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러온 청소년 타깃..메이 "역겨울 정도로 비겁"

김보미 기자 2017. 5. 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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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8살 초등생도 사망…부상자 59명 중 12명이 어린이
ㆍ경찰, 공범 추정 3명 체포…조직적인 테러 가능성

처참한 현장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실내체육관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공격으로 다친 사람들이 객석 출입구 앞에 쓰러져 있다. 맨체스터 | AP연합뉴스

친구와 함께 콘서트를 갔던 코트니 스펜서(17)는 공연이 끝나 밖으로 나가는 도중 “꽝” 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났어요. 친구와 손을 꼭 잡고 그냥 뛰었어요.”

영국 남부 브리스틀에서 22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을 보러 왔던 캐빈 웰스퍼드(18)는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폭발음을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을 나가려는 사람들이 (서로 얽혀) 넘어지고 있었다. 완전히 패닉이었다”고 BBC에 말했다. 두 살 위 누나와 콘서트에 간 올리버 존슨(17)은 “보안요원들도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전했다. 샬럿 캠벨이라는 여성은 BBC에 “공연 전 통화 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열다섯 살 딸을 애타게 찾았다.

이날 자폭 공격에 22명이 사망한 맨체스터 아레나를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 10대 학생들과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이었다. 부상자 59명 중 12명이 16세 이하 어린이였다. 가장 먼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조지나 캘린더도 18세 여학생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8세 소녀 사피 로즈 루소스는 어머니, 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엄마와 언니는 부상을 입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억명이 넘는 그란데는 전 세계 젊은이들, 특히 소녀들에게 인기가 많다.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된 자폭 테러범은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게다가 콘서트가 끝난 직후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출구 바로 앞에서 자폭했다. 앰버 러드 내무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청소년과 아이들을 노린 야만적 공격”이라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3일 이번 공격을 “역겨울 정도로 비겁하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범인의 신원을 확인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현지 언론들이 이슬람국가(IS) 추종자로 보이는 이들이 사건 전에 맨체스터 아레나 공격을 암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보도했고, 관련자 및 추가 폭발 시도가 적발돼 조직적 범행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맨체스터의 한 쇼핑몰, 남부 웰리레인지, 팔로필드에서 모두 3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팔로필드의 한 건물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폭발장치를 터뜨렸다.

지난해 프랑스 남부 휴양지 니스와 독일 베를린에서 트럭을 몰고 행인들에게 돌진한 남성들은 IS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추종자들일 뿐이었지만 이번 공격은 양상이 다르다. 데일리메일 등은 “너트와 볼트가 사방으로 튀는 것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쇠붙이를 집어넣어 살상력을 키운 못 폭탄(nail bomb)이 쓰였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무방비한 시민들을 노린 공격은 일상이 됐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폭탄테러로 130명이 사망했고, 이듬해 3월엔 벨기에 브뤼셀에서 자폭 공격으로 32명이 숨졌다. 지난해 7월엔 니스 공격이, 12월에는 베를린 트럭테러가 일어났다. 영국은 두 달 전 런던 의사당 부근 차량 공격 이후 테러 경보를 두 번째로 높은 ‘심각’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영국 제2의 도시인 맨체스터는 사실상 마비상태다.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는 트위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영국 최대 무슬림 단체 무슬림위원회도 “범인은 이번 생과 다음 생에서 정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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