시 짐을 꾸려 정처 없이 떠돌아야 할 처지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온 여성 리우다는 “몰도바에서도 전쟁이 터지면 독일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몰도바에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9만5,000명이 머물고 있다. 몰도바 인구(250만 명)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몰도바 싱크탱크인 워치독 활동가 발레리우 파사는 “대규모 난민 사태로 이미 고통받는 몰도바가 또 다른 이주 물결로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 최근 잇따른 폭격을 두고 관련국들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침입자들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몰도바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정치 공작이라며 반박했다. 러시아는 아예 ‘테러 행위’라고 규정한 반면,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파벌 다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대립이 격화할수록 몰도바가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더 커진다. 바로 러시아가 의도했고 원했던 상황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몰도바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우크라이나군을 남부 접경 지역에 묶어두고, 몰도바 내 친유럽 정서에 대항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일이 발칸 국가에까지 더 큰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서방에 보여주려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거리 두기’를 하는 한편, 전세를 지켜보면서 ‘눈치 보기’에도 한창이다. 몰도바 언론인 알리나 라두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지도층은 전쟁을 응원하지도 않지만,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하지도 않는다”며 “그들은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거나, 유럽과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갖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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