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앞두고 있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가 복수극을 내세워 연이어 잔혹하고 충격적인 묘사들을 남발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실종된 스토리와 공감대를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메우려는 억지 연출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27일 오후 방송된 <펜트하우스3> 12회에서는 천서진(김소연)과 주단태(엄기준) 등 극의 주요 빌런들이 비참하게 몰락하는 내용들이 그려졌다. 경찰서를 찾아온 심수련(이지아)은 딸 주석경(한지현)과 재회한다. 주석경은 자신이 주단태를 일본으로 밀항시켰다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심수련은 형사(서지석)에게 주단태가 후쿠오카 정신병원에 있다고 밝히며 주석경을 데리고나온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 ⓒ SBS

 


과거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마음을 감추고 쌀쌀맞게 대하는 주석경에게 심수련은 "처음부터 넌 엄마 딸이었다. 평생 반성도 없이 도망치기만 할 거야? 괴롭더라도 피하지 말고 부딪쳐. 그래야 돌아올 데도 생긴다"며 따뜻하게 격려한다. 주석경은 심수련을 안고 눈물을 흘린다.

한편 기억을 지워주는 약을 먹고 치매 증세를 보이던 천서진(김소연)은 배로나(김현수)를 하은별(최예빈)로 착각하고 억지로 끌고 나가려다가 이를 말리려던 하윤철(윤종훈)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사고가 일어난다. 몸싸움 끝에 계단으로 미끄러진 배로나를 보호하려던 하윤철은 머리를 크게 다치게 되고, 추락한 천서진은 천장에서 떨어진 샹들리에에 몸통을 맞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달려온 심수련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천서진이 연기를 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천서진은 의식을 회복한 후에도 딸인 하은별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수련이 병실을 떠난 이후 이번엔 사채 업자들이 병실을 찾아 소동을 벌인다. 하윤철은 중상을 입고 큰 수술을 받는다. 배로나는 자신을 구하려다가 다쳤다고 자책하며 눈물을 흘린다. 주석경은 심적으로 지친 배로나를 찾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으며 지난날의 잘못을 속죄한다.

심수련과 로건리는 천서진과 주단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로건은 천서진이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을 두고 블랙박스 영상 뒷부분을 공개하자고 제안하지만 심수련은 천서진이 심신 미약을 내세워 또다시 범행을 빠져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며 "내 손으로 직접 지옥으로 보낼 것"이라고 다짐한다.

일본의 정신병원을 탈출한 주단태는 아들 주석훈에게 연락하여 한국행을 부탁한다. 이미 심수련과 협력하고 있던 주석훈은 주단태를 밀항시켜 부산항에서 사로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주단태도 이를 눈치채고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밀항선에서 빠져나가 잠적한다.

주단태는 그간의 범죄행각들이 밝혀지며 미디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지명수배 대상이 된다. 주단태는 도주를 거듭하면서도 "펜트하우스로 돌아가겠다"며 분노의 맹세를 한다.

펜트하우스에 대한 주단태의 집착을 누구보다 잘알고있는 심수련은 주단태를 유인할 새로운 덫을 준비한다. 심수련은 헤라펠리스를 일부러 비우기 위해 또다른 집을 사들였고 로건리와 약혼식을 열기로 한다. 주단태를 돕던 조 비서는 죄책감 때문에 경찰에게 신고하려다가 주단태에게 살해당하고, 주단태는 사제폭탄과 마스터키를 준비하여 해라펠리스에 잠입한다.

심수련과 로건리의 약혼식 당일날, 주단태는 곳곳에 폭탄을 설치하고 심수련에게 연락한다.로건리는 바로 경비실에 비상상황을 알리고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홀로 주단태를 찾아온 심수련은 "내 약혼식에 와줘서 고마워. 드디어 내 손으로 널 죽일 수 있게 됐네"라고 말하고, 주단태는 "약혼 축하한다. 내가 급하게 선물 좀 준비했어"라며 폭탄 버튼을 보여준다. 심수련은 그에게 총을 겨눈다.

결국 심수련이 쏜 총탄이 이마를 명중시키면서 주단태는 그대로 건물밖으로 추락한다. 동시에 주단태가 버튼을 누르면서 헤라펠리스는 큰 폭발과 함께 불길에 휩싸인다. 눈을 뜬채로 이미 사망했지만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폭발하는 펜트하우스를 응시하는 주단태의 마지막 모습을 끝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방영 종반에 이른 <펜트하우스3>는 주요 출연자들이 잇달아 죽거나 참혹한 결말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사실상 '고어(Gore)물'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혈, 신체손괴, 생명체의 죽음과 살상 등으로 대표되는 잔인함과 그에 따른 공포감 및 혐오감, 반사회성 등은 영락없는 고어물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사실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이미 시리즈 초반부터 미성년자 납치, 감금, 살인, 방화, 시체유기 등 각종 자극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끊이지 않았다. 비록 '19금 연령 고지'를 했다고 하지만, 지상파, 그것도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인 만큼 수위 조절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자극적인 연출과 전개로 화제를 얻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을 잃고 극의 완성도가에 하락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시즌3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필요 이상의 잔인한 연출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극 중반에 오윤희(유진)가 사망하는 장면에서는 맨몸으로 차를 막다 다리가 부러지는 소리, 고통스러워하는 신음까지 쓸데없이 길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섬뜩함을 부각시킨다. 오윤희가 극중에서 중요인물이다보니 이 장면은 이후에도 여러 회차에서 회상장면으로 반복되기도 했다.

6일 방송된 9회에서 천서진은 식물인간 상태이던 로건리의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비서에게 환자의 다리에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붓게한다. 이미 폭탄테러로 심각한 화상을 입고 누워 있는 중환자의 신체를 다시 훼손하는 장면은 소름을 끼치게 만든다. 가장 압권은 20일 방송된 11회 엔딩으로, 천서진이 몸싸움 도중 추락하여 떨어지는 샹들리에에 복부를 정통으로 맞고 피를 왈칵 토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마치 "공포영화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섬뜩함을 자아냈다.

12회에서도 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장면은 끊이지 않는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있던 천서진은 자신의 위협하는 사채업자의 귀를 물어뜯어 피범벅을 만든다. 계단에서 넘어진 하윤철이 수술을 받는 장면에서는 개봉된 사람의 뇌가 클로즈업으로 선명하게 등장한다. 도주하던 주단태는 심수련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뜬금없이 깨진 병으로 얼굴을 자해하며 입가에 조커를 연상시키는 '스카페이스'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심수련과 주단태의 마지막 펜트하우스 대결씬에서는 총격전과 난투극에 이어 총탄이 이마를 뚫고 선혈이 낭자하며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사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전쟁물이나 공포물보다도 더 잔인하다.

하지만 이중에서 극 전개상 이렇게까지 꼭 필요하다고 할만한 장면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앞선 과정에서 잔혹한 범죄나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살아 돌아오는 등 무리한 설정을 남발했기 때문에 기존의 임팩트를 뛰어넘기 위하여 더욱 더 자극적인 장면으로 이야기의 빈틈을 메우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폭탄사고로 의식불명이던 로건리가 갑자기 멀쩡하게 의식을 되찾다든지, 샹들리에에 맞고 중상을 입었던 천서진이 다음 회에서 버젓이 살아있는 등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낚시해놓고 정작 뒷수습은 안이하게 처리하는 패턴도 여전하다.

그동안 드라마를 이끌어온 천서진이나 주단태같은 주요 빌런들이 그동안 극중에서 벌인 엽기적인 악행들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이들의 최후 역시 그에 걸맞게 극적으로 그려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커보인다. 그래서 자꾸만 이미 결말이 난 스토리에 과장된 사건과 무리한 장면들을 덧붙여서 시간을 늘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허술한 극본을 자극적인 연출로 채우려는 안일함으로 인하여 악역이 응징하는 모습조차 통쾌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쾌함만 자아내고 있다.

사실 <펜트하우스>는 이미 아무리 늦어도 시즌2에서 충분히 완결되었어야할 이야기 구조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즌 3도 모자라 방영 중반에 2회가 더 추가 연장됐다. 완성도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특별히 새로운 서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감옥에 갇혔던 빌런이나 죽은 줄 알았던 핵심인물들을 다시 부활시키며 도돌이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맛에 중독되어버린 '고어하우스'는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펜트하우스 주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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